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주식 급락장.. 배달음식 끊고 찬물샤워하고 약수터 갑니다" [왕개미연구소]
“배민과 쿠팡 어플 지우기, 세탁기 대신 손빨래 하기, 생수 사지 말고 약수터 가기, 건강에 좋은 찬물 샤워하기, 휴지 절약하기, 자차 대신 버스·지하철 타기, 마트 대신 동네시장 가기, 불필요한 전기는 끄기...”
주식과 코인이 동반 급락한 검은 목요일인 12일, 공포에 휩싸인 투자자들은 ‘주식쟁이와 코인쟁이가 오늘부터 할 일’이란 메시지를 공유했다. 극한의 패닉장에서 마음의 고통을 달래면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개인 투자자들이 알아두면 좋을 행동 지침들이 담겨 있다. 총 15개에 달하는 주식쟁이와 코인쟁이의 위기 관리 리스트에는 ‘산책하러 나가서 바닥을 보고 다녀라, 운 좋으면 500원, 1000원을 주울 수 있다’는 웃픈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양매도 공세로 장중 2546선까지 하락하면서 연중 최저점을 찍었고, 전날보다 1.63% 하락한 2550.08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2020년 11월 19일(2547.42)이후 1년 반 만에 최저치다.
코스닥은 빚내서 주식을 샀다가 돈을 갚지 못해 주식이 강제 처분되는 반대매매가 나오면서 장중 3.8% 넘게 급락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안 그래도 여러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데 코스닥에선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8% 하락한 833.66으로 마감해 종가 기준 2020년 11월 4일(826.97) 이후 최저였다.
고물가 속에 미국 중앙은행이 긴축에 속도를 낼 것이란 우려가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8.3%올라 시장 전망치(8.1%)를 상회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지속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혼란스러운 시기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형 증권사 A씨는 “코인은 지식이 일천해 모르겠고, 주식은 지금이라도 다시 한 번 보유 자산에 대해 점검해 봐야 한다”면서 “매크로 때문에 손실이 났다고 인정하고, 지난 사업보고서, 분기보고서, 기사, 주총 때 나온 가이던스 등을 따져보고, 물린 상태에서 정신 승리라도 하려면 내가 주주로 더 있어도 되는 회사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야만 향후 반등 시기에 시장을 따라 빨리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 B씨도 “적당한 규모의 일시적인 손실은 큰 일이 아니지만 상당한 손실을 복구하려면 수십년이 걸릴 수 있다”면서 “현금이나 단기채 같은 전통적으로 방어적인 자산들은 주가가 하락할 때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으니 피난처로 삼을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푹 쉬면서 다른 곳에 관심을 돌리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가상화폐 시장에서 투매가 이어지면서 코인 투자자들도 패닉에 빠졌다. 지난 2018년 싱가폴에서 설립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Terraform Labs)’가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인 테라(UST)와 자매코인(sister coin)인 루나 폭락이 초대형 악재였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등 법정 통화에 연동된 가상화폐를 말한다. 테라폼랩스는 대원외고, 스탠포드대학 졸업에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한국 국적의 권도형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곳이다.
테라는 코인 1개당 가치가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됐고, 루나는 테라의 가치를 유지하는 용도로 발행됐다. 가격이 급등했을 때 테라 시가총액은 184억달러(약 23조7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테라가 1달러 밑으로 추락하면서 루나도 동반 폭락했다. 어린이날인 지난 5일만 해도 10만6700원에 거래됐던 루나는 12일 500원까지 떨어졌다. 하락률로 따지면 -99.5%로, 사실상 ‘깡통코인’이 됐다. 싱가폴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권 CEO가 지난 4월 말 테라폼랩스서울 법인을 청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포는 극에 달했다.
미국에선 테라와 루나가 촉발시킨 가상화폐 시장 혼란이 금융시장 전체 시스템 붕괴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셰러드 브라운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한국산 가상화폐(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강력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주 복잡한 (가상화폐) 상품은 미국 국민이 힘들게 번 돈을 위험에 빠트리고 다른 경제 영역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규제를 촉구했다.
앞서 지난 10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테라 폭락 사태를 언급하며 스테이블 코인 규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전날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스테이블 코인은) 급격히 성장하는 상품이며 금융 안정에도 취약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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