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콧속 마스크
[경향신문]
코로나19 팬데믹이 수그러들면서 일상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바이러스의 도전에 응전하는 과정이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뜻이다. 인류 역사를 ‘도전과 응전’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낸 영국의 사학자 아널드 토인비(1889~1975)의 통찰력을 되새기는 요즘이다.
인류 역사는 질병 응전의 역사라 할 수도 있다. 현대 인류의 최대 난적이라는 바이러스성 전염병만 봐도 그렇다. 14세기 흑사병(페스트)에서부터 19세기의 콜레라, 20세기 스페인·아시아·홍콩 독감과 후천성면역결핍증, 21세기 사스·신종플루·메르스·에볼라와 코로나19까지 응전은 이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수백만~수천만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하지만 인류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해 대응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극복과정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인이 마스크를 착용해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내는 사이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해냈다. 응전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 출자로 창업한 기업이 콧속의 바이러스·세균을 죽이는 기술을 적용한 의료기기를 개발했다. 특수한 나노 입자가 포함된 약물을 콧속에 스프레이 방식으로 분사한 뒤 발광다이오드(LED) 광원을 쪼이면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이 95% 이상이 사멸한다. 코로나19의 복제도 막는다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판매 인증도 받았다. ‘콧속의 마스크’ ‘뿌리는 마스크’라 할 이 기기는 방역 마스크와 더불어 코로나19 등 호흡기 질환을 막을 또 하나의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류 문명의 발달과 함께 바이러스도 변종을 만드는 등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퇴치의 불가능성, 또 다른 바이러스의 유행을 예고하고 있다. 21세기를 ‘전염병의 시대’라 부르는 까닭이다. 전염병의 원인은 다양하다. 그중 확실한 하나가 환경의 파괴다. 일부에서 새로운 전염병을 전통적 의미의 ‘전염병(epidemic)’이 아니라 ‘환경전염(감염)병(에코데믹·eco-demic)’으로 부르자고 하는 이유다. 현대의 전염병은 ‘인재(人災)’로, 의학적 문제이지만 생태적 문제이기도 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인류 생존방식의 대전환, 새로운 응전을 준비할 때이다.
도재기 논설위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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