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尹 대통령 '나라 재건' 약속이 실현되기 위한 조건

김문관 기자 2022. 5. 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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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관 조선비즈 정치팀장

윤석열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그가 첫 일성으로 내세운 건 코로나19 손실보상을 공약대로 이행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11일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신속한 보상 지원이 안 되면 복지 수급 대상자로 전락할 위험이 대단히 크다. 그러면 그것 자체가 또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 일성은 12일 ‘적자 국채 없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는 53조원에 이르는 초과세수를 활용해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도 36조4000억원에 이르는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 예산을 만들었다. 윤석열 정부 첫 경제부총리인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민의힘과 당정협의를 통해 이런 방침을 밝히자, 11일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118%포인트 하락해 연 3% 아래로 내려왔다. 추경 계획만 발표하면 금리가 발작하듯 급등했던 문재인 정부 시절과 상반된 광경이 연출 됐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이번 추경 재원은 세출구조조정과 세입경정을 통해 충당함으로써 이전 정권과는 다르게 미래 세대의 빚을 지우지 않는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민주당도 빠른 추경에 협조 의사를 밝힌 만큼 이번 추경을 통해 협치의 첫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바란다”고 했다. 나랏빚을 펑펑 늘리고도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라는 말만 늘어놓은 더불어민주당과는 다른 국정운영을 약속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10일 본인이 직접 쓰고 읽은 약 16분 분량의 취임사는 반(反)지성주의와 자유주의가 핵심 키워드였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단어로 들렸다.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반지성주의다.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돼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라고 강조했다.

반지성주의는 진영 논리를 비판하기 위해 선택한 단어로 읽힌다. 극단적 진영 대결, 팬덤정치, 편 가르기 등을 민주주의의 위기 요인으로 본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식 정치의 가장 큰 폐해로 팬덤정치를 꼽는 이들이 많다. 한 원로 정치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팬덤 정치의 시작이었으나 그는 나라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은 팬덤에 반해서도 했다”며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퇴임할 때까지 지지율 40%대를 유지했으나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이유”라고도 했다.

“자유민주주의는 평화를 만들어내고, 평화는 자유를 지켜준다. 그리고 평화는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의해 보장된다.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는 취약한 평화가 아니라 자유와 번영을 꽃피우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2018년 3월 문 전 대통령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사회’라는 표현을 넣음으로써 자유주의 체제를 국가주의 체제로 바꿀 수 있는 개헌안을 발의했었던 것을 잘못이라고 지적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포부보다 중요한 건 앞으로 5년 국민 앞에 놓인 현실이다. 윤 대통령은 이미 ‘탈원전’과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와 ‘다르게 간다’는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줬다.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에서 대통령까지 된 그의 추진동력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국회 170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소야대 정국 등 윤 대통령이 처한 환경은 절대 녹록지는 않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는 방법은 안 그래도 국민 인식이 좋지 않은 정치꾼들 간 타협이 아닌, 상식에 부합한 정치를 해야 한다.

상식에 부합한 정치의 출발점은 포퓰리즘과의 결별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공약 후퇴 논란이 있었지만, 윤석열 정부가 인수위 시절 266조원 규모였던 재정 소요 공약을 209조원으로 줄인 것은 잘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이행에 소요된 178조원보다 30조원 가량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정부 출범 후에라도 포퓰리즘성 공약에 기반한 국정과제는 상식에 맞춰 포기할 건 포기하고 사과가 필요하면 과감히 해야 한다.

아울러 자녀 편입학 특혜 등으로 경찰이 전방위 수사에 나선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도 국민 상식에 맞는 것인지 다시 한번 숙고할 필요가 있다. 구설에 오른 청와대 비서진들의 거취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가 취임식서 말한 ‘대한민국 재건’이 가능할 것이다.

[김문관 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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