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은 왜 화면에서 사라졌나.. 아시아인 차별의 이중적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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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지소연의 첼시 위민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위민을 4-2로 꺾고 2021~22 잉글랜드 위민스 슈퍼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때론 헛웃음이 나올 정도의 황당한 차별책이만 진작부터 흑인에 대한 차별 문화를 가지고 있던 미국이기에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이 정당한 사회 규범으로 작동했다.
난민에 대한 혐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반감과 착취 등 서양 사회가 아시아인에게 그랬던 것처럼, 한국인들은 우리 사회의 아시아인을 차별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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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지소연의 첼시 위민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위민을 4-2로 꺾고 2021~22 잉글랜드 위민스 슈퍼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경기를 끝으로 국내 복귀를 선언한 지소연을 위해 첼시는 등번호 10번이 담긴 액자를 선물하는 등 아름다운 이별식을 치렀다. 구단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에 대한 예우였다.
순조로워 보였던 이날 행사는 국내 팬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이 됐다. 중계를 맡은 스카이스포츠가 지소연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순간 다른 사람이 나오게 화면을 돌려버린 탓이다. 예전부터 축구를 잘하는 한국인, 나아가 아시아인에 대한 비슷한 상황을 지켜봤던 팬들은 우연한 일이 아님을 느끼고 분노했다.
이 장면은 ‘성공한 아시아인’에 대한 서양의 이중적 태도를 보여준다. 아시아인이 잘하면 사랑받지만, 주연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끼는 현상은 축구를 넘어 서양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정회옥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시아인이라는 이유’에서 이를 ‘모범 소수민족 신화’라고 설명한다.
모범 소수민족은 아시아인에게 근면함, 인내심, 교육열, 준법 정신 등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씌운 것으로 1960년대부터 미국 사회에서 등장했다. 이전까지 아시아인을 불결하고 야만적인 집단으로 봤던 미국 백인들은 경제 호황과 냉전 체제를 통해 아시아인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했다. 옛 소련과 과학 분야에서 경쟁하던 미국으로서는 과학에 특히 우수한 재능을 보였던 아시아인이 미국에 필요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모범생이라는 프레임을 씌울 때는, 그것을 씌우는 사람에게 순응하고 한 단계 아래 계층에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축구를 잘하되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서 백인 선수들을 빛내줬으면 하는 마음, 경제적으로 성공해 ‘아메리칸 드림’을 보여주되 백인들을 넘지 않는 성공이었으면 하는 마음 같은 것이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고 외치는 흑인들이 정작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고 외치지 않는 배경에도 모범 소수민족 신화가 작동한다. 아시아인을 백인보다 못하고 흑인보다 나은 중간 계층으로 서열화한 탓에 아시아인과 흑인이 연대할 기회가 사라졌고, 흑인들은 자신들이 누리지 못한 권리를 아시아인들이 누린다고 생각했다.
미국 백인들은 법과 제도를 통해서 끊임 없이 아시아인을 차별해왔다. 때론 헛웃음이 나올 정도의 황당한 차별책이만 진작부터 흑인에 대한 차별 문화를 가지고 있던 미국이기에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이 정당한 사회 규범으로 작동했다. 먹고 살기 어려울수록 혐오는 강해졌다. 인권의 보편성이 확장한 시대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다른 인종을 혐오하는 지도자가 나온 것이 가능한 이유다. 특히 코로나19는 서양 사회의 아시아인 차별과 혐오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코로나와 아시아인 혐오의 연관성에 대한 논의로 시작해 아시아인이 당한 차별을 살핀 저자는 마지막에 우리가 범하는 차별을 언급한다. 난민에 대한 혐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반감과 착취 등 서양 사회가 아시아인에게 그랬던 것처럼, 한국인들은 우리 사회의 아시아인을 차별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다문화 사회이면서도 반다문화 정서가 작동하는 한국 사회에 대해 저자는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자신을 받아들임으로써 뿌리 깊은 혐오의 고리에서 벗어나자고 제안한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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