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개편 못 박은 尹정부..전문가들 "전면 재개 서둘러야"
공매도 서킷브레이커 도입 추진
개미 불만에 "설득력 떨어진다"
윤석열 정부가 공매도 제도 개편을 비롯해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각종 조치를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개인투자자들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인이 요구하는 조건을 모두 반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고, 오히려 공매도 전면 재개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5월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부분적으로 공매도를 허용한 상태다.
1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전날 공개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이행계획’에는 공매도 제도 개선, 물적분할 상장시 주주보호 제도화 등 금융시장 선진화 방안이 포함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런 내용이 담긴 계획서를 대통령실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획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내세운 공약을 기반으로 한 국정과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큰 틀에서 시장 내 소액주주 보호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정부는 “한국 자본시장이 외연적으로 확대되는 과정에 투자자 보호는 여전히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정부는 당초 약속한대로 공매도 제도를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현재 140%인 개인투자자의 담보비율을 인하해 외국인과 기관(105%)과의 형평성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담보 비율은 부채액을 주식 평가액으로 나눈 값으로, 약정된 비율을 지키지 못하면 보유 주식은 반대매매로 강제 청산될 수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를 주축으로 한 소액주주들은 정부가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을 낮추기보다, 반대로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국인과 기관의 담보비율이나 공매도 상환기간을 개인과 유사한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선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공매도 투자 환경을 개선시키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관련 규제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득보다 실이 클 수밖에 없는 탓이다. 오히려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하면 공매도 전면 재개돼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매도 시장 내 형평성을 위해 개인에 적용하던 규제를 이미 상당 부분 완화했다”며 “자율 규제로 운영되는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시장에 없던 규제를 만들어서 차별을 없애자는 건 논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에 신용도나 재무 능력이 다른 개인과 기관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부터 공매도 관련 형평성 논란을 불식시키고자 제도를 거듭 손 봐왔다. 개인이 공매도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릴 수 있는 주식 규모를 늘렸고, 개인의 공매도 상환기간을 60일에서 90일로 연장하기도 했다. 불법공매도 적발 시스템과 처벌을 강화하고, 시장조성자 제도 등을 개편하기도 했다.
정부는 개인 공매도 담보비율 인하 외에도 주가 하락이 과도할 경우 일정 시간 공매도를 금지하는 ‘공매도 서킷브레이커’ 도입을 추진한다. 향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한국거래소 시스템 상에서 구현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필요시 현행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도를 개선하거나, 보완하는 그림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매도는 이론적으로 차입 투자와 대칭 관계에 있다”라며 “주식시장에서 가격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적정한 가격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그는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우리 시장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시행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공매도는 전면 재개가 시급하다”며 “개인들의 주장과 달리 공매도의 가장 큰 순기능은 역설적이게도 투자자 보호”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서 적정한 가격이 유지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치”라며 “과도하게 상승한 주식에 대해 공매도를 허용해야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도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의 공매도 전면 재개 시기는 아직 불투명하다. 당초 금융권 안팎에선 지방선거가 지나고 6월 중으로 전면 재개가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최근 정부는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등을 위해 전면 재개 필요성에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개인 반대와 국내 증시 불확실성 등이 발목을 붙잡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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