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존 리의 공안 통치' 그림자
[경향신문]
홍콩 가톨릭 지도자인 조지프 젠(陳日君·90·사진) 추기경 등 민주진영 인사 4명이 지난 11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2일 보도했다. 홍콩에서 친중 성향 경찰 출신 첫 행정장관인 존 리(李家超)의 당선이 확정된 지 며칠 만에 이들에 대한 전격적인 체포가 이뤄지면서 ‘공안 통치’ 강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612 인도주의지원기금’의 신탁관리자라면서 “외국 조직에 홍콩에 대한 제재를 촉구해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4명 모두 보석으로 풀려나지만 국외 여행을 위한 서류가 압류될 것이라며 “체포 작전은 아직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612 인도주의지원기금은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에 참여해 기소 위기에 처하거나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 기금은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당국이 기부자와 수령인 등에 대한 정보를 넘기라고 요구하자 지난해 10월 자진 해산했다.
로이터통신은 “젠 추기경은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제정하고 본토에서 일부 가톨릭 주교를 박해한 것을 포함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아래 중국에서 권위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것을 비판해왔다”고 전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평화적인 활동을 이어온 젠 추기경을 체포한 것은 홍콩 내 인권 침해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최악의 사례”라며 “차기 정부에서 인권에 대한 탄압이 더 심각해질 것이란 불길한 징조”라고 밝혔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젠 추기경이 체포됐다는 소식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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