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플레이 권오형 투자 파트너 "창업가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듭니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한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거듭나기까지 수많은 도움의 손길을 받는다. 대표적인 게 액셀러레이터(AC)의 도움이다. AC는 초창기 스타트업에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투자하지만 사업 성장에 필요한 경영 지원, 컨설팅, 멘토링, 네트워킹 등 비재무적 지원을 함께 한다. 액셀러레이터(가속기)라는 말 그대로 스타트업의 초기 성장을 가속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퓨처플레이는 그런 AC 중에서도 국내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빠지지 않고 꼽히는 명실상부 대표 AC 중 한 곳이다. 현재(2022년 5월 12일 기준)까지 투자한 기업의 누적 기업가치가 약 5조 2,300억 원을 넘겼으며, 현재 기업공개(IPO)를 통한 상장 준비에 한창이다. 성수동 사무실에서 퓨처플레이 투자 그룹 리드를 맡고 있는 권오형 파트너를 만나 퓨처플레이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봤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퓨처플레이에서 투자 그룹을 담당하는 권오형 파트너라고 합니다. 미국 보스턴에서 살다가 메사추세츠대학교 엠허스트를 졸업하고 회계법인 딜로이트 보스턴 사무실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3년 반 정도 근무하다 지루함을 느끼고 베트남으로 자진 파견을 갔습니다. 베트남에 2년 반 정도 머물렀는데 그때부터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회계사는 과거의 숫자를 보는 직업인데, 미래의 숫자를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 거죠. 다시 보스턴에 돌아와서 창업을 시도했지만 금방 접었습니다.
이후 핀테크 SaaS 기업에 초기 멤버로 참여를 했는데, 헤지펀드나 은행 뒤에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회사였습니다. US 뱅크처럼 굉장히 큰 회사가 고객들이다 보니 그 과정이 너무 오래 걸렸어요. 일반적인 스타트업의 성장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업종일까 하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스타트업이랑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니즈, 내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 사이에서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런 와중 우연치 않게 퓨처플레이 구직 광고를 보고 지원해 합류했습니다. 이제 7년쯤 됐네요. 같이 사업을 만들어 간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퓨처플레이는 어떤 기업인가요?
퓨처플레이는 액셀러레이터이자 컴퍼니 빌더이자 투자사입니다. 액셀러레이팅을 담당하는 부서, 컴퍼니 빌딩을 하는 부서, 투자하는 부서가 사업적으로 나뉘어져 있죠. 액셀러레이팅은 대기업들과 함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외부에 있는 대기업과 함께 육성을 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CJ, 만도, 농심, 아모레퍼시픽, 대우건설 등 다양한 대기업과 협업 중입니다. 컴퍼니 빌딩은 실제로 우리가 사업을 만들어서 내보낸다던지, 내부에서 사업 부서를 만들어 키운다던지 이런 사업을 하는 곳이예요. 대표적으로 퓨처뷰티, 퓨처키친 같은 회사들이 저희 인하우스 스타트업을 거치고 분사를 하는 케이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내부적으로 휴먼 액셀러레이션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태니지먼트(Tanagement)라는 회사를 인수를 했거든요. 태니지먼트는 MBTI를 좀 더 정교하게 만든 거라고 보면 됩니다. ‘사회인의 MBTI’ 같은 거죠. 나의 진짜 장점, 강점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커리어에 활용할 수 있게끔 하는 겁니다. 액셀러레이팅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창업팀, 개인을 액셀러레이팅 하는 겁니다. 그 연장선상이라 생각해요.
이를 좀 더 체계적으로 사업화하자는 생각으로 일종의 교육 서비스, 인재와 캐피탈이 혼합된 사업을 하는 겁니다. 현재 프로덕트 오너를 육성하는 나잇스프린트(Night Sprint), 전문 투자 심사역을 육성하는 심사역 스쿨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프로덕트 오너와 같은 직군은 기존에 없던 직군이죠. 어떻게 되는 건지 대학교에서 안 가르쳐 주고 누가 어떻게 프로덕트 오너가 되는지도 모릅니다. 심사역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육과정에서 가르쳐 주는 직군들이 아니잖아요. 그런 직군들이 앞으로도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업 공개를 준비 중이신데, 국내에선 아직 상장한 AC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상장하시려는 이유나 기대하는 효과가 궁금합니다.
