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더러웠고 다신 마주치지 말자..'주가 80%폭락' 코인베이스의 눈물

김인오 2022. 5. 1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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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시대' 가고 '긴축의 시대'
코인 열풍 식고 어닝쇼크 겹쳐
코인베이스 주가 연중 약 80%↓
월가선 목표주가 67% 확 낮춰
리비안·어펌·유니티·스노우 등
상장 열기 속 데뷔했다가 역풍
올해 미국 IPO 시장도 찬 바람
'미국판 마켓컬리' 인스타카드
IPO 코 앞이지만 기대감 잠잠
뉴욕증시 기업공모(IPO) 1~3년 정도 된 주요 상장주에 투자하는 <르네상스 IPO 상장지수펀드> 올해 흐름
미국 뉴욕증시 하락세가 짙어지면서 '유동성의 시대'를 상징했던 신생 기술기업 주가가 올해 들어 80% 가까이 폭락했다. 2020년 3월 중국발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각 국 중앙은행들이 돈을 풀면서 상장주 투자 열기가 불불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상장주를 내다 판 결과다. 신규 상장주 대부분은 핀테크(금융 기술)·클라우드·전기차 등 성장 산업에 속해 영업 이익을 내지 못하는 적자 상태인 경우가 많은데 일부는 분기 실적이 어닝 쇼크를 기록하는 등 악재도 겹쳤다.
11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가상 화폐(코인) 관련주' 코인베이스 주가가 하루 만에 26.40% 급락해 1주당 53.7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글로벌 코인 시장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회사가 시장 예상치에 미달하는 1분기(1~3월) 실적과 부정적인 전망을 내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더해진 결과다. 회사는 올해 1분기 매출이 11억 7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분기 주당순이익(EPS)은 -1.98달러였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매출 예상액(15억6600만달러)과 EPS예상치(-0.02달러)를 한참 밑도는 '어닝 쇼크'다. 월별 거래 사용자(MTU)도 직전 분기보다 200만 명 이상 줄어든 920만 명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990만 명)에 미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회사가 내놓은 향후 전망도 밝지 않았다. 코인베이스 측은 "이번 2분기에는 MTU와 거래량, 신규 가입자와 서비스 수익도 1분기보다 낮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인베이스는 작년 4월 14일 상장한 이후 한달 새 서학개미 순매수 2위에 오를 정도로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다만 최근 주가 급락은 단순히 1개 분기 실적이 부진하다는 점을 넘어 '긴축의 시대' 도래에 따른 투자자 불안 확대와 연관이 깊다. 인플레이션 잡기에 나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 금리를 올리며 시중 유동성을 거둬들이자 유동 자금이 몰렸던 성장주와 코인 시장이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탔기 때문이다.

코인베이스 실적 발표 전날인 10일을 기준으로, 최근 5거래일 동안 회사 주가는 이미 43.92% 떨어졌다. 올해 1월 이후 연중 주가 수익률은 -78.60%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11일 윌 낸스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코인베이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고 12개월 목표 주가는 1주당 240달러에서 80달러로 대폭 하향했다. 낸스 연구원은 "거시적 시장 환경을 보면 코인베이스가 과거 수익을 내던 시기로 돌아갈 가능성이 낮으며 특히 코인 거래 활동이 더 뜸해지면 주가 하방 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 주가 방어가 힘들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올들어 주가가 폭락한 것은 코인베이스 뿐만이 아니다. 뉴욕증시 상장 1~3년 차 주요 기업에 투자하는 '르네상스 기업공모(IPO)' 상장지수펀드 시세는 11일 기준 연중 시세가 -52.40% 떨어져 반토막 났다. '아마존 전기차'로 인기를 끌었던 리비안과 '페이팔 마피아' 출신이 설립한 후불결제 핀테크 업체 어펌, 게임 개발 플랫폼 유니티소프트웨어,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이례적인 공모주 투자 대상으로 인기를 끈 스노우플레이크 등의 주가가 적게는 -55.80% 많게는 -84.63% 나 되는 낙폭을 기록한 탓이다.
일례로 리비안은 11일 기준 연중 주가 변동률이 -79.95%다. 최근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리비안은 이달 8일을 기점으로 락업(보호예수) 기간 해제된 점, 그리고 차량용 반도체 등 공급망 대란 영향, 그리고 시중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 심리 저하 영향을 한꺼번에 받았다. '리비안 4대 주주'이던 포드는 락업 해제 기회를 이용해 보유한 리비안 주식 1억200만 주 중 800만주를 매도하기로 했고, 포드 외 다른 투자사들도 JP모건을 통해 리비안 주식 1300만~1500만주를 내다 팔기로 한 바 있다. 리비안은 지난 해 11월 12일 상장했는데 당시 폭발적인 매수 인기를 끌었다. 상장 당일을 포함해 일주일 동안 리비안은 한국 투자자 순매수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시장 전반적으로도 상장주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IPO 움직임도 뜸해졌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뉴욕증시에서 상장한 업체는 총 52개곳이며 자금 조달 금액은 모두 합쳐 44억 달러다. 이는 유동성 장세이던 지난 해 같은 기간 201개곳이 상장해 총 710억 달러를 끌어모은 점과 확연히 구분되는 분위기다.

올해 2분기 뉴욕 IPO 시장에서 눈여겨 볼 만한 스타트업은 인스타카트 정도다. 인스타카트는 1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 문서를 기밀로 제출했다. 인스타카트는 과일과 야채 등 주로 신선신품을 즉시 배송해주는 '미국판 마켓 컬리'인데 인플레이션 압박와 경제 재개 물결 속에 최근 매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시장 평가액이 삭감됐다. 지난 해 3월 자금 조달에 나서던 당시 기업 가치가 390억 달러였는데 올해 3월 들어서는 240억 달러로 낮아졌다.

상장주가 항상 고전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쿠팡은 11일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날 장 마감 후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18.92% 뛰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예고했다. 쿠팡이 올해 1분기 51억1668만달러 매출을 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 늘어난 수준이고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1분기 영업 손실은 2억929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 줄었다.

다만 증시 전반이 약세장이다보니 일반 투자자들로서는 특히 상장주 매수에 주의해야 한다. 뉴욕증시의 경우 락업 기간이 통상 3~6개월인데 해제 시점이 다가오면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락업이란 상장주 주가 급등락을 막기 위해 기관이나 내부 투자자들의 대량 매도를 금지하는 보호 기간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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