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옆 행진 허용' 판결에..경찰 "즉시항고 승인 요청"(종합)

김진 기자 2022. 5. 12.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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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법무부에 승인요청..성사 가능성은 낮아
본안소송서 소명 의지..전례없는 변화에 총력 대응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역 인근 대통령실 출입구(미군기지 13번 게이트)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다. 2022.5.1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경찰이 오는 1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시민단체 행진을 조건부 허용한 법원 판결과 관련해 법무부에 '즉시항고 승인'을 요청했다. 본안소송을 통한 소명 의지도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12일 오후 "법원의 결정과 관련해 지난 11일 국가소송법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즉시항고 승인 요청을 했다"며 "즉시항고는 법무부 승인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성소수자 차별 반대 무지개행동(이하 무지개행동)'은 오는 14일 오후 용산역광장에서 사전집회를 개최한 뒤 삼각지역과 녹사평역을 거쳐 이태원광장으로 행진하겠다고 용산경찰서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집시법) 제11조3호을 근거로 이를 금지했다.

이에 무지개행동은 "집무실은 '관저'에 포함되지 않아 집무실 앞 행진이 가능하다"며 법원에 옥외집회금지통고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일부 인용했다.

경찰은 보완 자료가 제대로 제출이 안 된 상황에서 결정문이 나왔으며, 국회의사당이나 헌법재판소 등과의 형평성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즉시항고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 승인에는 통상 일주일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가 이례적으로 즉각 승인을 하더라도 행진 개최 전까지 결론이 나기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고, 법원의 앞선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도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로 인해 경찰 내부에서도 즉시항고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다만 경찰은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 및 행진과 관련해 "본안소송을 통해 사법부 판단을 받아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청은 "이번 결정 취지에 따라 집회가 계속될 경우 주변 도심권 교통체증과 소음 등 극심한 시민 불편이 예상되고, 대통령실의 기능과 안전도 우려된다"며 "국회와 대법원 등 헌법기관을 보호하는 집시법상 취지와 형평성도 고려돼야 한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14일 예정된 행진과 관련해서는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집회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보호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법원에서 허용한 범위 내에서 관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날 재판부는 행진을 제한 없이 허용할 경우 인근 교통과 대통령 경호에 예기치 못한 혼란이 우려된다며 단체가 행진경로를 지날 때 인도 및 하위 1개 차로를 통해 1회에 한해, 1시간30분 이내에 최대한 신속히 행진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8일 오후 청와대 경내에 불이 켜진채 밤이 깊어가고 있다. 2022.5.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 같은 경찰의 대응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분리된 전례없는 상황에서 집회 및 시위 개최 여부를 둘러싼 혼란이 지속돼선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 관계자는 "본안소송에서 다퉈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한다"며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 및 시위에 대한 논란은 새 정부 들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면서 불거졌다.

집시법 제11조 제3호는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서 옥외집회나 시위를 개최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사당이나 헌법재판소, 각급 법원 등 헌법기관 역시 100m 이내 개최 금지 대상이다.

청와대의 경우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한 공간에 있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집무실을 이전하며 '관저'의 범위를 해석하는 문제가 생겼다.

이에 경찰은 입법 취지와 기존 판례 등을 바탕으로 대통령 집무실도 관저에 포함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용산 집무실과 관저 반경 100m 이내 집회 및 시위를 모두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당시 일부 시민단체는 경찰의 유권해석이 국민의 의사표현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관련 논평에서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명확히 구분한 법원의 과거 판결을 언급하며 "만약 집무실 인근 집회를 불가피하게 제한해야 한다면 현행 집시법을 개정하는 등 국회의 입법을 거쳐야 할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2016년 경찰이 청와대 연풍문 앞 집회 신고에 대해 금지를 통보하자 행정소송을 냈으며, 당시 법원은 판결문에서 "대통령 관저는 국가가 마련한 대통령의 저택"이라며 "이전부터 지금까지 청와대 외곽담장 안에 대통령 집무실 및 비서관 업무시설 등과 단지를 이뤄 설치됐다"고 봤다.

soho090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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