VC는 많지만 AC는 이번에 저희와 블루포인트 파트너스가 처음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상장 그 자체도 좋은 거지만 사실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저희 회사도 결국은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뭘 해야할까 생각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저희를 알아야 하고, 또 자금력도 풍부해져야 하고, 선택할 수 있는 옵션도 더 많아져야 하잖아요. 부모님도 쉽게 알 수 있는 회사라고 했을 때 ‘너네 상장사야?’, ‘이런 일을 하는구나’하고 빠르게 알릴 수 있는 수단이 상장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희 사업이 좀 복잡한 편이다 보니 상장을 앞두고 좀 고민이 있습니다. 퓨처플레이가 어떤 회사인지 부모님이 들어도 쉽게 알 수 있어야 하는데 요약하기가 쉽지 않아요. 간단하게 말하면 사업과 투자가 균형있게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나 손정의의 소프트뱅크와 같은 회사를 예로 들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버크셔 해서웨이는 보험회사가 중심에 있고 거기서 나오는 자본을 가지고 투자를 합니다. 소프트뱅크도 이동통신 사업을 가지고 있죠. 저희도 버크셔 해서웨이의 보험 사업, 소프트뱅크의 이동통신 사업 같은 것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업과 투자의 균형을 잘 맞춘다면 신선하고 재밌는 시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현재 벤처캐피탈이나 액셀러레이터의 투자 방식이 조금 낡아가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어요.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만 하고 그칠 게 아니라 이런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퓨처플레이에서 맡고 있는 업무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직접 투자하는 부분을 담당합니다. 초기 시드부터 시리즈 A 단계까지는 저희가 직접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간접적으로 여기저기에 많이 참여하고 있어요. 멘토링이라던지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들어오는 회사들에 대한 강의 등도 맡고 있습니다.
투자 심사역이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사실 심사라는 말을 별로 안 좋아해요. ‘누가 누가를 심사하나’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좋은 회사 같은 경우는 오히려 저희가 심사를 받습니다. 투자를 하겠다고 해도 ‘너희는 뭘 해줄 수 있냐’고 물어오는 식이죠. 스타트업과 AC 간의 힘의 균형은 이미 한참 전에 무너졌다고 봅니다.
심사역에 필요한 자질이 있을까요?
똑똑해야죠. 단순히 공부를 잘하고 이런 것보다 끊임없는 호기심이 있어야 합니다. 창업자들은 그 분야에 있어서는 정말 전문가잖아요. 이런 사람들과 사업적 논의, 기술적 논의를 하려면 단순히 뉴스에서 본 정도가 아니라 더 깊은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 정도가 될 정도로 공부하려면 호기심이 있어야 하고요.
가장 어려운 건 패턴에 대한 통찰입니다. 지금 거시적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장 시장의 움직임이 어떻게 영향을 끼칠지, 금리가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이 사람은 어떤 종류의 사람이기 때문에 어떻게 성장할지, 이런 것들에 대한 나도 모르는 인공지능 같은 게 쌓이고 만들어지면서 투자 철학이 생기는 거거든요. 이걸 빨리 깨닫는 사람도 있고, 늦게 깨닫는 분도 있습니다. 빨리 깨달으면 깨달을 수록 투자를 하는 사람에게는 장점이 되겠죠.
투자 결정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
두 가지로 나뉩니다. 단기적으로는 아웃바운드로 저희가 개인 네트워크나 행사를 다니면서 발견한 회사들과 연락하고 만나는 방식이 있어요. 충분히 커뮤니케이션이 됐을 때 첫 번째 팀 미팅을 하게 돼요. 처음에는 팀 일부만 미팅하지만 최종적으로는 투자 팀 전체 인력이 참가하는 방식이에요.
장기적으로는 저희 생태계에 훌륭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없어도 여기서 같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거죠.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사내 창업가(EIR) 제도입니다. 사실 해외 VC에는 꽤 오랫동안 있었던 제도인데, 국내에서는 저희가 꽤 공격적으로 하고 있어요. 그 사례 중 하나가 레진코믹스 공동창업자였던 이성업 대표예요. 레진 퇴사 후 새로운 사업을 고민할 때 저희 회사에 들어오셔서 6개월간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육성을 받으면서 노틸러스라는 교육 콘텐츠 스타트업을 만들어 나가셨어요.
