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실적 발표에 숨은 도요타의 속내 [최원석의 디코드]

최원석 국제경제전문기자 2022. 5. 1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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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코드(decode): 부호화된 데이터를 알기 쉽도록 풀어내는 것. 흩어져 있는 뉴스를 모아 세상 흐름의 안쪽을 연결해 봅니다.

도요타가 정점을 찍고 있습니다. 반도체 부족과 원자재 급등의 칼바람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습니다. 어제(11일) 발표한 연간 결산에서였습니다. 전기차에서 뒤졌다는, 테슬라 때문에 위기라는 도요타가 오히려 전성기를 구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테슬라는 이변이 없는 한 성장을 이어가겠지만 말입니다. 다른 자동차회사는 지금 같은 인플레·금리상승·공급부족이 계속될 경우,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EV시프트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죠. 변화·위기에서 빛을 발하는 게 현금창출능력, 원가경쟁력, 주주 환원, 건전한 재무구조, 지역·상품별 매출 등의 균형감일 텐데요. 이런 점에서 업계 최강은 역시 도요타이지요.

어제 발표된 실적과 도요타 핵심 임원들의 발언 등을 종합해 도요타의 현재 상황, 테슬라와의 승부, 2030년을 준비하는 도요타의 속내 등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사실 테슬라를 뺀 대부분 자동차회사는 도요타와 비슷한 처지죠. 테슬라 때문에 중심을 잃고 휩쓸리기보다는 자신의 강점을 살려 어떻게든 살아남고 승리하겠다는 도요타의 전략에서 취사선택할 점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도요타의 전략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말입니다.

도요타의 작년(2021년4월~2022년3월, 도요타는 3월 결산 법인)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6% 증가한 2조9956억엔(약 29조4000억원)으로, 2015년의 2조8539억엔을 넘어 6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15% 증가한 31조3795억엔(약 308조원), 순이익도 27% 늘어난 2조8501억엔(약 28조원)으로 4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도요타, 2022년 3월기 결산 발표... 영업이익, 순이익 역대 최고치

어제(11일) 오후 나온 뉴스부터 살펴보죠. 도요타의 작년(2021년4월~2022년3월, 도요타는 3월 결산 법인)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6% 증가한 2조9956억엔(약 29조4000억원)으로, 2015년의 2조8539억엔을 넘어 6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매출은 전년보다 15% 증가한 31조3795억엔(약 308조원), 순이익도 27% 늘어난 2조8501억엔(약 28조원)으로 4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순이익은 일본 기업으로서는 2020년 소프트뱅크 그룹(4조9879억엔)에 이은 2위, 일본 제조업으로는 역대 최고입니다.

놀라울 건 없습니다. 실적 발표 전 애널리스트 평균 추정치에선 순이익이 3조엔을 넘었거든요. 추정치보다 낮아서인지 발표 후 주가가 약간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숫자가 많이 나와 혼란스럽지만, 결론은 간단합니다. 도요타는 숫자를 통해 이렇게 말한 겁니다. “테슬라 때문에 우리가 망할 거라고? 이번 실적이 도요타 역사상 가장 좋거든? 우린 우리식대로 갈 거야. 남들이 뭐라고 하든 간에!”

뭐, 좋습니다. 도요타가 여전히 1등인 건 알겠는데요. 앞으로 전개될 상황은 어떨까요?

테슬라와 비교하면, 도요타 실적만 볼 때와는 사뭇 달라집니다. 도요타는 여전히 잘하고 있지만, 테슬라가 너무 빨리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죠.

작년에 테슬라는 전년보다 83% 늘어난 93만422대를 생산했습니다. 도요타는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중심이지만, 테슬라는 전기차만 만들죠. 테슬라의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71% 증가한 538억2300만 달러(약 69조원), 순이익은 7.7배인 55억1900만 달러(약 7조원)로 모두 과거 최고였습니다.

실적만 비교하면 아직 도요타에 비할 바는 아니죠. 작년 도요타의 생산은 렉서스 포함 857만대로, 테슬라(93만대)보다 9배 많았습니다. 하지만 매출·수익으로 비교하면 격차가 많이 줄어듭니다. 도요타가 매출은 테슬라보다 5배, 순이익은 4배 많았습니다. 그만큼 테슬라는 도요타보다 비싼 값에 차를 팔았고, 그만큼 수익도 더 많이 냈다는 의미입니다.

