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파트너 해비치 등판..IFC 인수전 '2등의 반란'

강봉진 2022. 5. 1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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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IFC 인수 막전막후
유력 후보 신세계 이긴 묘수
해비치호텔 모회사 현대차그룹
미래에셋과 협력 여부도 촉각

◆ 레이더M ◆

서울 여의도의 랜드마크 건물인 국제금융센터(IFC)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컨소시엄 품에 안기는 것으로 일단락된 가운데 이번 인수전은 '2등의 반란'이란 평가가 나온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와 호텔·리조트업계에 따르면 이번 인수전의 최종 승자는 당초 유력 후보군이 아니었다. 지난달 중순 최종 입찰때까지만해도 최종 적격 후보자 중 이지스자산운용·신세계프라퍼티 컨소시엄의 우세가 점쳐졌기 때문이다.

국내 1·2위 부동산 운용사간 경쟁으로 관심을 모은 이번 인수전은 미래에셋측의 과감한 베팅의 결과란 평가가 일반적이다. 최종 입찰때까지만해도 이지스측이 4조4000억원의 인수가를 제시하며 미래에셋보다 1000억원 이내의 차이로 높은 가격을 제시했으나, 이달 들어 재협상 과정에서 미래에셋측이 반대로 이지스보다 1000억원 이상을 더 높은 4조1000억원 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수조원 단위의 메가딜인만큼 거래의 완결성(딜 클로징) 여부가 중요하지만 매각측(브룩필드자산운용) 입장에서는 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후보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지난 10일 기준 국내 부동산 부문 운용자산 규모는 이지스측이 22조원 가량으로 압도적 1위이고, 미래에셋은 절반 수준인 11조원 규모로 2위다.

이번 IFC 인수전에서 특히 주목을 받는 투자자는 재무적 투자자(FI)보다는 운용 등을 맡게 될 전략적 투자자(SI)다. 유통 대기업인 신세계가 일찌감치 이지스측의 투자자로 나서며 IB업계는 물론이고 유통업계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이외에 한화갤러리아도 관심을 보이다 인수전에서 발을 뺐고, 최후의 승자는 그동안 전혀 인수전에서 거론되지 않았던 해비치가 됐다.

매각사정에 밝은 한 IB 관계자는 "4조원대의 전체 인수가격에 비하면 지분투자 규모가 크지도 않은 신세계가 마치 인수자가 된 것 같은 모습을 보인 점이 매각측으로부터 점수를 잃은 측면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관합동사업으로 추진돼 설립 당시부터 외국계 자본의 특혜논란이 있었기에 매각측으로서는 신세계측 인수 후 호텔 등 임직원 구조조정 이슈가 불거지자 민감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번 인수전의 '신스틸러'(영화·드라마에서 주연 못지않게 주목받는 조연)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란 평가가 나온다. 아직 해비치측의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서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해비치측이 미래에셋의 SI로 나선데는 호텔 운영 참여 여부 등과 같은 실무적인 차원을 넘어서 미래에셋그룹과 현대차그룹간 협력이라는 보다 큰 관점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IB 관계자는 "해비치의 현대차그룹내 위상과 막판에 등장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단순한 투자 혹은 운영 관여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번 인수전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겼고, 시즌2 즉 미래에셋과 현대차그룹간 향후 협력방안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해비치는 현대차가 최대주주(41.9%)이며 지분 모두(100%)를 현대차그릅 주요 계열사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등 오너가 보유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누나인 정윤이씨가 사장이다. 한 국내 호텔&리조트 대표는 "제주도를 제외하고 주요 거점이 없는 해비치가 대표적인 상업지구인 여의도에서 소위 플래그십 기지를 마련할 수도 있어 보인다"며 "인근의 현대백화점 더현대가 범현대가라는 점에서 현대백화점과의 협력도 가능해 보이며 이 경우 이번 인수전은 결과적으로 '현대'와 '신세계'의 싸움으로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4조원대에 달하는 메가딜인 만큼 자금 조달 여부 등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지스측이 전체 인수금액 절반 가량인 2조원을 여러 증권사(KB·NH·한국·하나)를 통해 조달하려고 한 반면 미래에셋측은 미래에셋증권 등 계열사에서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벤치마크 기준이 되는 국민연금의 IFC 투자 여부가 인수가 4조원 이하로 알려져 만약 국민연금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래에셋측이 최종적으로 거래를 마무리할 수 있는지가 관심거리다.

한 증권사 IB본부장은 "최근 금리 급등에 따른 기대 수익률이 낮아진 상황을 감안할 경우 IFC는 매력적이지 않은 물건일 수 있다"면서도 "미래에셋측이 사실상 4조원의 인수가격 수준으로 자금 조달 구조를 짜고 국민연금의 투자를 이끌어낼 수도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IB 관계자는 "IFC 인수에 이지스와 미래에셋 말고도 외국계 자본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매각측이 인수 최종 무산시를 위한 방안도 구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IFC 부지의 주인인 서울시의 매각조건(전체 지분 10%)이기도 한 외국계 투자자 유치와 관련해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국내 주요 부동산에 이미 투자한 바 있는 GIC(싱가포르투자청)가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만약 외국인 투자자 유치 불발시 매각측인 브룩필드자산운용측이 지분 일부를 남겨 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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