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91] 더욱 견고해지는 통제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2022. 5. 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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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움직여 남을 누르는 일은 중국 성어 표현으로 선발제인(先發制人)이다. 줄여서는 ‘선제(先制)’라고 적는다. 남과의 싸움이나 다툼을 상정하는 상황에서 흔히 사용한다. 어떻게 하면 사람을 내 뜻에 맞춰 컨트롤할 수 있느냐는 통제(統制)에 관한 고민이다.

그런 까닭에 중국인들의 시선은 곧잘 남의 ‘급소’에 머문다. 앞서도 얘기했듯, 우선 요령(要領)이라는 단어가 그렇다. 두 글자는 각각 허리[腰]와 목 부위 주변[領]을 가리킨다. 이곳을 남에게 잡히면 옴짝달싹하기가 매우 힘들다. 따라서 ‘사안의 핵심’이라는 뜻을 얻었다.

옆구리도 마찬가지다. 이곳을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았을 때는 곧장 치명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자로는 보통 협(脅)이라고 적는 곳이다. 그 부위를 직접 힘으로 압박하거나 무기 등으로 노리는 행위 등은 협박(脅迫), 위협(威脅)이란 말로 잇는다.

팔꿈치도 그렇다. 뭔가를 하려 할 때 남에게 이곳을 잡히면 손을 움직이지 못한다. 따라서 일을 망가뜨릴 수밖에 없다. 그 경우를 철주(掣肘)라고 적어, 간섭(干涉)이나 방해 등으로 일을 그르치게 만드는 상황을 표현한다.

감독하며 관리하는 경우를 중국에서는 보통 ‘감관(監管)’이라는 단어로 곧잘 적는다. 앞 한자는 그릇에 물을 담아 스스로를 비춰보는 행위에서 비롯했다가 이제는 대상을 살피는 동작으로 자리를 잡았다. 뒤 글자는 ‘자물쇠’ 등의 뜻에서 발전해 열고 닫음의 개폐(開閉), 더 나아가 상황 등을 관리한다는 뜻으로 정착했다.

최근 공산당 정치국 단체 학습 자리에서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는 금융, 자본, 과학 등 모든 영역에서 ‘감관’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 단어는 무려 26차례나 등장해 큰 화제였다. 통제를 전 방위로 넓히겠다는 뜻이다. 코로나19 봉쇄·격리와 함께 중국의 향후 행보를 짐작하게 하는 언어 행렬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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