11일 실적 발표에서 마에다 마사히코 부사장(CTO)은 지역 밸런스를 도요타의 강점으로 꼽았다. 2021년 도요타의 지역별 판매 비중(맨 위 그막대 그래프)을 보면, 일본 15%, 북미 28%, 유럽 11%, 중국 22% 등으로 배분이 꽤 이상적이다. 반면 A사(폴스크바겐으로 추정)는 일본 1%, 북미 10%, 유럽 42%, 중국 38% 등으로, 지역 편중(유럽·중국 비중이 80%)이 심하다. B사(GM으로 추정)는 북미 58%, 중국 28%로, 두 지역 비중이 전체의 86%다. /도요타 실적발표 동영상 캡처

◇테슬라, 영업이익률에선 이미 도요타 압도, 3~4년 내에 매출·이익 총량으로 도요타와 맞붙게 될 수도

그림이 그려지시죠? 이미 매출·순이익에선 테슬라가 도요타를 사정권에 넣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서비스·기술혁신의 관점을 떠나, 숫자만 따져도 그렇습니다.

테슬라가 도요타를 압도하기 시작한 것도 있습니다. 본업에서 얼마나 이익을 내고 있느냐를 보여주는 지표인 영업이익입니다. (회계기준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습니다만) 테슬라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12.1%로, 도요타가 어제 발표한 작년(2021년4월~2022년3월) 영업이익률 10.5%를 앞섰습니다. 테슬라의 올해 1분기(1~3월) 영업이익률은 19.2%로, 이미 기존 자동차회사가 추격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게다가 테슬라는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죠. 작년 93만대에 이어, 올해 150만대, 내년 200만대까지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도요타는 최근 십여 년간 연간 1000만대 부근에 정체돼 있죠. 이대로 가면 내후년쯤엔 매출·이익이 도요타에 근접한 수준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도요타가 올해 정점을 찍고, 앞으로 3~4년 내에 매출·이익 면에서 테슬라에 1위를 내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고 피처폰 거인 노키아가 불과 6년 만에 무너진 것과 같은 상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테슬라의 성장이 무섭긴 하지만, 실현 여부도 미정이고 실현된다 해도 몇 년은 지켜봐야 할 겁니다. 그 안에 도요타의 판매·수익이 지금보다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2022년에도 도요타의 경쟁력은 건재합니다. 코로나 영향을 크게 받은 전년보다 생산을 꽤 만회했고, 원자재 상승에 따른 이익 하락분을 엔저 효과로 흡수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딜러에 지급하는 인센티브(판매장려금)가 줄어든 점도 증익에 기여했습니다. 미국 조사회사 오토데이터에 따르면, 작년 도요타의 차량 1대 당의 인센티브는 1328달러로, 전년보다 40% 감소했습니다. 현재는 차가 없어 못 파는 상황이라 인센티브 자체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판매 비용이 현저히 줄었죠.

이건 자동차회사에 엄청난 이익입니다. 차가 안 팔려 쌓인 재고가 50만대라 쳐보죠. 대당 4000만원으로 계산하면 현금 20조원이 묶인 셈입니다. 인센티브로 대당 500만원을 딜러에 지급한다면 제조사가 100만대 파는데 5조원이 더 들어간다는 얘기입니다. 지금은 묶인 현금도 별로 없고 판매 비용도 크게 줄었습니다. 제조사들이 부품수급 문제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고 생산도 충분치 않은데도,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향상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특히 도요타는 계열 공급업체를 포함해 폭넓은 공급망을 구사해 경쟁사보다 감산 폭을 줄인 것도 효과를 봤습니다. 그 결과 전년보다 판매가 7.6% 늘었는데요. 같은 기간 폴크스바겐·GM은 전년보다 각각 14·16% 줄었습니다. 생산으로는 도요타가 전년비 5% 증가했는데요. 같은 기간 닛산은 11%, 혼다는 9% 줄었습니다.

