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합천, 혈투 끝에 셀트리온 꺾고 바둑리그 정상에

[스포츠경향]

한국기원 제공

정규리그 1위 수려한합천이 창단 첫 우승에 성공했다.

수려한합천은 12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2021~2022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셀트리온에 3-2 역전승을 거뒀다.

1차전에서 3-0, 2차전에서 3-1로 승리했던 수려한합천은 3차전에서 2-3으로 덜미를 잡히며 상승세가 잠시 멈추는 듯 했으나 4차전을 고전 끝에 승리하며 창단 첫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날 역시 주도권은 셀트리온이 쥐었다. 셀트리온은 주장 신진서 9단이 박영훈 9단에 불계승하며 4차전 첫 승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 시즌 27연승을 이어간 신진서 9단은 지난 시즌까지 합산하면 바둑리그에서 29연승 신기록 질주를 계속했다. 이어 셀트리온의 맏형 조한승 9단이 김진휘 5단에 불계승하며 디펜딩 챔피언다운 저력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하지만 셀트리온의 승리 행진은 여기까지였다. 벼랑 끝에 몰린 수려한합천은 막내 박종훈 5단이 이원도 8단에 천금같은 반집승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고 주장 박정환 9단이 원성진 9단에게 역전 불계승을 거두며 2-2 타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화룡점정은 나현 9단이 찍었다. 3지명 맞대결에서 나현 9단은 강승민 8단에 흑 불계승을 거두며 수려한합천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9시 55분에 끝난 4차전은 11시간55분이 소요되며 이번 시즌 챔피언결정전 최장시간 신기록으로 기록됐다.

창단 3년 만에 바둑리그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수려한합천은 지난 4월 막을 내린 퓨처스리그에서도 정상에 올라 1, 2군 통합우승을 완성했다. 바둑리그와 2군 격인 퓨처스리그를 동시에 우승한 것은 2014년 티브로드, 2017년 정관장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수려한합천 고근태 감독은 “창단 3년 만에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는데 우승까지 할 줄 몰랐다. 합천 군민들에게 우승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며 “선수단과 합천에 내려가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주장 박정환 9단은 “오늘 바둑은 정말 어려웠는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3차전에서 내가 끝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쳐 실망스러웠지만 마지막에 팀원들이 힘을 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팀 우승을 결정한 나현 9단은 “초반에 바둑이 잘 풀렸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집이 없어서 나중에 어려웠다”면서 “반집 정도는 나쁘다고 봤는데 마지막에 서로 실수가 나왔고 실전에서 패가 나 어지러워졌던 것 같다”는 국후 소감을 전했다.

한편 정규리그 6위로 플레이-인 토너먼트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까지 모두 승리하며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했던 디펜딩 챔피언 셀트리온은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챔피언결정전에서 3승으로 활약했지만 믿었던 원성진 9단이 4패를 한 것이 팀 패배로 연결되고 말았다. 수려한합천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바둑리그의 시상식은 내달 8일 오후 2시부터 한국기원에서 열린다. 바둑팬 투표 50%와 바둑기자단 투표 50%를 합산해 선정되는 MVP는 시상식 당일 발표될 예정이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