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체관광위 전문위원의 망언[기자메모]
[경향신문]
“기금은 세금이 아니다. 기금이 없어서 못 주는 게 아니다. 스포츠토토로 번 돈이니까 다 써도 된다.”
지난 11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문위원이 한 말이다. 기금 사용, 정부 기금 관리 지침 등을 안일하게 보는 듯한 발언으로 공무원 입에서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토론회는 국가대표 경기력 향상을 위한 지원 사업을 누가 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체육회 자체적인 지원팀을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은 그동안 지원사업을 해온 전문성에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사업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맞섰다.
지금까지 국가대표팀 의과학 지원은 과학원 중심으로 진행됐다. 예산 31억원으로 과학원은 40명 지원팀을 꾸려 진천선수촌에 파견했다. 예산이 적은 데다, 과학원과 선수촌 간 물리적 거리도 있어 지원 범위와 정도, 종목지도자와 소통 등에서 문제가 생겼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자신들이 직접 지원 사업을 하겠다고 요구했고 과학원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세 단체 모두 예산 편성 또는 증액을 전제로 한 요구였다.
국가대표팀 의과학적 지원은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진행됐다. 기금은 국민이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경륜, 경정, 카지노 등을 하면서 낸 돈이다. 기금을 더 확보하려면 의과학적 지원 방안에 대한 체육계 차원의 통합적인 그림이 있어야 한다.
비단 대표팀만을 위한 게 아니라 국민 체력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야 함은 물론이다. 체육회와 과학원이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은 기획재정부는 물론 국민부터 설득할 수 없다.
한국체육은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됐다. 둘을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돼야 전문체육도 살고 생활체육도 활성화한다.
박동호 인하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전문체육 지원은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생활·지방체육은 국민체육진흥공단(과학원 소속 상위기관)이 담당하자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전문·생활체육 통합 시대에 장애인·비장애인, 전문체육·지방체육·생활체육을 구분하는 것은 안 맞는다”고 말했다.
기금은 국민이 낸 돈으로 세금과 마찬가지다. 기금을 쓰려면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국민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집행돼야 한다. 대표팀 의과학 지원도 대표팀에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 국민 체력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통합적으로 재정비돼야 한다. 기금은 특정 단체가 자의적으로 써도 되는 돈이 아니다.
체육계는 세금, 기금으로 돌아가고 체육인들도 그걸로 먹고살고 있지 않은가.
김세훈 스포츠부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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