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출신 산업화 1세대.. 식품·유통기업 키워

구자학 아워홈 회장 1930-2022

구자학 아워홈 회장. <아워홈 제공>

럭키금성그룹과 LG반도체, LG엔지니어링, LG건설 등을 이끌고 아워홈을 국내 대표 단체급식·식자재 유통기업으로 키운 산업화 1세대 경영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별세했다. 향년 92세다.

12일 구자학 회장 유족 측은 이날 오전 5시 20분께 구 회장이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1960년대부터 식품, 화학, 전자, 건설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경영한 산업화 역사의 산증인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00년 LG 계열사의 음식서비스 사업부를 독립시켜 매출 1조7000억원의 종합식품기업으로 키워냈다.

구 회장은 1930년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령으로 예편했다. 1957년 고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셋째 딸인 이숙희씨와 결혼했고, 이후 구 회장은 10여년간 제일제당 이사와 호텔신라 사장 등을 역임했다.

결혼 후 삼성그룹에 몸담았던 구 회장은 1969년 삼성이 전자산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LG(당시 금성)와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자 LG그룹으로 돌아가 럭키 대표이사, 금성사 사장, 럭키금성그룹 부회장, LG 반도체 회장, LG 엔지니어링 회장, LG건설 회장 등을 역임했다.

구 회장이 럭키 경영인으로 활약할 당시 1981년 '국민치약'이라 불리는 럭키 '페리오'가 탄생했고, 1983년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PBT(폴리부틸렌테레프탈레이트) 소재를 개발했다. 1985년에는 화장품 '드봉'으로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첫 수출을 이뤄냈다. 1995년 LG엔지니어링에서는 국내 업계 최초로 일본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2000년에는 LG유통의 FS(식품서비스) 사업 부문과 함께 그룹에서 독립해 아워홈을 설립했다. 구 회장은 21년간 아워홈을 이끌었으며 이 기간 아워홈은 LG, LS 그룹과 수의계약을 맺으며 국내를 대표하는 단체급식·식자재 유통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

특히 연구·개발 역량을 중시하는 구 회장의 의지에 따라 아워홈은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2000년 식품연구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아워홈 식품연구원이 현재까지 개발한 레시피는 1만5000여개에 달한다. 연구원 100여명이 매년 약 300가지의 신규 메뉴를 내놓고 있다.

아워홈은 2000년 매출 2125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1조7408억원 규모로 8배 이상 성장했다. 단체급식사업과 식재유통사업 외에도 식품사업, 외식사업, 기내식 사업, 호텔운영업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중이다.

현재 아워홈은 지분은 구 전 부회장이 38.6%, 미현·명진·지은 세 자매가 합산 59.6%를 보유하고 있다.

구 회장은 작년 6월 아워홈 이사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지 못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다. 장남의 재판 결과가 그의 해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족으로는 아내 이숙희씨와 아들 본성(아워홈 전 부회장), 딸 미현·명진·지은(아워홈 부회장)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15일 오전 8시다. 장지는 경기도 광주공원묘원이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