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우주] 우리은하 중심 블랙홀 선명하게 찍었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사상 최초로 우리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이 선명하게 포착됐다.
한국천문연구원(원장 박영득)이 참여한 EHT 국제 공동 연구팀은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Sgr A) 영상을 포착해 12일 늦은 밤 공개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 협력에 기반을 둔 8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으로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
궁수자리 A 블랙홀은 M87에 이어 EHT 팀이 촬영한 두 번째 블랙홀이다.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한 궁수자리 A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약 2만7천 광년 떨어져 있다. 질량은 태양보다 약 400만 배 크다. 태양계로부터의 거리가 M87 블랙홀과 비교해 2천분의 1 정도로 가까워 블랙홀 연구의 유력한 대상이다.
EHT는 전 세계에 산재한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어 블랙홀의 영상을 포착하려는 국제협력 프로젝트이다. 사건지평선이란 블랙홀 안팎을 연결하는 지대를 뜻한다.
M87에 비해 1천500배 이상 질량이 작아 블랙홀 주변의 가스 흐름이 급격히 변하고 영상이 심한 산란 효과를 겪어 M87에 비해 관측이 어려웠다.
이번 연구를 위해 세계 80개 기관, 300명이 넘는 EHT 연구팀원이 참여했다. 특히 대규모 블랙홀 관측자료를 처리하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동시에 블랙홀에 대한 다량의 영상을 재현해 이를 비교하는 모의실험을 5년간 끊임없이 진행했다. 관측자료 보정과 영상화 작업 끝에 연구팀은 고리 형태의 구조와 중심부의 어두운 지역인 블랙홀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후속 연구로 EHT 연구팀은 초대질량 블랙홀 주변의 부착흐름을 분석하는 이론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은하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추가 연구를 통해 일반상대성이론의 정밀한 검증 등 새로운 결과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EHT 과학이사회(EHT Science Council)의 공동 위원장인 세라 마르코프(Sera Markoff)는 “궁수자리 A 블랙홀과 M87 블랙홀은 매우 유사한 모양을 보이는데, 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한 것”이라 설명했다.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3기는 EHT 다파장 캠페인에 참여해 궁수자리 A 블랙홀의 구조가 원형에 가까움을 확인했다. 이로부터 블랙홀의 부착원반면이 지구 방향으로 향하고 있음을 제시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소속 등 국내 연구자와 해외 거주 한국인 연구자들은 EHT 주요 망원경인 칠레의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와 하와이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 운영에 참여해 이번 연구의 관측, 자료처리, 영상화에 이르는 다양한 과정을 수행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궁수자리 A 블랙홀은 집단지성으로 인류가 직접 관측한 블랙홀 중에 가장 가까운 블랙홀”이며“한국천문연구원은 공동으로 운영하는 ALMA, JCMT 망원경 참여를 넘어 KVN이 EHT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궁수자리 A 블랙홀의 영상화 과정에 참여한 조일제 박사(스페인 안달루시아 천체물리연구소)는 “이번 영상은 빠르게 변화하는 블랙홀의 그림자를 포착해 천체가 정적이라고 가정하고 촬영하는 기존 전파간섭계 영상화 과정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머지않아 블랙홀로 물질이 빨려 들어가는 과정도 직접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김재영 경북대 교수는 “이전 M87 블랙홀과 비교해 궁수자리 A 블랙홀은 제트와 같은 강력한 물질 분출 현상이 없는 블랙홀로 이 두 블랙홀의 EHT 영상을 함께 연구함으로써 현대 천체물리학의 가장 큰 난제들 중 하나인 블랙홀 제트의 물리적 기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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