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와미래] 지역의 고령화가 야기할 사건들
생활환경·안전관리 악화 불러
빈집 늘고 지역 슬럼화 예고
지자체들 대응능력 강화 시급
저출산 누적으로 인한 전체 인구의 감소, 고령화, 지방 위기 등 인구 변동의 파장은 우리 사회 전체를 흔들면서 엄청난 사회경제적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위기의식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며 그것이 나의 일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에 대한 합리적 추론이다.
아마도, 거의 확실하게, 인구 감소가 심각한 지방 도시지역들에서는 주민이 줄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고객이 존재하여야 운영할 수 있는 백화점, 은행, 마트 등 상업·서비스 업체들이 대거 철수하게 된다. 특정 분야에서 시작되는 시설 폐쇄는 고용 근로자의 감소, 지역경제의 침체, 소비환경 악화로 이어지면서 연쇄적 철수를 야기한다.
상품과 서비스 유통망의 붕괴는 생활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새로운 문제들을 양산한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 주민에게 시장이나 상점 폐쇄로 생필품 구입이 어려워지는 것은 생활복지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특히 난방 문제는 더 심각할 수 있는데,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에서 주유소의 폐점은 지역의 난방위기(‘등유난민’)를 초래하고, 특히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피해가 더 집중된다.
도시지역에서 상품 유통망이 붕괴하면 노인들은 편의점이나 배송을 통한 간편식·냉동식에 더 의존하게 된다. 특히 이러한 식생활에 더 익숙한 새로운 노인세대는 간편식 과다섭취로 심각한 영양불균형이 나타날 위험이 높고, 이는 새로운 보건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초고령 인구위기 지역들은 자연재해에도 더 취약해진다. 주민이 줄어 안전 사각지대가 늘어나고 재해예방 인프라 관리도 부실해진다. 산불, 홍수, 폭설 고립 등 재난 발생 위험도는 높아지지만, 젊은 주민이 부족해 재해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크게 떨어져 피해는 더 커진다. 또한 재난 이후 생활터전을 재건하는 작업도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그러면서 재난 재발의 위기에 놓인다. 도시도 재난위기에서 자유롭지 않은데, 특히 폭염이나 위험물질 노출 등이 재난의 위험요소가 될 것이다.
쇠퇴지역에서는 빈집이 늘어나면서 화재, 범죄, 붕괴사고, 벌집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재건축이 어려운 지역의 저층 아파트들은 지역 슬럼화를 촉진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은 지역 활력도를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빈곤 심화와 교육여건 악화를 통해 지역과 연결된 새로운 계층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지자체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 정책담당자들의 인구 이해도와 정책개발 역량이 강화돼야 하고, 중앙정부는 역량 강화 교육과 선제적 대응들을 지원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개인·가계·기업·단체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인구 변동이 초래할 문제들에 대한 자기 예측 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상의 전망들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제안으로 새롭게 시도된 연구의 결과 중 일부다. 연구자의 비판을 수용하면서 새로운 모색의 기회를 마련해 준 것에 대해 이제 자리에서 사임한 서형수 전 부위원장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대 보건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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