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부 장관도 참석 '혼합 국무회의'..한동훈·정호영은 빠져
[경향신문]
박진·이상민 임명 강행…문재인 정부 권덕철·노형욱 참석
한동훈 등 ‘낙마 리스트’ 배제…지방선거 염두에 둔 포석
윤석열 정부의 12일 첫 국무회의는 새 정부와 문재인 정부 국무위원들이 혼재된 상태로 열렸다. 윤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장관 2명의 임명을 강행했지만, 새 정부 국무위원으로만 채우지는 않았다. 야당과의 즉각적 정면충돌은 피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은 이날부터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6·1 지방선거 전 국회 통과를 위한 잰걸음에 돌입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는 11명의 국무위원이 참석했다. 총리 권한대행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윤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위원 9명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리했다. 의결정족수인 11명 기준에 맞춰 신구 정부 국무위원이 모인 형태다.
전날까지 윤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위원은 추 부총리 등 7명이다.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완료된 이들이다. 윤 대통령은 이에 더해 이날 오전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추 부총리 제청을 거쳐 임명했다. 두 장관 인사청문보고서가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채택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외교부와 행안부가 각각 한·미 정상회담과 6·1 지방선거 주무 부처라는 점을 염두에 뒀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국무위원을 새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으로만 채우지는 않았다. 이날 오전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보고서 정부 송달 절차로 인해 국무회의 전 임명을 강행하지는 않았다. 민주당이 ‘낙마 리스트’에 올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도 임명을 미뤘다. 대선 핵심 공약인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추경안을 새 정부 인사 중심의 국무회의에서 처리하면서도 야당 반발을 고려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영·이창양 장관 후보자는) 국무회의에 참석시킬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와주신 두 분은 국정운영을 공백 없이 이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추 부총리가 총리 권한대행으로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지적에는 “이전 정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고 그때도 큰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이 있던 걸로 안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날 박진·이상민 장관 임명 강행을 강하게 비판해 추가 임명 강행이 이뤄질 경우 정국경색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민심을 역행한 장관 임명 강행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과 더불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정 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 민주당이 낙마 리스트에 올린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임명 여부는 이달 안에 판가름 난다. 국회의 추경안 처리, 지방선거 정국과 맞물려 여야 충돌이 격화할 수 있는 환경이다.
윤 대통령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손실보상을 위한 추경안 처리를 서두른 데는 복합적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실보상 50조원’ 공약은 윤 대통령의 핵심 공약으로 각인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치면서 한 차례 공약 후퇴 논란을 겪어 속도조절에 나설 경우 논란이 확산할 우려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대선 연장전으로 불리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많다. 지방선거 승패에 초반 국정운영 동력이 달려있는 만큼 손실보상 속도전으로 정부 신뢰도와 지방선거 유권자 지지를 동시에 높이는 양수겸장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지방선거 총력전에 들어간 국민의힘도 5월 내 추경안 통과를 강조하며 민주당 압박에 나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5월 안에 추경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 가능하도록 야당과 신속히 협의해달라”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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