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인권·약자 권리 침해" 내세울 자격 있는가[기자메모]
[경향신문]
검사의 수사권을 축소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내용의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지난 9일 공포됐다. 검찰은 한 달여간 ‘인권’ ‘사회적 약자를 비롯한 국민의 권리 침해’를 법 개정을 반대하는 사유로 들었다. 일선 검찰청은 매일 이런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검사들은 내부망에 비슷한 글을 쏟아냈다.
검찰의 본령은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니 검찰이 시민의 인권을 강조하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검사들은 검찰이 인권을 침해한 사건에 대해서는 성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달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에 반발해 열린 평검사 대표회의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평검사들은 “과거에 비판받았던 사건들에 관여한 검사들이 많지 않았다”며 “그 사건의 기록을 직접 보지 않고 왈가왈부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구체적인 사건을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일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에 책임이 있는 이시원 변호사를 공직기강비서관에 임명했다. 이 사건은 수사, 기소, 공소유지의 전 과정에 걸쳐 문제점이 드러난 사건이다. 피의자 유우성씨의 인권은 참혹하게 유린됐다. 책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제 식구 감싸기, 보복 기소와 공소권 남용과 같은 검찰의 고질적 문제도 빠지지 않았다.
검찰의 존재 이유를 송두리째 부정한 이 사건 책임자에게 심지어 국가의 공직기강을 맡겼는데도 검찰에선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대법원은 지난해 검찰이 유씨를 대북송금 혐의로 기소한 것은 공소권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보복 기소’였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과거 “수사권 갖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고 했는데, 검찰이 그런 짓을 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때도 검찰에서 반성과 참회의 반응을 찾기는 힘들었다.
“박탈되는 것은 검찰의 수사권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검사들의 외침이 공허하게 들린 것은 익히 보아온 검사들의 이런 무딘 ‘인권 감수성’ 때문인지 모른다. 검찰권 축소를 막는 수단으로 ‘인권’과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내세운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보라 사회부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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