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책방골목 지켜낸 '통 큰 건물주'

김민훈 기자 2022. 5. 1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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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역사의 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을 지키기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이 첫 결실을 거뒀다.

책방이 있는 건물을 허물고 오피스텔을 지으려던 건물주가 최근 책방골목과 상생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보수동 책방골목 보존과 미래 포럼 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책방 3곳이 포함된 건물(보수동 1가 133의 2 외 1) 임대인이 오피스텔 건립 계획을 상생형 리모델링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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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신축 계획 접고 리모델링으로 상생 결단
우리글방 등 3곳 영업 지속.. 금융 등 지원 필요성

70년 역사의 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을 지키기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이 첫 결실을 거뒀다. 책방이 있는 건물을 허물고 오피스텔을 지으려던 건물주가 최근 책방골목과 상생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이번 결정이 책방골목의 보존을 넘어 미래를 향한 도약도 끌어낼지 주목된다.

11일 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우리글방 문옥희(왼쪽부터) 대표, 국제서적 손택익 대표, 충남서점 남명섭 대표, 보수동 책방골목 이민아 번영회장, (주)KLDNC 김대권 대표가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보수동 책방골목 보존과 미래 포럼 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책방 3곳이 포함된 건물(보수동 1가 133의 2 외 1) 임대인이 오피스텔 건립 계획을 상생형 리모델링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5층(총면적 1057.9㎡) 규모로 우리글방 국제서적 충남서점 등 책방 3곳이 입주해 있다. 임대인은 시행사인 ㈜케이엘디엔씨로 지난해 11월 건물을 철거한 후 15층 오피스텔을 건립하기 위해 땅과 건물을 매입했다.

문제는 이 건물이 책방골목 중심부에 있어 오피스텔이 들어서면 책방골목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이었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주한미군 부대에서 나오던 잡지를 팔던 것이 시초가 된 보수동 책방골목은 2019년 부산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80여 곳의 책방이 성행했던 이곳도 재개발 바람을 피하지 못했고, 현재 30여 곳만 남아있다.

이런 와중에 시행사가 개발 수익을 포기하고, 책방 상인들과의 상생을 선택했다. 시행사의 마음을 돌린 건 책방골목을 지키기 위한 많은 이들의 노력이었다. 혜광고 학생들은 홍보영상으로 책방골목 보존의 필요성을 대중에게 널리 알렸고, 시와 중구는 전문가 상인들과 보존 방향을 논의했다.

김대권 ㈜케이엘디엔씨 대표는 “언론에서 책방골목을 지키기 위한 각계각층의 모습을 지켜봤고, 이 건물이 철거된다면 책방골목 붕괴도 시간 문제라고 판단했다”면서 “설득 끝에 투자 수익과 설계도서 비용으로 인한 손해를 감수하고 상생형 리모델링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미국 캔자스시립도서관처럼 책을 상징하는 건물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그는 “이번 리모델링이 책방골목에 새로운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행사의 이런 결정을 책방 상인들은 크게 반겼다. 문옥희 우리글방 대표는 “문화 공간을 지키기 위해 이익을 양보해준 건물주에게 감사하다. 이 건물이 리모델링되면서 골목 전체에 온기가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충남서점 남명섭 대표는 “입구에서 책방을 운영하다 지난해 9월 주상복합아파트 건립으로 인해 이 곳으로 왔다. 또 이사해야 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집주인이 통 큰 결정을 해줘서 한시름 놓았다”고 말했다.

조심스러운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민아 보수동 책방골목 번영회장은 “200m 남짓 골목에 31곳 책방이 몰려있다. 골목 전체를 살리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현실적인 행정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시행사는 이번 결정에 조건을 걸었다. 원활한 리모델링 진행을 위해 저금리 대출 등 금융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위원회는 관계기관에 협조를 호소했다. 부산대 우신구 (건축과)교수는 “공공성을 가진 사업 시 장기 저금리 대출이 가능한 걸로 안다. 시행사가 큰 결심을 내린 만큼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출범한 위원회는 책방골목의 미래를 위한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혜광고 김성일(국어) 교사는 “골목에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도록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올바른 방향으로 책방골목이 발전하도록 위원회가 길잡이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현재 책방골목 살리기를 위한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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