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 3조∙평균 연봉 2억∙임대료 50만원..美 보스턴 바이오 성지가 된 까닭
보건산업진흥원 박순만 미국지사장
"보스턴 진출 한국 바이오벤처 올해 30개로 늘어날 것"
“보스턴에 돈 많은 사람들은 (기초 과학에) 기부를 많이 합니다. 미국 정부도 국립보건원(NIH) 펀드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요. 그러다 보니 기초 기술이 개발되고, 이런 새로운 기술을 (사업적으로) 활용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으니 수많은 벤처캐피탈이 또 모이는 것이죠.”
12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최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2 바이오 코리아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동향’ 세션에서 박순만 보건산업진흥원 미국지사장은 세계 최고 바이오 헬스 클러스터로 꼽히는 미국 보스턴의 특징에 대해 “일단 시드머니(지원금)가 크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지사장은 “보스턴에는 1000개 넘는 바이오 스타트업과 글로벌 빅파마의 연구개발(R&D)센터가 몰려 있다”며 “NIH가 매사추세츠에 투입한 연구개발비는 2020년 한 해에만 30억 달러(약 3조 300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보스턴에 바이오밸리가 생긴 계기로 1977년 캠브리지 시의회가 재조합 DNA 실험을 세계 최초로 허용한 것이 꼽힌다. 박 지사장은 “연구 윤리 등의 논란을 무릅쓰고 시의회가 연구자들의 목마름을 터 주었고, 그렇게 MIT와 하버드대 출신 과학자들이 바이오 벤처 성공 모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척에 세계 최고 대학으로 꼽히는 하버드 대학과 MIT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 지사장은 “하버드 의대를 중심으로 신약을 임상하고 연구하는 연구 중심 병원들이 몰려 있는데, (바이오 벤처들은) 이런 병원들의 의사들과 협력하고, 임상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생기면 2마일(약 3㎞) 떨어진 캠브리지(바이오밸리)로 넘어가 벤처 투자를 받아 개발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들의 급여 수준도 높다. 2020년을 기준으로 매사추세츠 제약 바이오 분야에 종사하는 직장인 8만 5000명 정도인데, 이들의 평균 연봉은 2억 원을 조금 넘는다고 한다. 메사추세츠에서 제약 바이오 산업 종사자 비율은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두 배 가량 늘었다. 실력 있는 인재들이 꾸준히 유입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주 정부의 창업 활동 지원도 활발하다. 보스턴밸리에 있는 캠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CIC)는 창업을 원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월 450달러(약 50만원) 정도의 비용만 내면 책상, 미팅룸, 실험실 등을 공용오피스 형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화이자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지원하는 클러스터인 랩센트럴은 오피스 뿐만 아니라 화학 또는 생화학 실험을 위한 실제 실험 공간과 실험 기구까지 빌려준다. 제약 바이오 기업은 실험 기구와 시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금이 많이 드는데, 이런 위험부담을 줄인 것이다. 박 지사장은 이 밖에 존슨앤존슨 그룹이 설립한 임대 실험 공간인 제이랩(JLAB)도 소개했다.
박 지사장은 보스턴 바이오밸리에서 성공한 한국의 바이오벤처로 오스코텍의 자회사인 제노스코와 파스트를 꼽았다. 오스코텍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초기 개발한 회사다. 오스코텍이 지난 2015년 유한양행에 기술 이전한 이 물질은 2018년 얀센에 12억 5000만달러(약 1조 6000억원) 규모로 기술 이전됐다. 파스트는 AI(인공지능)로 질병을 진단하는 영상진단기기를 개발하는 바이오벤처다.
박 지사장은 “제노스코 고종성 대표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네트워킹을 구축하고 아이디어를 획득했다는 점”이라고 했고, “파스트의 손광민 대표는 MIT의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하고 먼저 진출한 한인 과학자 선배들의 멘토링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은 케이스”라고 말했다. 박 지사장은 그러면서 “현재 약 20여개 한국 바이오벤처가 (보스턴에) 진출해있는데 연말까지 30개 업체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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