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사 "청남대에 박근혜 동상"..시민단체 "탄핵당한 사람" 발끈
[경향신문]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옛 대통령 별장인 충북 청주 청남대에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동상 설치 의사를 밝히면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충북 5·18민주항쟁 42주년 행사위원회(이하 행사위원회)는 12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충북도가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며 “국정농단으로 탄핵당한 박근혜 전직 대통령의 동상을 청남대에 설치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들이 기자회견을 연 이유는 이시종 충북도지사의 발언 때문이다. 이 지사는 지난달 11일 청남대 임시정부기념관 개관식에서 축사를 하며 “대통령 중 미처 건립하지 못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상과 기록화도 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행사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탄핵으로 예우가 박탈된 박근혜씨의 동상을 세우는 것은 도발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재자, 범법자 대통령들을 기억하는 방법이 위압적인 동상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이 지사가 언급한 문재인 전 대통령 동상건립은 청남대의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를 제정한 뒤 추진해야 하는 것”이라며 “기준과 원칙을 세우기 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행사위원회는 이밖에 전직 대통령 전두환·노태우씨 동상 교체도 요구했다. 이들은 “독재자를 미화하는 동상이 청남대에 서 있는 것은 민주화운동을 모독하는 처사”라며 “군사반란과 범법자들 동상은 사과하는 형상의 동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위원회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의 대안을 찾기 위한 워크숍을 내달 4일 진행한다.
충북도 관계자는 “대통령 동상 추가 건립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가 전혀 없다”며 “향후 동상 제작과 관련해 여러 의견을 수렴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을 가진 청남대는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가 대통령이었던 1983년 건설됐다. 역대 대통령들의 여름휴가 장소로 이용되다가,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충북도로 소유권을 넘기면서 민간에 개방됐다.
앞서 2020년에도 청남대에 설치된 전씨와 노씨의 동상 철거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당시 충북도는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을 철거가 아닌 청남대 내 다른 장소로 이전하고, 동상 주변에 그들의 사법적 과오를 적시한 안내판을 세우는 것으로 논란을 봉합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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