투자를 할 때 특히 중요하게 보는 부분이 어떤 게 있을까요?
사업이 뒷단으로 가면 갈수록 판단하기는 오히려 쉽습니다. 정량적으로 판단할 기준이 많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앱 서비스라면 다운로드 횟수, 트래픽 같은 데이터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희가 투자하는 초기 단계에는 이런 정량적 데이터가 아닌, 사람이 99할 이상이 됩니다.
첫 번째로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건 끈기입니다. 똑똑한 끈기가 필요해요. 미련한 끈기가 아니라요. 이런 끈기는 가족들만 고생시키죠. 아집에 가깝습니다. 똑똑한 끈기는 포기하지 않지만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는 그런 끈기를 말합니다. 유연하면서도 객관적인 판단을 하고,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수 있어야 해요. 그러면 분명히 기회는 옵니다.
두 번째는 리크루팅 능력입니다. 매력적인 팀원들을 데려올 수 있느냐, 없느냐는 내 주머니에 10억 원이 있냐, 20억 원이 있느냐보다 더 중요한 문제예요. 제품적으로는 얼마나 문제적 제품을 잘 만들 수 있느냐를 중요하게 보고요. 펀드레이징 능력도 중요합니다. 이것도 사실 리크루팅과 결이 같아요. 결국 남을 설득하는 능력이니깐요.
퓨처플레이는 투자한 스타트업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요?
딱히 정형화된 건 없어요. 물론 정형화된 서비스도 있죠. PR 분야를 예로 들면 기자님들 대응은 어떻게 하는지 이런 매뉴얼을 저희 커뮤니케이션팀이 만들어 드리고, 마케팅에 대한 전략을 세우거나 정부 지원 사업 중 어떤게 맞는지 가이드를 주는 식이죠. 사업 하는 데 필요한 요소가 100가지라면 스타트업이 잘 하는 건 2~3가지 정도 밖에 없어요. 나머지는 다 모자라지만 그 모자라는 것을 단기간에 저희가 채워드릴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는 좀 더 훌륭한 전문가들을 모실 수 있게 시간을 벌어 드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큰 틀에서는 교육에 가깝다고도 생각해요. 저희 CTO 분께서 오피스 아워를 열어서 포트폴리오 기업 CTO들과 교류를 하기도 합니다.
일종의 생태계를 만든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저희 웹사이트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는 미디어 회사도 되고 싶고, 플랫폼 회사도 되고 싶어요. 누군가 창업이라는 단어를 머릿 속에 떠올렸을 때 첫 번째로 방문하는 웹사이트가 퓨처플레이였으면 해요.
기억에 남는 스타트업이 있을까요?
대단한 스타트업 대표들이 많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휴이노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인데요. 패치 같은 걸 붙이고 있으면 심전도를 분석해서 부정맥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려주는 웨어러블 솔루션을 개발한 업체입니다. 휴이노 길영준 대표님은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미국 법인까지 세우며 포부를 키웠지만, 펀드레이징이 안 되면서 자금이 마르는 우여곡절이 있었어요. 그때 30명 정도 직원이 다 퇴사하고 혼자 남게 되셨는데, 그 상태에서 리빌딩을 하셔서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웠죠. 그걸 보면서 정말 대단한 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 창업자 분들에게 하실 조언이나 충고 같은 게 있나요?
사실 제가 창업자에게 충고나 조언을 할 급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창업을 하는 게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 잘 알거든요. 속된 말로 ‘피똥’을 싸게 됩니다. 하루 10시간 이 정도 수준이 아니라, 일주일 24시간 내내 일을 해야 해요. 너무너무 어려운 과정이기 때문에 존경심마저 듭니다.
그리고 그 정도로 준비가 되신 분들이 창업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좀 더 많이 하셨으면 좋겠단 생각도 들지만 그 정도로 준비가 되어 있고, 세상의 문제를 풀겠다는 결심을 서지 않았다면 정말 힘들 거든요. 사실 창업말고도 세상에 큰 돈 벌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요. 창업이라는 건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와 그 정도의 각오,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분들이 성장하시는 과정에서 저희가 첫 번째 파트너이고 싶어요. 나중에 성공하셨을 때 그 성공의 1000분의 1 정도는 퓨처플레이의 도움을 받았다는 말을 듣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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