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뇽도 먹는 거대 메뚜기, 2억년 전 보령 살았다

조홍섭 2022. 5. 12.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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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 지구는 현재의 대륙이 하나로 연결돼 게임 캐릭터 팩맨처럼 생긴 초대륙을 형성하고 있었고 그 입에 해당하는 테티스 해를 둘러싼 지역에 지금은 멸종한 원시 메뚜기가 살았다.

'티타노프테라'라는 이 메뚜기는 펼친 날개 양쪽 끝 사이의 거리가 최대 40㎝에 이르는 거대한 몸집에 사마귀처럼 움켜쥘 수 있는 앞다리에는 단단한 가시가 돋아 다른 곤충과 양서류까지 잡아먹는 포식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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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두 날개 펼치면 최대 40cm 이르는 '티타노프테라'
세계적으로 희귀한 원시 메뚜기 화석, 동아시아 첫 발견
충남 분지 형성 시기는 트라이아스기 말, 지질학계 논란 종식되나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 충남 보령 호숫가에 살던 거대 포식자 메뚜기가 도롱뇽을 잡아먹는 모습을 그린 복원도. 김도윤 제공.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 지구는 현재의 대륙이 하나로 연결돼 게임 캐릭터 팩맨처럼 생긴 초대륙을 형성하고 있었고 그 입에 해당하는 테티스 해를 둘러싼 지역에 지금은 멸종한 원시 메뚜기가 살았다. ‘티타노프테라’라는 이 메뚜기는 펼친 날개 양쪽 끝 사이의 거리가 최대 40㎝에 이르는 거대한 몸집에 사마귀처럼 움켜쥘 수 있는 앞다리에는 단단한 가시가 돋아 다른 곤충과 양서류까지 잡아먹는 포식자였다.

‘거인의 날개’란 뜻의 이 원시 메뚜기 화석이 충남 보령시 성주면의 호수 퇴적층에서 발견됐다. 이제까지 세계에서 티타노프테라의 화석이 나온 곳은 호주와 중앙아시아뿐이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동아시아에서 발견됐다.

원시 메뚜기가 살던 시기의 대륙 분포도. 초대륙 곤드와나와 로라시아 사이에 테티스 해가 놓여 있다. 별표는 그동안 티타노프테라 화석이 발견된 곳이다. 한반도는 KOR로 표기돼 있다. 박태윤 외 (2022) ‘고생물학 저널’ 제공.

이로써 트라이아스기를 대표하는 원시 메뚜기의 서식범위가 테티스 해를 둘러싼 지역 전체임이 처음으로 밝혀지게 됐다. 또 화석이 발견된 지층인 남포층군의 연대가 트라이아스기란 사실이 확인돼 그동안 이 지층의 연대를 둘러싼 논란이 종식될지 주목된다.

박태윤 극지연구소 박사(고생물학)와 김도윤 서울대 생명과학부 대학원생 등은 국제학술지 ‘고생물학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새로 발견한 티타노프테라 메뚜기를 발표하고 ‘마그나티탄 종헌이’(Magnatitian jongheoni)로 이름 붙였다. 이 화석은 남포층군을 대상으로 지난 30여년 동안 고식물학을 연구해 온 김종헌 공주대 명예교수가 채집한 것으로 이번에 첨단 분석장치를 이용해 종을 밝힌 것이다.

화석으로 발견된 원시 메뚜기 앞날개 한 쪽(A) 모습과 이를 ‘파장 분산형 엑스선 분광 분석’(WDS)이란 첨단기술을 활용해 날개의 맥 구조 등을 밝혀낸 모습. 박태윤 외 (2022) ‘고생물학 저널’ 제공.

화석은 2억년 전 호수 퇴적층인 남포층군의 아미산층에서 발견됐는데 입자가 가는 진흙이 쌓여 굳은 셰일에 날개의 맥까지 선명하게 보존돼 있었다. 날개 길이는 57.3㎜였다. 박 박사는 “몸길이는 10㎝가 넘는 거대 포식자였다고 볼 수 있다”며 “호주에서 발견된 것보다 작은 편이지만 일반적인 티타노프테라의 평균 정도 되는 크기”라고 이메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 메뚜기가 공룡이 지배하던 보령 일대의 중생대 생태계에서 포식자로서 곤충, 무척추동물, 양서류 같은 소형 동물을 잡아먹는 중요한 지위를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메뚜기를 전공하는 김도윤 씨는 “티타노프테라는 사냥을 위해 발달한 앞다리로 사마귀처럼 사냥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사마귀와는 전혀 다른 계통의 곤충”이라고 말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발견된 가장 큰 티타노프테라 기가티탄의 복원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보령의 아미산층에서는 그동안 곤충, 물고기, 조개, 식물의 화석이 산출돼 당시의 생태계를 짐작하게 한다. 연구자들은 “이번에 테티스 해의 끄트머리인 한반도에까지 티타노프테라가 분포했음이 확인되면서 (초대륙에) 널리 분포하던 이 거대곤충이 트라이아스기 육상생태계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논문에 적었다. 티타노프테라는 고생대 말부터 중생대 트라이아스기까지만 생존했던 동물이다.

이번 발견은 국내 지질학계에도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충남 보령 일대에 넓게 분포하는 퇴적암층인 남포층군의 생성 연대를 두고 식물화석 연구에서는 트라이아스기로 추정했지만 동위원소 분석을 통한 연구에서는 그 이후인 쥐라기로 추정해 논란이 이어졌다.

원시 메뚜기 화석이 발견된 충남 분지의 육상 퇴적층. 이번에 형성 시기가 트라이아스기로 밝혀지면서 한반도 지각변동 중 가장 크고 격렬했던 대보 조산운동 이전에 다른 지각변동이 일어났음을 가리킨다. 박태윤 제공.

박태윤 박사는 “쥐라기 연대를 받아들인다면 당시 일어난 대보조산운동 때 만들어진 태백·영월·문경·보은의 반송층군과 비슷한 과정으로 충남분지가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러나 형성 시기가 트라이아스기가 맞다면 충남분지는 우리나라 지각 진화사에서 대보조산운동 이전에도 큰 분지를 형성할 만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고 추정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박 박사 등은 경남 진주 정촌 산업단지 터에서 남기수 공주교육대 교수가 발견한 1억년 전 중생대 백악기 메뚜기의 화석을 분석해 뒷다리에 박차가 달린 독특한 구조를 밝히기도 했다(▶1억년 전 한반도 메뚜기, 물 박차고 날아올랐다).

인용 논문: Journal of Paleontology, DOI: 10.1017/jpa.2022.3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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