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하 중심 블랙홀 첫 관측..'빛나는 도넛 모양'

이정호 기자 2022. 5. 12.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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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사건지평선망원경(EHT)으로 관측된 궁수자리A 블랙홀의 모습. 가운데 검은 부분은 블랙홀을 포함한 그림자이고, 밝은 부분은 블랙홀 중력에 휘어진 빛이다. EHT 제공

한국 과학자들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이 우리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A 영상을 포착해 공개했다.

공동 연구진은 12일 전 세계에 산재한 8개의 전파망원경을 슈퍼컴퓨터로 연결해 거대한 대륙 크기의 전파망원경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사건지평선 전파망원경(EHT)’으로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EHT를 중심으로 구성된 이번 연구진에는 세계 80개 기관, 300여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번에 관측된 궁수자리A 블랙홀은 우리은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다. 포착된 블랙홀의 전체적인 모양새는 도넛을 닮았다. 중심에서 보이는 검은 부분은 블랙홀의 그림자이다. 고리처럼 생긴 밝은 부분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다.

이번에 영상으로 포착한 궁수자리A 블랙홀은 2019년 인류 사상 처음으로 영상이 공개된 M87 블랙홀에 이어 EHT 팀이 촬영한 두 번째 블랙홀이다.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한 궁수자리A 블랙홀은 지구에서 약 2만7000광년 떨어져 있으며, 질량이 태양보다 약 400만배 크다. 태양계에서 거리가 M87 블랙홀과 비교해 2000분의 1에 불과하다. 가깝다는 뜻이다. 하지만 M87에 비해 1500배 이상 질량이 작아 블랙홀 주변의 가스 흐름이 급격히 변하는 게 문제였다. 영상이 심한 산란 효과를 겪어 M87보다 관측이 어려웠던 것이다.

EHT 연구진은 이번에 촬영한 우리은하 중심의 궁수자리A 블랙홀이 초대질량블랙홀 가운데 가장 작은 편인 반면, 2019년 모습이 공개된 M87 블랙홀은 가장 큰 편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크게 다른 중력으로 인해 어떤 물리적인 차이가 생기는지 확인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한국천문연구원은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3기가 EHT 다파장 캠페인에 참여해 궁수자리A 블랙홀 형태가 원형에 가깝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속한 한국천문연구원 손봉원 박사는 “궁수자리A 블랙홀은 인류가 직접 관측한 블랙홀 중에 가장 가깝다”며 “KVN이 EHT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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