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찬 어린이운동 집중 조명 학술자료 첫 발표
성주현 교수 오늘 학술대회 발제
천도교활동·'어린이' 글 분석 등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춘천 출신 언론인이자 독립운동가 청오 차상찬 선생의 어린이운동을 집중조명한 학술자료가 처음 발표돼 이목을 끌고 있다.
성주현 천도교 종학대학원 교수는 13일 열리는 2022 차상찬 학술대회에서 ‘청오 차상찬과 어린이’를 주제로 발제한다. 성 교수는 차상찬 선생이 천도교청년회 임원으로서 어린이날 제정에 참여한 점, 잡지 ‘어린이’에 게재한 글 등을 통해 선생의 어린이 운동과 그가 어린이에 대해 갖고 있던 인식을 살폈다. 소파 방정환 선생 위주로 이뤄졌던 일제 강점기 시대 어린이운동사에서 차상찬 선생의 역할을 집중 조명한 논문이 나와 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올해 어린이날 100주년에 이어 내년 잡지 ‘어린이’ 창간 100주년을 앞둔 시점에 어린이날 제정과 아동권리운동 분야에서 차상찬 선생의 역할을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성 교수는 청도교청년회의 핵심 직책인 간무로 활동하던 차상찬 선생이 1922년 5월 1일 어린이날 제정에 적극 참여한 점, 개벽사를 통해 어린이운동을 이어간 점 등을 역사적 기록을 통해 짚었다.
천도교소년회 창립 1주년을 기념하는 1922년 5월 1일을 ‘어린이의 날’로 제정했고, 10개월 후인 1923년 3월 차상찬이 창간동인으로 참여한 개벽사가 잡지 ‘어린이’를 창간, 발행했다. 또 1929년 3월 조선소년총연맹 상무위원회의 어린이날 행사 준비위원회에서 방정환 선생 등과 함께 잡지사 측의 특별위원으로 선정됐고, 개벽사 어린이부가 준비한 세계아동예술전람회의 정리부 준비위원으로 참여했다.
당시 잡지원문을 함께 실어 당시 모습을 알 수 있다. ‘어린이’ 편집 후기에는 개벽사 편집실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성 교수는 “차상찬은 방정환과 나란히 앉아 개벽사에서 발행하는 출판 편집 일을 보았으며, ‘어린이’ 편집에도 의견을 교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잡지 ‘어린이’에 게재된 차상찬 글 목록도 정리했다. 1935년 3월까지 122호를 발행하는 기간 45편에 이른다. ‘개벽’과 ‘별건곤’ 등 시사잡지에 중점을 뒀던 점을 고려하면 어린이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글 대부분은 실존 인물을 중심으로 한 역사이야기다. 식민지 상황에서 ‘국난극복’의 상징 인물인 을지문덕, 임경업, 김유신, 곽재우, 최윤덕, 남이 등을 소재로 한 글이 많다. 역경을 이겨낸 성공 이야기,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 인물들도 있다. 무인을 소재로 많이 쓴데 대해 성 교수는 “어린이들에게 무인들의 상무정신을 고양시키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라고 분석했다.
특히 눈에 띄는 글은 1932년 9월(제10권 9호)에 실린 “가을! 생각나는 어릴 때-선생님 이마 깨뜨리고”라는 일화다. 고향 춘천 시골집에서의 추억을 담았다. 밤을 줍다가 선생님을 호랑이로 오인해 돌을 던져 머리를 다치게 한 일화가 재미있게 묘사돼 있다. 선생은 이 글을 “지금에도 밤을 보면 어렸을 적 그 생각이 나고 또한 고향이 그립습니다”라고 끝내며 향수를 감추지 않는다.
독자담화실 내용을 일부 실어 어린이 독자들의 반응도 알 수 있다. 1929년 3월 이기원 외 38명은 “차 선생님께서 써주신 ‘정포은 선생과 이율곡 선생’의 이야기를 읽고 나도 걸한 인물이 되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불꽃같이 일어나서 나도 모르게 두 주먹을 단단히 쥐어지고 흩어졌던 온갖 정신이 모두 한 덩이 붉은 마음으로 변해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 앞으로 계속 그러한 역사 이야기를 써 주십시오”라고 썼다.
이번 발표는 13일 오후 2시 줌 화상회의로 열리는 2022 차상찬학술대회에서 이뤄진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에는 춘천 공지천 조각공원 차상찬 선생 동상 앞에서 추모행사도 진행된다. 김여진 beatl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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