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와 함께 30년 잘 살았고 앞으로 30년도 기대되요"

오윤주 2022. 5. 12. 14: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짬][짬] 15일 30돌 맞는 한겨레 가족 청주모임
임명수 한겨레 가족 청주모임 초대 회장(가운데)과 조인호(왼쪽), 김인규(오른쪽) 전 회장이 ‘모임 소식지’를 보고 있다. 오윤주 기자

“때론 치열하게, 때론 즐겁게, 때론 뜨겁게, 때론 냉철하게…. 우린 그렇게 ‘한겨레’와 더불어 30년을 살았어요. 지금껏 후회 없으니 앞으로 또 그렇게 살겠지요.”

지난 8일 만난 임명수(76) 한겨레 가족 청주모임(이하 청주모임) 초대 회장의 말이다. 청주모임은 <한겨레> 주주·독자 모임이다. <한겨레> 창간 네 돌인 1992년 5월15일 청주 봉명동 와이더블유시에이(YWCA)에서 만들어졌으니, 올해 꼭 30돌이다. 그는 당시 초등학교 교사로 회장을 맡아 30년 역사의 틀을 닦았으며, 지금도 ‘영원한 회장님’으로 활동한다.

그는 “지금 한겨레는 진보적 대중지로 자리 잡았지만 당시엔 정권에서 달갑지 않은 눈길을 보냈다. 가족 모임 뒤에는 형사가 따라붙는 등 감시의 눈이 있었다. 그런데도 <한겨레>를 매개로 이야기하는 게 즐거웠다. 한겨레 가족을 만나는 즐거움은 지금껏 내 삶의 한 부분이다”라고 했다.

청주모임은 1992년 3월 <한겨레> 주주총회를 다녀온 청주지역 주주·독자들이 만들었다. 당시 <한겨레> 동청주 지국을 운영하며 청주모임 창립을 주도했던 박찬교(64)씨는 “모임 창립 전 <한겨레> 주주·독자 등이 겨레산악회를 운영했는데 1991년 8월 15박 16일 일정으로 백두산에 다녀온 뒤 사진전을 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만남을 이어오다 서울 주주총회 뒤 우리 신문 <한겨레>를 위한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청주모임에는 노동자·농민·교사·여성·시민운동가·회사원·한겨레 지국장·배달원 등 다양한 이들이 참여했다. 다달이 모임을 했는데 적게는 20~30여명, 많게는 60~70여명이 모였다. 당시 청주에선 시민사회 활동이 활발하지 않던 터라 청주모임이 시민사회운동의 구심점 구실을 했다. 청주모임은 이후 국회의원 2명을 비롯해 지방의회 의원, 시민운동가 등을 두루 배출했다. 청주모임 창립 준비위원장 최영분(65)씨는 “당시 <한겨레> 창간 주주로 사회·환경·육아·교육 등에 관심을 둔 주부였는데 주주·독자 모임을 만든다는 말을 듣고 참여했다가 창립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청주모임은 사회적 의무를 위한 발걸음을 내딛는 디딤돌 구실을 했다”고 말했다.

1992년 한겨레 주총 참석 뒤 결성
매달 만나 지역 시민사회 구심 역할
교사들 참교육 응원하고 장기수 후원
장애 어린이와 여행하고 통일 강연도

13일 조촐한 창립 30년 기념행사
“회원들 한겨레 사랑은 변함 없어”

청주모임은 지역과 함께 성장했다. ‘전교조 해직 교사들과 함께하는 날’을 만들어 참교육을 응원했고, 지역 시민단체와 어린이날 행사를 열었으며, 비전향 장기수 김영태씨를 후원하기도 했다. 청주지역 장애인 시설 어린이와 함께 경남 남해·거제 등으로 여행을 다녀왔으며, 청주 중앙공원에서 노인들에게 국수를 대접하는 일도 했다. 역사·문화 기행, 통일강연, 언론 개혁 주제 토론 등도 이어졌다.

2005년 전국에서 <한겨레> 제2 창간 운동이 이어질 때 충북지역 주주·독자 등과 자발적으로 연 ‘충북 한겨레 한마당-가슴을 펴자 한겨레와 함께’도 청주모임의 자랑이다. <한겨레> 창간호, 창간 당시 지사 깃발, ‘배달의 기수’들이 입었던 자줏빛 조끼, 역대 소식지, 박재동 화백의 ‘한겨레 그림판’, 1988년 일본 구보다 기자가 기증한 평양 전경 사진 등 <한겨레> 역사를 보여주는 보물 같은 전시물을 한자리에 모았다. 청주모임에서는 <한겨레> 배달 직원은 물론 청주모임 소식지를 만들어 배포한 이들도 모두 ‘배달의 기수’로 불렀다.

조인호(64) 전 청주모임 회장은 “청주모임은 충북지역 <한겨레> 주주·독자의 자존심이다. 다양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한겨레>가 존재하는 한 청주모임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모임의 자랑은 소식지다. 모임에 앞서 다달이 4~8쪽짜리 소식지를 만들어 신문과 함께 배달했다. 청주모임 회원들이 ‘세상보기’, ‘가족 이야기’ 등의 고정란을 메워 소식지를 만들면 신문 지국의 ‘배달의 기수’ 등이 일일이 신문에 끼워 가정·기관 등에 배달했다. 한때 다달이 5000부 안팎을 만들기도 했다. 초기엔 등사로 만들다가 나중엔 김인규(63) 전 청주모임 회장이 운영하는 인쇄·기획사 ‘두손기획’에서 주로 만들었다. 김 전 회장은 <한겨레> 창간 무렵 청주지사를 운영했다. 그는 “소식지는 청주모임과 청주지역 주주·독자 등에겐 <한겨레>의 덤 같은 소통 통로였는데 때론 신문 못지않은 재미로 인기를 끌었다. 모임 회원이 줄고, 소식지 발행이 끊긴 게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청주모임은 13일 저녁 창립 30돌 기념행사를 조촐하게 열 참이다. 이문석(58) 청주모임 회장은 “시대의 부침에 따라 <한겨레>에 관한 호불호도 갈렸지만, 청주모임 회원들의 30년 <한겨레> 사랑은 변함없다. 다시 <한겨레>와 함께 할 30년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