산업유산 '계획적 방치'도 보전 방법 중 하나

조봉권 기자 2022. 5. 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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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속이 꽉 찬 느낌이 이런 것이지 싶다.

단 100쪽으로 산업유산(Industrial Heritage)에 관해 두루두루 담고 필요한 것만 간추리고 실제 사례까지 요모조모 끌어온 이 책은 예상했던 것보다 힘이 셌다.

책에 소개된 산업유산 특유의 불안정한 입지, '계획적 방치' 또한 보전의 한 방법인 이유, 유럽 사람들이 비슷한 걱정을 하다 2008년 만든 '유럽산업유산루트'(www.erih.net)의 성공 사례 등이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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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산 - 강동진 지음/커뮤니케이션북스/1만2000원

- 강동진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 부산항 제 1부두 개발 등 놓고
- 역사환경 지켜내려는 고민 담아

작지만, 속이 꽉 찬 느낌이 이런 것이지 싶다. 단 100쪽으로 산업유산(Industrial Heritage)에 관해 두루두루 담고 필요한 것만 간추리고 실제 사례까지 요모조모 끌어온 이 책은 예상했던 것보다 힘이 셌다. 경성대 강동진(도시공학과) 교수가 ‘산업유산’을 펴냈다.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북스 출판사의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시리즈의 하나다. 이 시리즈는 100쪽 안팎 짧은 분량 안에 꼭 필요한 지식·정보·판단을 압축하는 방식으로 유명하다.

부산항 제 1부두 전경. 한국의 중요한 산업유산이다. 국제신문 DB


도시를 되살리고 가꾸는 데 관심이 많은 부산 시민에게 강동진 교수는 친숙한 도시공학자일 것이다. 알찬 활동을 부지런히 많이 해왔기 때문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역사환경 보전에 중심을 둔 도시설계를 배웠다. 2001년 부산에 정착해 산업유산, 근대유산, 세계유산 등을 주제로 하는 각종 문화 운동과 연구 활동을 한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ICOMOS(이코모스·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 이사,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저자 소개 중)

일단 부산으로 범위를 좁혀보자. 산업유산과 관련한 상황은 희비가 교차하는 가운데 걱정이 보태지고, 전망은 어두운 쪽이다. 부산 시내 폐공장이 F1963(부산 수영구 망미동)이라는 특별한 예술·문화 공간으로 부활하자 시민은 환호했고, 곧장 사랑에 빠졌다. 부산 첫 근대적 창고인 남선창고가 갑자기 철거됐을 때는 당황스러워했다. 현재는 한국의 빛나는 산업유산인 부산항 제 1부두 보전 가능성과 방안을 두고 전전긍긍하는 시민이 많다.

이 책을 보면, 한국 전체 산업유산의 운명과 전망은 비슷하다. 어떤 것은 사라졌거나 사라질 운명이고 어떤 것은 용케 살아남아 시민 품에 안겨 기쁨을 주고 어떤 것은 보존·보전을 위해 힘겨운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데, 큰 틀에서 보면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왜 그럴까? 산업유산에 관한 지식·정보가 모자라고, 정의·개념이 아직 모호한 편이며, 그러니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산업유산을 없애고 아파트를 지으려는 움직임은 거세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책을 내놓은 의도와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산업유산이 어떤 것이며, 이를 둘러싼 세계 흐름과 사례는 어떠하며, 시민사회는 여기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논의를 시작해보자는 뜻이다. 책에 소개된 산업유산 특유의 불안정한 입지, ‘계획적 방치’ 또한 보전의 한 방법인 이유, 유럽 사람들이 비슷한 걱정을 하다 2008년 만든 ‘유럽산업유산루트’(www.erih.net)의 성공 사례 등이 인상 깊다. 도시 가꾸기에 관심 높은 시민과 담당 행정가들에게 이 책을 필독서로 추천하는 이유다.

강동진 교수가 ‘계획적 방치’의 방법도 함께 고민하자며 간절하게 보전 노력을 하는 부산항 제 1부두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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