지난 11일 도요타의 2022년 3월기 결산 발표회에 참석한 도요타 임원들. 왼쪽부터 나가타 준 CCO(Chief Communication Officer), 마에다 마사히코 부사장(CTO), 곤 겐타 부사장(CFO), 야마모토 마사히로 경리본부장. /도요타 실적발표 동영상 캡처

◇도요타, 지역별 판매 밸런스, 손익분기점 도달까지의 최소 판매대수 개선 등이 강점... 인플레·금리급등·공급불안 상황에서 큰 효과

또 도요타의 어제 실적발표를 보면, 출연한 임원들이 강조한 도요타의 강점이 있는데요.

곤 겐타 부사장(CFO)은 손익분기 대수, 즉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위한 최소 판매대수가 크게 줄었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2008~2009년 리먼 쇼크 사태 때 뼈저리게 교훈을 얻은 뒤에 지속한 원가절감 활동 덕분이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도요타는 리먼쇼크 직전까지 물량확대 노선을 걷다 미국을 중심으로 300만대의 재고를 떠안는 악몽에 빠지는데요. 도요타는 1937년 창사 이래 딱 한번 적자를 냈는데 이 때가 그때였습니다.

곤 부사장이 제시한 도표에 따르면, 작년(2021년4월~2022년3월) 손익분기 대수는 리먼 쇼크의 직격탄을 맞았던 2008년 손익분기 대수 대비 70%선입니다. 그 사이 제조비 부담은 계속 늘었을텐데 오히려 원가경쟁력은 훨씬 좋아진 것입니다.

이것은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회사가 살아남고 추가 성장하도록 하는 근간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공급난으로 차량가격이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제조원가 절감과 판매비용 절감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증산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는데, 급격한 인플레와 금리인상·경기침체·수요감소가 지속돼 차가 안 팔리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될까요? 도요타처럼 원가경쟁력을 높인 기업이 살아남는데 유리하겠죠. 위기가 닥쳤을 때, 차는 좋지만 원가도 따라서 잔뜩 부풀어올라 버린 회사의 경우,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EV시프트로 가기도 전에 회사가 휘청거리게 될지 모릅니다.

한편 마에다 마사히코 부사장(CTO)은 지역 밸런스를 강점으로 꼽았습니다. 2021년 도요타의 지역별 판매 비중을 보면, 일본 15%, 북미 28%, 유럽 11%, 중국 22% 등으로 배분이 꽤 이상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도요타가 실적발표에서 예로 든 A사(폴스크바겐으로 추정)는 일본 1%, 북미 10%, 유럽 42%, 중국 38% 등으로, 지역 편중(유럽·중국 비중이 80%)이 심합니다. B사(GM으로 추정)는 북미 58%, 중국 28%로, 두 지역 비중이 전체의 86%죠. 마에다 부사장은 “어떤 지역적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도요타는 지역 밸런스가 좋기 때문에 견딜 힘이 있다”고 얘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도요타의 작년 시장점유율을 보면, 주요 시장에서 전년 대비 점유율이 모두 올랐습니다. 미국은 14.8%에서 15.5%로, 중국은 7.1%에서 7.3%로, 유럽은 5.9%에서 6.6%로 상승했습니다. 일본은 153만대에서 139만대로 시장 축소에 따라 줄었지만, 점유율은 재작년·작년 모두 32.5%로 같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업계 특히 부품사가 보는 자동차회사의 경쟁력 중 큰 것이 ‘조금씩이라도 꾸준하게 기복 없이 성장하는 것’입니다. 부품사는 이런 회사를 가장 선호하고요. 이런 회사에 가장 좋은 부품이 가장 좋은 가격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도요타는 테슬라에 비해 신경 써야 할 게 많지요. 애초부터 처지가 다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전략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도요타와 거래하는 일본 내 1차 협력업체, 2차 협력업체만 총 4만1427개사입니다. 도요타로서는 좋든 싫든 이들과 함께 가면서, 함께 변화를 도모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EV시프트 과정에서 도요타에 독이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앞으로 5~10년, 내연기관 중심(하이브리드 포함)의 신차 판매가 지속되는 동안엔 도요타의 경쟁력에 힘이 되어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도요타는 어제 발표에서 올해(2022년4월~2023년 3월)의 세계 생산(토요타·렉서스 합계, 자회사 제외) 목표를 전년보다 13% 오른 970만대로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전까지 도요타의 세계생산 최대치는 2016년의 908만대였는데, 이를 넘어 역대최대 생산을 선언한 겁니다.

