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원톱 주연"..'오마주' 이정은, 꿈 놓지 않은 멋진 중년여성(종합)[Oh!쎈 현장]
[OSEN=김보라 기자] “신수원 감독님은 작은 거인이다.”
배우 이정은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오마주’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감독님이 겉으로 보기에는 왜소하지만 현장에서는 열정이 뜨거웠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도움을 많이 주셨다. 모든 컷과 신을 놓고 감독님과 얘기하며 찍었다”고 신수원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 것에 대해 이 같은 소감을 남겼다.
‘오마주’(감독 신수원 제공제작 준필름, 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는 한국 1세대 여성 영화감독의 작품 필름을 복원하게 된 중년 여성감독 김지완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시네마 여행을 통해 1962년과 2022년을 잇는 아트 판타지 버스터. 이정은이 데뷔 후 처음으로 원톱 주연을 맡았다. 일과 가사를 병행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놓지 않는 여성 김지완 역을 맡았다.
신 감독은 “이 영화는 제 첫 영화 ‘레인보우’ 같다. ‘레인보우’를 좋아했던 분들이 제게 ‘왜 자꾸 심각한 영화만 만드냐?’고 하시더라. 그래서 ‘언젠가 그런 영화를 만들겠다’고 답했었다. ‘오마주’는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구상했지만 언젠가 ‘레인보우2’를 만들어보자 싶었다. ‘젊은이의 양지’ 후반 작업을 하면서 이 영화가 생각이 났고 자연스럽게 시나리오를 썼다”며 “스토리는 2주 만에 정리를 했지만 ‘투자받기 힘들겠다’ 싶었다. 근데 PD님이 ‘지금 해도 괜찮겠다’고 하시더라. 주변에서도 힘을 받아 3억 5천만 원 정도로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이정은은 “30분짜리 분량의 단편에서 주연을 맡았던 적은 있지만 제가 장편 주연은 처음이라 현장에서 긴장을 많이 했다. 근데 감독님이 촬영장에서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고 고마워했다.
1960년대에 비해 여성들의 인권과 권리가 크게 나아지긴 했지만,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가부장제가 요구하는 여성으로서의 삶과 그것을 벗어나려는 여성의 꿈과 노력에 대해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김지완은 밥타령인 남편과 아들의 원성 속, 잇따른 흥행 실패로 슬럼프에 빠진다. 아르바이트 삼아 60년대에 활동한 한국의 두 번째 여성 감독 홍은원의 ‘여판사’ 필름을 복원하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모자 쓴 여성의 그림자와 함께 그 시간을 여행하게 된다.
이정은은 “이 영화가 어떻게 보면 먼저 간 (영화계)사람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작품 같다. 다른 분야에 있으신 분들도 마찬가지 일 거다. 그 점이 관객들에게 공감을 줄 거 같다”며 “저는 결혼을 안 했지만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있어서 상상력을 발휘했다. 주변에 결혼하신 분들이 많아서 참고해 표현했다”고 캐릭터를 소화한 소감을 전했다.
신 감독은 “실제로 홍은원 감독님이 만든 영화 ‘여판사’를 소재로, 우리가 모르는 여성감독들이 존재했다는 것에 대해 담았다. 그렇게 모험적으로 살아오신 분들의 기운을 ‘오마주’에 담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그러면서 신 감독은 이정은을 주연으로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미성년’, ‘기생충’을 보면서 연기한다는 생각을 못 받을 정도로 너무 자연스럽게 잘하더라”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좋았던 것은 많은 작품에서 조연을 해왔는데 ‘왜 이 사람이 이제야 주연을 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표정이 많았다는 거다. 우리 영화에 나온 표정은 예전에 보지 못했고 생각지도 못했던 얼굴이다. 이정은 배우의 다양한 모습을 봤다. 그래서 뭘 쓸지 편집도 어려웠다”고 칭찬했다.
‘오마주’로 데뷔 후 처음 장편영화의 원톱 주연을 맡은 이정은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삶과 예술을 사랑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담았다.
‘오마주’는 69회 호주 시드니영화제와 18회 영국 글래스고영화제, 34회 도쿄 국제영화제, 21회 트라이베카영화제, 23회 전주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또한 20회 피렌체 한국영화제 최고상인 심사위원상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배우 권해효가 남편 역을 맡아 실감나는 생활 연기를 보여줬다. 더불어 배우 탕준상은 이들의 아들 역할로 출연해 활력을 불어넣었다. 또한 이주실, 김호정도 합세해 힘을 실었다.
신수원 감독은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남성이 중심이었던 영화계에서 버틴 한 여성 감독의 이야기지만 그림자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석처럼 빛났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오마주’를 보면서 그림자처럼 내게 중요했던 사람들을 생각해볼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극장 개봉은 5월 26일. 러닝타임 1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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