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100억' 슈퍼개미 양도세 폐지..상위 0.2% 그들만의 감세

전슬기 2022. 5. 1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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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100억원 이상 '초고액 주식 보유자' 외에는 양도소득세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일반 개미 투자자들은 양도세 대상이 아니므로 '10억원 이상~100억원 미만' 주식 보유자들만 세금이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입장에서는 주식 양도세를 폐지할 경우 대주주라는 일부 특권층에 대한 세금까지 통째로 날아가기 때문에 '100억원 이상 대상'이라는 누더기 보완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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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주식 100억 이상만 양도세 검토
개미 투자자 고려해 양도세 폐지 약속했지만
슈퍼 개미인 '특권층' 혜택 커져..꼬이는 스텝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100억원 이상 ‘초고액 주식 보유자’ 외에는 양도소득세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일반 개미 투자자들은 양도세 대상이 아니므로 ‘10억원 이상~100억원 미만’ 주식 보유자들만 세금이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체 개인 투자자 중 양도세 부과 비중은 약 0.2%에 불과한데, 과세 대상이 더 줄면서 ‘슈퍼개미 혜택이 훨씬 큰 감세’가 되는 셈이다.

1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과제 이행계획서’를 보면, “초고액 주식보유자(종목당 100억원 이상) 이외의 주식 양도소득세는 폐지하고, 증권거래세는 적정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 주식 투자 시 세금은 두 가지다. 주식 거래를 할 때마다 0.23%의 ‘증권 거래세’를 낸다. 그리고 이 중 일부 대주주만 수익에 대해 양도세(20~30%)를 추가로 납부한다. 한 종목을 시가 기준으로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지분율이 1% 이상(코스피 기준, 코스닥은 2% 이상)인 투자자가 대상이다. 2020년 말 기준 주식 양도세 대상은 약 2만7천명이다. 작년 말 기준 전체 개인 투자자 수는 1384만명이다. 코로나19 이후 투자 열풍으로 양도세 대상이 기존보다 다소 늘어날 것을 감안해도, 과세 대상은 전체의 약 0.2%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인수위는 대상 범위를 더 좁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개별 종목 보유 기준이 1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으로 올라간다. 과제가 시행되면 현재 주식 양도세를 내는 개별 종목 ‘10억원 이상~100억원 미만’ 주식 보유자들의 세금은 없어지게 된다. 과세 대상이 훨씬 쪼그라드는 것이다. 개미가 아닌 ‘슈퍼 개미’만을 위한 감세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오랜 기간 정치권과 정부가 추진해온 금융 세제 개혁과제를 ‘역행’한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세는 문재인 정부는 물론 박근혜 정부에서도 논의됐던 문제다. 투자자들이 볼 때 ‘증권거래세’와 ‘양도세’가 이중 부과되는 것 같지만, 두 세금은 도입 취지와 대상 범위가 다르다. 증권거래세는 투자 손익에 상관없이 거래 행위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기본원칙을 위해 도입된 제도는 아니다. 거래 비용을 증가시켜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고, 버블 및 시장 변동성 감소에 기여하는 측면이 크다. 사실상 조세 원칙에 맞는 세금은 양도세다. 세계적으로 미국, 일본, 독일은 증권거래세 대신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양도세는 일부 대주주에게만 부과되고 있으며,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상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측면에서 정치권과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세를 확대하는 방안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회의원이던 2019년 증권거래세 폐지와 양도세 부과 등으로 ‘과세체계 일원화’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또한 추 부총리 등 정치권과 정부는 흩어져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묶어 손실과 이익을 통산하는 ‘금융투자소득세’를 오는 2023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오랜 논의는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주식 양도세 폐지’를 약속하면서 어그러졌다. 윤 대통령도 애초 증권거래세 폐지를 공약했으나 ‘표심’을 고려해 양도세 폐지로 방향을 튼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입장에서는 주식 양도세를 폐지할 경우 대주주라는 일부 특권층에 대한 세금까지 통째로 날아가기 때문에 ‘100억원 이상 대상’이라는 누더기 보완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전직 정부 관계자는 “현재 제도에서 주식 양도세만 폐지할 경우 부자들을 위한 세제밖에 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보완책 고민에 속앓이가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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