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새 93% 폭락한 K-코인 루나.."죽음의 소용돌이 향하고 있다"

민서연 기자 2022. 5. 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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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이 200억달러(약 25조5400억원)에 달하며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코인 중 하나로 떠올랐던 국산 암호화폐 루나와 자매인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가 연일 폭락했다. 이를 두고 외신들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하면서 암호화폐의 한계라고 지적하고 있다.

12일 글로벌 코인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루나의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93.16% 폭락한 1.16달러다. 불과 전날만 해도 1루나는 19달러, 또 지난 5일에는 87달러대였으나 일주일간 99% 가까이 폭락했다. 루나는 지난달 119달러까지 오르면서 가상화폐 시가총액 순위 10위권에 들었으나, 현재 50위권 바깥으로 밀려났다.

테라 스테이블코인(왼쪽)은 루나(오른쪽) 토큰을 통해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테라 유튜브 캡처

루나와 테라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30살 권도형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발행하는 암호화폐다. 테라폼랩스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지만, 한국인 대표의 블록체인 기업이 발행한 코인이라는 점에서 대표적인 ‘김치 코인(국산 가상화폐)’으로 분류된다.

테라는 달러 가치와 1대 1 페깅(가치 연동)이 되도록 설계돼있는 스테이블 코인(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으로 1 테라는 1 달러 가치로 교환된다. 루나는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등에 쓰이는 테라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용도로 개발된 코인이다. 테라 가격이 하락하면 루나 수요 공급을 조절해 테라 가격이 1달러에 고정되도록 알고리즘을 사용. 테라는 한때 스테이블 코인 가운데 3위 규모로 시총이 180억달러에 달했다.

1달러보다 1 테라의 가치가 떨어지면 테라보유자는 테라폼랩스에 테라를 매도해 1달러 가치의 루나를 받아 최대 20%의 이익을 얻게 했다. 이렇게 하면 테라 가격 하락시 유통량을 줄여 가격을 다시 끌어올려 테라 가치를 1달러에 맞추는 구조다. 그러나 금리 인상과 미국 증시 추락이 가상화폐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상황에서 루나와 테라의 특이한 거래 알고리즘은 두 코인에 대한 ‘패닉 셀’(투매)이 촉발됐다.

루나 사태에 대해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 현상을 피하지 못하면서 테라가 폭락하고 루나도 97%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테라가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세계에서 애정의 대상이었으나 죽음의 소용돌이로 향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최근 금융 위기에 테라의 시세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자매 코인인 루나가 급락하고 다시 두 코인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 것이다.

테라는 테더(USDT)나 USDC 등 다른 스테이블 코인과 구별되는 알고리즘을 채택하고 있다. 현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을 담보로 발행한 것이 아니라 루나로 그 가치를 떠받치도록 한 것. 오직 투자자들의 신뢰로 유지되는 매커니즘 이었는데 최근 작동 불능상태에 빠진 것이다.

권도형 테라 창립자 트위터. /트위터 캡처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이번 사태에 대해 “테라와 루나 모델은 이 암호화폐를 지원하는 사람들의 집단적 의지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비판을 받아왔다”고 꼬집었고, 블룸버그 통신은 “가상화폐 몽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리서치업체 펀드스트랫은 “루나와 테라의 극적인 가격 하락은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증발해버릴 수 있는 데스 스파이럴(죽음의 소용돌이)”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로이터 통신은 권 대표는 테라와 루나 폭락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테라를 담보로 15억 달러 구제금융 조달에 나섰다. 이와 더불어 암호화폐 업계는 권 대표가 테라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비영리단체 ‘루나파운데이션 가드’가 수십억 달러어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테라 유동성 공급을 위해 비트코인을 처분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다.

테라 창업자인 권도형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지난 72시간이 여러분 모두에게 매우 힘들었다는 것을 이해한다.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단기적인 위기에 흔들리지 말고 장기적 목표를 바라봐 줄 것을 투자자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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