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니 1300만원 증발"..'김치코인' 루나, 테라 폭락에 투자자들 멘붕

김정은 2022. 5. 1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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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현황판.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분명 어제 잠들기 직전 확인했을 때 1000만원 수익을 보고 있었거든요.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확인하니 300만원 손실이 나있었어요. 간밤 1300만원 손실이 난 거에요. 말 그대로 '멘붕'입니다." (30대 루나 코인 투자자, 박모씨)

이른바 '김치 코인'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루나와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USD(UST)가 연일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충격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전반적인 위험 자산 시장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루나와 테라의 특이한 거래 알고리즘 방식으로 인해 이들의 가격이 더욱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12일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후 1시 34분 기준 루나와 테라는 각각 0.3달러, 0.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루나는 전일 대비 96% 넘게 폭락한 수준이다. 테라 역시 전날보다 18% 가량 급락했다. 루나의 경우 지난달 119달러까지 오르며 가상화폐 시가총액 순위 10위 내에 안착하기도 했다. 테라도 스테이블 코인(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된 가상화폐) 가운데 3위 규모로 시총 180억 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인해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심해지면서 암호화폐 시장이 얼어 붙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루나와 테라의 특이한 거래 알고리즘으로 인해 두 코인의 가격이 '죽음의 소용돌이 현상'에 빠져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라는 루나를 매입하거나 매각하는 방법으로 가치를 고정하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 코인이다. 테라 가격은 1달러에 고정한다. 만약 달러보다 가격이 하락하면 루나를 발행해 테라를 사들여 가격을 높인다. 반대로 달러보다 테라 가격이 높아지면 루나를 매입해 1달러에 맞춘다. 루나가 테라가 서로의 가치를 떠받치도록 설계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테라의 가격이 1달러 아래로 추락하면서 루나의 시세가 급락하고, 이것이 다시 테라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에 빠졌다. 특히 이 알고리즘이 투자자들의 신뢰만으로 유지되는 만큼 최근과 같은 상황에 더욱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외신들은 일제히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라와 루나 모델은 이 가상화폐를 지원하는 사람들의 집단적 의지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비판을 받아왔다"고 전했고, 블룸버그 통신은 "가상화폐 몽상"이라고 꼬집었다.

루나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개발한 암호화폐다. 테라폼랩스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지만 한국인 대표의 기업이 발행한 코인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에 권 대표는 테라와 루나 폭락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테라를 담보로 15억 달러 구제금융 조달에 나섰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또 권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지난 72시간이 여러분 모두에게 매우 힘들었다는 것을 이해한다.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만들 것"이라며 "단기적인 위기에 흔들리지 말고 장기적 목표를 바라봐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루나와 테라 가격 폭락으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 역시 크게 출렁였다. 권 대표가 테라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비영리단체 ‘루나파운데이션 가드’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만약 테라폼랩스가 어려워질 경우 비트코인을 팔아 유동성을 마련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트코인은 전날 3만달러를 내줬고 현재 코인마켓캡에서 전날보다 11% 하락한 2만7654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3만달러를 하회한 것은 지난해 7월 26 이후 9개월여만에 처음이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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