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사람·물자 지역 간 이동 금지 "코로나 즉각 공개, 다급함 드러내"
[경향신문]
의료체계 취약·의약품 부족
국제사회에 도움 요청 예상
중국식 극단적 봉쇄 대신
경제 충격 최소화 ‘안간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처음 인정한 북한이 ‘최대비상방역체계’에 돌입했지만 쓸 수 있는 방역조치 카드는 많지 않다. 코로나19로 국경 빗장을 걸어 잠가 지난 2년간 국제사회로부터 의료품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 데다 보건의료체계가 워낙 취약하기 때문이다. 유일한 카드가 ‘강력한 봉쇄’이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방역과 경제 사이의 줄타기도 쉽지 않다.
1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당 정치국 회의에서 ‘철저한 봉쇄와 격폐’를 지시하면서도 “계획된 경제사업에서 절대로 놓치는 것이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농사업, 중요 공업 부문들과 공장, 기업소 등의 최대 생산, 화성지구 1만세대 살림집 건설과 련포온실농장 건설” 등 구체적 사업도 언급했다. 중국처럼 오미크론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 주민들의 이동 및 경제활동을 전면 중단시키는 극단적 조치 대신 지역 간, 생산·생활 단위 간 이동을 우선 금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지역 간, 생산단위 간 사람과 물자 이동이 차단되면 제품 생산에 필요한 물자의 공급도 중단될 수밖에 없어 결국은 생산활동도 중단될 수밖에 없다”면서 “북한은 심각한 식량난과 현재 중국 같은 대혼란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새벽에 회의를 하고 즉각 공개한 것은 당정군민의 일심단결만이 극복할 수 있다는 다급함을 드러낸다”고 했다.
김정은 정권이 코로나19를 언제, 어느 정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는 향후 북한 행보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당장은 ‘자력갱생 방역’에 나서겠지만 확산이 지속된다면 국제사회에 백신이나 치료제를 지원해달라고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다. 다만 주민들에게 공급되기까지는 수개월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코로나19 방역을 강화하면서 평양 등에 머물던 국제기구 상주직원들이 모두 철수한 상태고, 외부에서 오는 물자를 하역장에 ‘격리’한 뒤 유통시키는 방역조치 때문에 수주일이 더 소요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 지원 요청은 북한식 비상방역체제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라 김 위원장의 지도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북한은 이날 오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당초 방역 대응을 위해 북한이 ‘무력시위 시간표’를 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방역과 국방력 과시는 별개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양무진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심을 미사일 등 안보문제로 돌리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면 “코로나19와 ‘국방력 강화’의 분리전략이 유지된다면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 전후 핵실험 가능성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핵 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를 주민들의 사기 진작에 사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이날 정치국 회의에서 6월 상순에 ‘중요문제를 토의하기 위한 제8기 제5차 전원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이 전원회의에서 현재의 방역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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