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은하 블랙홀 모습 최초 포착..일반상대성이론 더 정확해졌다

조승한 기자 2022. 5. 1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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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 일본, 남미, 아프리카 등의 연구자로 구성된 ‘사건지평선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 국제공동연구팀은 12일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 영상을 발표했다. EHT 제공

우리 은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의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2019년 처음 블랙홀의 모습이 공개된 데 이어 두 번째로 블랙홀의 모습이 공개된 것으로 빛의 고리 속에 블랙홀이 자리잡은 검은 속이 나타나는 등 비슷한 모양으로 나타났다. 크기와 우주에서의 위치가 다른 블랙홀의 모양이 비슷하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블랙홀의 형태를 예측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더욱 정확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 일본, 남미, 아프리카 등의 연구자로 구성된 ‘사건지평선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 국제공동연구팀은 12일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 영상을 발표했다. 궁수자리 A 블랙홀은 2019년 관측된 초대질량블랙홀 ‘M87’에 이어 EHT팀이 촬영한 두 번째 블랙홀이다.

블랙홀은 질량이 극도로 압축돼 아주 작은 공간에 밀집한 천체다. 우주에서 가장 빠른 존재인 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중력이 강하다. EHT가 2019년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진 초대질량블랙홀 ‘M87’의 그림자를 관측해 공개하며 빛의 고리 안쪽에 존재하는 블랙홀의 모습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이는 주변 빛이 중력에 휘어 둥글게 만들어진 속에 내부 빛이 빠져나오지 못해 형성된 공간인 블랙홀의 ‘그림자’를 본 것이다.

EHT는 M87 결과를 발표하면서 궁수자리 A도 관측하고 있으며 분석에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궁수자리 A는 지구에서 2만7000광년 떨어져 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초대질량블랙홀이다. 질량은 태양의 430만 배로 추정된다. 라인하르트 겐첼 독일 막스플랑크 외계물리학 연구소장과 앤드리아 게즈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주변을 도는 별의 궤도를 토대로 궁수자리 A의 질량을 예측해 202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기도 했다.

궁수자리 A는 지구와의 거리가 M87의 2000분의 1 수준으로 가깝지만 질량이 1600분의 1에 불과해 관측이 더 까다롭다. 질량이 작을수록 블랙홀의 바깥 경계인 사건지평선 크기도 작아져 관측이 훨씬 어렵다. M87의 질량이 태양의 65억 배로 사건지평선 크기가 약 400억 km인 데 비해 궁수자리 A의 사건지평선 크기는 2500만km에  그친다. 우리 은하 속 별들이 궁수자리 A를 가리고, 궁수자리 A 자체도 산란을 일으키는 가스 구름에 둘러싸여 있어 관측이 더욱 어렵다. 

두 블랙홀이 서로 다름에도 비슷한 모양을 보인 것은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예측한 블랙홀의 모양이 어디서나 나타난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다. 이는 일반상대성 이론을 더욱 엄밀히 검증할 수 있는 증거란 평가다. EHT 연구팀은 “초대질량 블랙홀 주변 물질의 흐름을 분석해 은하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일반상대성이론의 정밀한 검증 등 새로운 결과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과학계에서는 이번 발견이 우리 은하 생성의 비밀을 풀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블랙홀 그림자를 포착한 만큼 블랙홀로 물질이 빨려들어가는 과정도 직접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M87과 궁수자리 A 블랙홀을 비교하면 블랙홀에서 물질이 방출되는 ‘블랙홀 제트’ 같은 현상의 물리적 기원을 이해할 수도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천문연구원 등 한국 연구진을 비롯해 세계 80개 기관 300명이 넘는 연구진이 참여했다. EHT는 스페인과 미국, 남극, 칠레, 그린란드 등 전 세계 8개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구현했다. 전파망원경이 동시에 천체를 관측하면 하나의 거대한 망원경으로 본 것처럼 해상도가 높아진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에 12일 실렸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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