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中 행정장관 뽑자마자… 홍콩 민주운동 지원 90세 추기경 체포
천주교 홍콩 교구 주교를 지낸 천르쥔(陳日君·90) 추기경 등 4명이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지난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 당시 체포·부상자를 지원하는 재단 운영에 관여하면서 외국과 결탁했다는 혐의다.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원해온 천 추기경이 경찰에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2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천 추기경을 비롯해 쉬바오창(許寶强) 링난대 전 객좌교수, 우아이이(吳靄儀) 전 홍콩 입법회 의원, 가수 데니스 호 등 4명이 지난 10~11일 경찰에 체포됐다가 11일 밤 보석으로 석방됐다. 여권을 당국에 제출하고 8월 상순 경찰에 출두하는 등의 조건이 붙었다. 홍콩 경찰은 11일 “6·12 기금 신탁인으로 외국 세력과 공모해 국가 안전을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했다. 홍콩 경찰은 12일에도 6·12 기금 신탁인인 허슈란(何秀蘭) 전 입법회 의원을 체포했다.
6·12 인도주의 지원 기금은 지난 2019년 범죄인 송환법 개정 반대로 시작된 반정부 시위 당시 경찰에 체포되거나 부상당한 시위 참가자의 의료·법률 지원을 위해 설립된 단체다. 중국 관영 매체로부터 “폭력 지원 기금”이라고 비판을 받다가 작년 8월 운영 중단을 선언했고, 10월 기금 사무처를 해산했다.
체포된 천 추기경은 2002~2009년 천주교 홍콩 교구 주교를 지냈다.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 시위, 중국 천안문 사태 추모 시위 등에 여러 차례 참석하며 홍콩 민주 진영을 지원해왔다. 교황청은 11일 성명을 통해 “천 추기경 체포 소식을 우려 속에 접했고 상황을 극도로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대변인, 영국 외교장관 등도 홍콩 당국의 체포를 비판했다. 홍콩 정부는 “적법한 법 집행으로 체포자의 직업이나 종교적 배경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홍콩 경찰은 6·12 기금이 외국 세력과 어떻게 연관됐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과 바티칸(교황청)은 외교 관계가 없기 때문에 홍콩은 천주교의 중화권 거점 역할을 해왔다. 캐리 람 현 행정장관이나 오는 7월 취임하는 리자차오 차기 행정장관 모두 천주교 신자다.
이번 체포는 ‘베이징 충성파’로 불리는 리자차오 전 정무사장(총리 격)이 지난 8일 간접 선거를 통해 차기 행정장관에 임명된 직후 이뤄졌다. 경찰 출신으로 처음 행정장관으로 임명된 그는 홍콩 경무처 부처장, 보안국장 등을 거친 공안통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앞으로 시민 단체와 종교 등에 대해 강력한 통제를 바탕으로 한 ‘철권통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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