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life 제829호 (22.05.17) BOOK

2022. 5. 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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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이 김 부장보다 판단이 뛰어난 이유 『노이즈』

대니얼 카너먼·올리비에 시보니·캐스 선스타인 지음 / 장진영 옮김 / 김영사 펴냄
올리비에 시보니 HEC파리 교수와 캣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와 공저한 이 책은 행동경제학을 현실에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지 더 풍부한 사례와 데이터로 무장하고 돌아왔다. ‘잡음 저격수’를 자처하는 저자들은 사법, 의료, 경영, 정치 등 여러 분야에서 맹위를 떨치는 인간의 판단에 존재하는 결함(잡음)에 대한 탁월한 통찰을 보여준다.

매순간 선택을 내려야 하는 경영자에게 위험요소는 편향과 잡음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사격에 빗대자면 10점에선 벗어났지만 탄착군이 뭉쳐있는 것이 편향이며, 분산된 탄착군은 잡음이다. 판단에서는 잡음이 더 심각한 문제가 된다. 편향은 수천 편의 과학 기고문과 대중서적에서 핵심 주제로 다뤄지지만 잡음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에선 잡음이 더 치명적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의사들은 같은 환자를 두고 피부암, 유방암, 심장병 등 서로 다른 진단을 내린다. 잡음은 확실히 주관적 판단이 중요한 정신의학에서 특히 높게 나타난다. 밥을 먹은 직후의 나른한 판사는 범죄자에게 더 가혹한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 인사 결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면접관들은 같은 지원자를 판이하게 평가한다. 같은 직원의 인사고과도 천차만별이다. 업무 능력보다 누가 평가하느냐가 더 큰 변수가 된다.

집단은 잡음을 증폭시킨다. 잡음의 영향력이 극대화되는 건, 대중적 취향과 정치의 영역이다. 음악 서비스에서는 순위가 인기를 얻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인기의 자기강화다. 히브리대 연구진은 댓글 사이트를 통한 실험을 했다. 인위적으로 특정 댓글에 첫 번째 추천을 눌렀더니 다음 사람도 그 댓글에 추천을 누를 가능성이 35%나 증가했다. 이렇게 우리는 ‘정보의 폭포’ 속에서 판단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인간의 많은 업무가 기계로 넘어갔다. 인공지능 머신러닝 덕분이다. 알고리즘은 미국 대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어느 피고가 보석 조건을 어길지 등과 같은 예측도 너끈하게 해낸다. 인간에 비해 규칙과 공식, 알고리즘이 갖는 강점은 우월한 통찰력이 아니라 ‘무잡음’에 있다. 한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보석 불허 결정을 내리는 유색인종의 비율은 41%가 하락하기도 했다. 알고리즘은 인종이라는 변수를 학습 데이터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컬럼비아대 보 카우길 교수는 기술회사의 채용 과정에서 이력서 검토에 30만 건의 이력서를 기반으로 학습시킨 알고리즘을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알고리즘은 비명문대를 졸업한 ‘비전통적인’ 지원자를 선택하는 확률이 훨씬 높았다. 사람이 고른 지원자보다 알고리즘이 고른 지원자가 최종 합격자로 뽑힐 확률은 18%가 더 높았다.

이 책은 자신을 과시하는 전문가들이 ‘무지의 부정’을 하는 오류에 쉽게 빠지곤 한다고 비판한다. 통계적 지식이 필요한 제법 난해한 책이지만, 이들의 제안은 매우 실용적이다. 이들이 꿈꾸는 잡음이 덜한 세상에서는 불필요한 비용이 없어지고, 공공 안전과 보건이 개선된다. 피할 수 있는 많은 오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미술품 복원사는 왜 르네상스 미술에 빠졌을까 『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

이다 지음 / 브라이트 펴냄
“눈부신 피렌체 밤하늘 아래에서 미술관을 바라볼 때면, 외로운 인간에게 신이 준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 미술이라는 것을 깨닫게 돼요.” 『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은 이탈리아 우루비노 국립 복원 대학원 등에서 14년간 공부한 미술품 복원사이자 공인 문화해설사인 저자가 르네상스 시대 명화의 감동을 되살려낸 미술 교양서다. 신 중심의 중세 시대에서 인간 중심의 합리적 사고로 변화한 르네상스 시대에 지성와 이성, 영혼, 사랑, 죽음 등 인간 존재에 대해 깊이 탐구했던 화가들의 작품과 통찰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의 쓸쓸하고 힘들었던 유학생활을 위로해 준 건 미술관의 그림들이었다. 예술 작품을 인간적으로 대하며 깊이 탐구하는 이탈리아의 복원 방식에도 매료됐다. 이탈리아에서는 작품을 마치 인간처럼 대하며 복원할 때도, 감상할 때도 작품에게 휴식할 시간을 주곤 했다. ‘이성’과 ‘아름다움’의 예술인 르네상스 미술이 들려주는 인간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친절하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주는 책이다.

라파엘로 산치오 ‘성모 마리아’, 베아토 안젤리코 ‘수태고지’,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 등 인간의 특성을 주제로 하는 13개의 명작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29호 (22.05.1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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