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켜진 상점 그린 베스트셀러..서점가 '다섯 쌍둥이'
비슷한 표지 소설 밀리언셀러에
제딧·반지수 작가 삽화 인기몰이
히트작 따라한 '카피캣' 비판도
4월 마지막 주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김호연의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 펴냄)은 올해의 소설 판매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40만부 기념 벚꽃 에디션으로 새 옷을 입었지만, 초판본의 표지는 홀로 불을 켠 편의점을 그린 삽화였다. 두 표지를 모두 그린 건 일러스트레이터인 반지수 작가. 청파동 골목에 자리 잡은 작은 편의점 올웨이즈에 서울역에서 노숙인 생활을 하던 독고라는 남자가 야간 알바로 들어오면서 생기는 변화를 그린 이야기를 표지에 녹여냈다.
'원조' 상점으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현대문학 펴냄)이 있었다. 달이 뜬 밤의 나미야 잡화점을 그린 일러스트 표지의 이 책은 2012년 출간 후 8년 동안 인기를 누린 2010년대 최고의 히트작이다.
뒤를 이은 또 하나의 상점은 코로나19 시대의 히트작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다. 이미예의 소설로 2020년 역주행 신화를 쓰며 2권 도합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현재까지 1권 80만부, 2권 30만부를 기록한 데 이어 합본호도 7만부가 팔렸다. 쌤앤파커스에서는 "제목과 표지에 가장 신경을 써 출간을 준비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제딧(9Jedit) 작가의 작품을 보던 중 '이거다!' 하는 표지 이미지를 찾고 단번에 진행을 하게 된 것이 지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 1권의 표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딧·반지수 작가의 삽화는 흥행 보증수표가 됐다. '불편한 편의점'에 이어 황보름의 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도 반지수 작가가 표지를 그린 히트작. 브런치에서 연재되던 작품이 밀리의서재를 통해 출간됐고, 독자들의 요청에 의해 종이책으로도 출간되며 역주행 신화를 쓴 책이다. 가정집들 사이에 평범한 동네 서점이 들어서면서 일어나는 변화를 그린 소설로 최근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진입했다.
제딧의 표지는 '수상한 중고상점'(놀 펴냄)에도 사용됐다. 찾는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구해주고, 출장 감정 서비스까지 충실해 고객을 왕으로 모시는 중고상점 이야기다. 나오키상 수상 작가 미치오 슈스케 소설로 최근 출간 직후 소설 분야 20위권에 안착했다. 2011년작의 재출간은 '상점 시리즈'의 연이은 성공에 힘입은 바가 크다. 제딧 작가는 "밀리언셀러와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들은 그 자체의 내용이 훌륭해서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표지 일러스트는 '책의 문'이라고 생각한다. 문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독자들에게, 열어보면 이런 것들이 있을 거라고 새롭고 낯선 세계로 초대하는 것이다. 조금 과장을 보탠다면 '열어보고 싶은 문'을 그린 것 같다. 독자분들께 그것이 매력적인 초대장으로 다가갔다면 뿌듯하겠다"고 설명했다.
불 꺼진 거리의 상점 시리즈가 독자들에게 소구되는 비결은 뭘까. 출판사들의 적극적인 모방전략 덕분이라는 의견이 있다. 2~3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밀리언셀러는 흔히 '카피캣'의 대상이 되곤 해왔다. 오데드 센카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저서 '카피캣'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많은 혁신 제품이 실제로는 모방 제품"이라면서 모방 전략의 우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출판 시장에서는 성공작이 나오면 비슷한 주제와 저자의 책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표지까지 닮은 작품이 쏟아지고 있는 건 이례적인 현상이다. 한 출판사 대표는 "출판계에서 대단한 히트작이 나오면 제목, 주제 등을 따라서 기획하는 일은 흔한 일이다. 최근 삽화 표지가 유행하고 있는데 이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불편한 편의점'의 영향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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