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역 발포, 최세창이 직접 무전 승인 요청"[5·18진상규명위 보고회]

윤기은 기자 2022. 5. 12.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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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발포 당시 계엄군 진술 확보
M60기관총으로 위협 사격도
성폭행 범행 46건 조사 착수

서울 중구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 12일 열린 대국민 보고회에 참석한 송선태 위원장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1980년 5월 광주에서 신군부 세력의 공식 발포 명령이 내려지기 전 있었던 ‘광주역 집단 발포’가 현장 지휘관 명령에 따라 계획적으로 벌어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다큐멘터리영화 <김군>의 사진 속 시민군이 북한군이라는 극우인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진상규명위)는 12일 서울 중구 위원회 대강당에서 ‘대국민 보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규명위는 1980년 5월20일 광주역 집단 발포 당시 계엄군이 광주역 주변 건물 옥상에서 M60기관총으로 위협 사격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종전까지 광주역 발포는 박모 대대장 등이 시위대의 차량 공격을 저지하느라 차량 바퀴에 대고 권총을 발사한 데서 비롯됐다는 식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진상규명위는 현장 작전에 참여한 계엄군 530명을 방문조사해 최세창 당시 제3공수여단장이 광주역 현장에서 지휘했고, 최 여단장이 무전으로 발포 승인을 요청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광주역 집단 발포로 그간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부상자가 발생한 사실도 확인됐다. 1995년 검찰 수사에선 해당 사건으로 사망자 4명과 부상자 6명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진상규명위는 광주역 일대 병원의 진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부상자는 최소 16명이라고 했다.

영화 <김군>에서 지만원씨에 의해 북한 특수군 ‘광수 1호’로 지목된 사진 속 인물은 시민군 차복환씨로 밝혀졌다. 이날 대국민보고회에 모습을 드러낸 차씨는 “지난해 아내가 <김군> 영화에 나온 사진을 보고 ‘당신 아니냐’며 물었고 그때 내가 ‘광수 1호’로 지목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 ‘죽어도 좋다’는 서류에 사인을 한 뒤 전남도청에서 지급받은 시민군 군복을 입고 있을 당시 언론사 사진기자가 날 찍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를 북한에서 내려온 사람이라 왜곡한 지만원씨가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다면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진상규명위는 1980년 5월21일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 현장에서 조준사격을 당해 장갑차 위에서 사망한 청년의 신원도 확인했다. 그는 1963년생 전남 해남 출신의 목공소 견습생인 김준동씨로, 한때 무명열사로 5·18 구묘지에 안장돼 있다가 2002년 광주광역시가 추진한 ‘행불자 소재찾기 사업’을 통해 신원이 확인됐다.

진상규명위는 계엄군의 성폭행 범행 46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송선태 진상규명위 위원장은 “전두환, 노태우는 이미 사망했고 정호용, 이희성 등 당시 내란 집단의 핵심 인사들은 진술을 거부하거나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며 “위원회는 진술을 확보해야 할 44명의 핵심 인사를 선정해 조사안내장을 발송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당사자 거절 등으로 아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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