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1호' 삼표산업, 사고나도 안전조치는 계속 안 지켰다

이혜리 기자 2022. 5. 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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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매몰사고 발생 닷새째인 지난 2월2일 소방당국과 경찰이 마지막 실종자 수색과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1호 기업인 삼표산업의 현장 안전관리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고용노동부 감독 결과가 나왔다. 법에 정해진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지켜지지 않았고, 과거 노동자 사망사고 원인이 된 부분은 여전히 시정되지 않았다.

노동부는 삼표산업의 전국 7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한 특별감독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지난 1월29일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석재 채취를 위해 구멍을 뚫는 작업을 하다 토사가 무너져내리면서 노동자 3명이 매몰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불과 3일이 지난 때 발생한 사고였다. 노동부는 추가 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지난 2월 특별감독을 실시했다.

특별감독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103건 발견됐다. 노동부는 “7개 사업장 모두에서 기본 안전보건조치 위반, 안전관리체제 부실 운영 등이 확인돼 안전보건관리 상태가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안전난간대·작업발판 미설치 등 추락사고 관련 안전조치 위반이 총 18건으로 모든 사업장에서 확인됐다. 끼임과 부딪힘 사고 관련 안전조치 미이행은 9건이었다. 삼표산업은 레미콘·덤프트럭 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다수 사용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도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최초 노무 제공시 안전보건교육 미실시, 트럭 위에서 추락위험 작업시 안전대 등 보호구 미지급이 지적됐다.

특히 지난해 삼표산업에서 난 노동자 사망사고 2건의 원인이 된 안전조치 미비 부분들은 일부 사업장에서 여전히 시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포천사업소에서 비산방지망 고정작업 중 위에서 떨어진 바위에 깔려 노동자 1명이 사망했는데도 다른 채석장에서 붕괴·낙하 위험 시설물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하지 않고 있었다. 지난해 9월에는 성수공장에서 노동자 1명이 도보 이동 중 덤프트럭에 부딪혀 사망했지만 다른 레미콘·몰탈 공장에서 차량계 건설기계 작업계획서 작성, 노동자 안전통로 확보 등 조치가 지켜지고 있지 않았다.

중대재해법 시행 후 이 법이 적용된 중대산업재해 59건 중 최근 5년 내 중대재해가 발생했던 기업에서 또 발생한 경우가 절반 이상(52.5%·31건)이다.

노동부는 삼표산업 사업장에서는 현장 안전작업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관리감독자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고발생 위험이 높은 야간작업 시 관리감독자를 배치하지 않고, 기업 스스로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해 개선하기 위한 핵심 절차인 위험성 평가도 실시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이행되고 있었다. 노동부는 “일부 사업장에서는 위험성 평가를 미실시했고, 위험성 감소대책의 개선 예정일·완료일·담당자 등이 정해져있지 않았다”며 “(평가) 완료 여부를 경영책임자에게 보고하는 절차도 없었다”고 했다.

노동부는 법 위반사항 60건은 사법조치하고, 39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8000만원을 부과했다. 7개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는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달아 검찰로 송치했다. 감독 결과는 삼표산업 본사에 통보해 회사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보완하도록 했다. 김규석 노동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삼표산업과 같이 중대재해 발생 이력이 있는 기업에서 반복적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것은 실질적 안전보건조치 의무보다 처벌을 면하기 위한 서류작업 등 형식적 의무이행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경영책임자가 중심이 돼 현장의 법 준수 여부 등을 철저히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6월 말까지 완료해달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지난 1월 채석장 붕괴 사고를 조사한 결과 삼표산업이 생산량을 늘리려고 무리하게 채석 작업을 진행한 게 사고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확인했다. 지난달 27일 양주사업소 현장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법원은 증거인멸·도주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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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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