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 개 농장 개 구조 2년..개들은 여전히 두려움 속에 있다

이승욱 2022. 5. 12.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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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11시께 찾은 인천 계양산 아크보호소(옛 계양산보호소). 도로 옆 '맹견 주의' 표지판을 지나자 개 짖는 소리와 함께 축사 건물과 비닐하우스 세 동이 보였다.

개발제한구역에 허가를 받지 않고 시설물을 설치했다는 이유로 계양구가 아크보호소의 철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크보호소는 유기견을 구출해 보호하는 공간이 아니라, 일반적인 개 사육 시설에 가까워 센터 지정이 불가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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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구, "개발제한구역 내 무허가시설, 철거 대상"
다른 지자체 보호소 신청 서류 냈지만 2차례 반려
시민모임, "무허가 시설 인정하지만 재량권 남용"
6일 오전 11시께 찾은 인천 계양구 계양산에 있는 아크보호소(옛 계양산보호소) 들머리 모습. “맹견 있슴”이 적혀 있던 표지판 뒤로 개 보호소로 사용 중인 건물이 보인다.

지난 6일 오전 11시께 찾은 인천 계양산 아크보호소(옛 계양산보호소). 도로 옆 ‘맹견 주의’ 표지판을 지나자 개 짖는 소리와 함께 축사 건물과 비닐하우스 세 동이 보였다. 도사견 150여마리가 사는 공간이다.

2년 전만 해도 이곳은 식용견을 키우는 개 농장이었다. 사육 환경은 처참할 정도로 열악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2년 가까이 개들을 돌봐온 강진구(25)씨는 “개 몸 곳곳에 물린 상처가 많았다. 공간이 비좁으니 개들끼리 물고 문 거다. 개들은 사람들이 먹다 남긴 음식으로 사육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동물권 단체 ‘케어’의 활동가다.

2020년 6월 케어 등으로 구성된 ‘롯데목장 개 살리기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이 개 농장을 넘겨받은 뒤, 비좁은 뜬장(배설물이 빠지도록 밑면에 철망을 깐 철창)을 없애고 비닐하우스와 환풍기를 설치해 사육 환경을 개선했다. 시민모임 회원들은 자신들이 개를 ‘구출’했다고 자부한다.

아크보호소는 현재 또다른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개발제한구역에 허가를 받지 않고 시설물을 설치했다는 이유로 계양구가 아크보호소의 철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도 지난해 2월, 시민모임이 계양구를 상대로 낸 행정심판에서 계양구 손을 들어줬다. 시민모임이 부담해야 할 이행강제금은 700만원이 넘는다.

시민모임은 아크보호소를 동물보호센터로 지정해달라고 계양구에 요구하고 있다. 시민모임의 의뢰로 행정심판 변호를 맡은 이찬 변호사는 “수십년 동안 개 농장으로 운영될 때는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다가 보호소로 탈바꿈한 뒤에야 철거를 시도하려는 건 불합리하다”고 했다.

계양구의 입장은 완강하다. 계양구 동물보호팀 관계자는 “유기견을 구출해 보호하는 곳만 동물보호센터로 지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크보호소는 유기견을 구출해 보호하는 공간이 아니라, 일반적인 개 사육 시설에 가까워 센터 지정이 불가하다는 뜻이다. 계양구 개발제한구역관리팀 관계자는 “개발제한구역법 위반이 확인된 이상 철거는 정당한 행정처분”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모임은 아크보호소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진 않다. 이미 다른 지자체에 보호소 이전 신청서를 냈지만 두차례나 반려됐다. 시민모임 쪽은 “서류를 보완해 보호소 이전 신청을 할 방침이다. 지자체들의 유연하고 전향적인 인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오전 11시께 인천 계양구 계양산에 있는 아크보호소(옛 계양산보호소)를 찾아 찍은 ‘계양산 개 농장’ 시절 사진. 도사견이 뜬장에 갇힌 모습이 보인다.
지난 6일 오전 11시께 찍은 인천 계양구 계양산에 있는 아크보호소(옛 계양산보호소) 모습. 뜬장을 철거하고 좀 더 넓은 사육장에서 도사견을 보호하고 있다.

글·사진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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