도요타의 국내생산도 올해 300만대를 회복할 예정입니다. 도요타는 자국 제조기술·고용 유지를 위해 연간 국내생산 300만대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왔지만, 2년 연속으로 생산대수가 300만대 아래로 떨어진 상황이었습니다.

도요타의 손익분기 대수, 즉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위한 최소 판매대수는, 작년(2021년4월~2022년3월) 기준으로, 리먼 쇼크의 직격탄을 맞았던 2008년 대비 70%선을 기록했다. /도요타 실적발표 동영상 캡처

◇2030년 전기차 350만대 달성하더라도, 수익 기둥은 여전히 하이브리드... 2030년 판매대수와 전기차 비중 밝히지 않는 것에 도요타 속내 숨어있을 수도

도요타의 전기차 계획은 어떨까요. 참고로 작년(2021년4월~2022년3월) 도요타(렉서스 포함) 판매에서 하이브리드카는 256만대로 전체의 27%를 차지했습니다. 이외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 11만6000대, 순수전기차 1만6000대, 수소연료전지차 5000대로, 도요타 전동화차량에선 여전히 하이브리드카가 대부분입니다.

도요타는 작년 말 ‘2030년 전기차 350만대’ 계획을 발표했지만, 풀라인업 즉 내연차부터 하이브리드·플러그인·전기차·바이오·수소연료차까지 전부 구비하겠다는 전략인데요. 내연기관차(하이브리드 포함)에서 전기차로 결국은 이행하겠지만, 그 과정은 경착륙이 아닌 연착륙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도요타가 아직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게 있습니다. 어떤 유형의 차량이 어느 기간에 걸쳐 얼마나 매출·이익에 기여할 것인가입니다. 2030년 전기차 350만대를 제시하긴 했지만, 이 조합에 따라 수익구조가 달라질 텐데요. 도요타가 끝내 말하지 않은 이 내용에 도요타의 속내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일본 경제지 ‘주간 다이아몬드’가 지난 3월5일 자에 애널리스트와 업계 전문가 도움을 받아 2031년 3월기(2030년4월~2031년3월)의 도요타 상황을 추정한 게 있는데요.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 소개해 보겠습니다.

주간 다이아몬드는 2030년 도요타·렉서스 합계 판매를 1450만대로 추정했습니다. 그 가운데 전기차를 350만대로 한다면, 전체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은 24%가 됩니다. 이때 전기차 350만대엔 중국 판매분이 포함돼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 이외의 전체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2030년에도 10%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도요타의 2030년 매출은 (현재의 30조엔에서) 50조엔에 육박하는 수준, 영업이익은 6조엔, 당기순이익은 5조엔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잡지는 추정했습니다.

도요타의 주요 사업은 자동차와 판매금융의 두 축으로 이뤄지는데요. 2030년의 자동차 사업 매출은 45조2200억엔, 영업이익은 5조0980억엔. 영업이익률 11.3%로, 2020년의 6.5%에 비해 높은 이익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 전망은 일본 전문가들에게 얻은 정보를 종합한 것이니, 희망사항이 많이 반영됐다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잡지는 더 중요한 포인트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도요타가 그 고수익의 대부분을 전기차(BEV)가 아닌 엔진 탑재 차량에서 벌어들일 계획이라는 겁니다. 전기차 이외 차량(내연·하이브리드 등)의 영업이익률은 12.0%이지만, 전기차 영업이익률은 5.0%로 추산돼, 2030년 시점에서도 차이가 컸습니다. 2030년 전기차 이외 차량과 전기차의 평균 단가는 양쪽 모두 대당 340만엔으로 팽팽히 맞서는 것으로 설정됐습니다.

즉 잡지의 추정을 요약하면 ‘2030년 도요타는 일본 기업으로는 전인미답의 매출 50조엔을 기록할 수도 있다. 전기차로 방향은 틀겠지만, 그 때에도 하이브리드 의존의 수익구조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입니다.

◇도요타, 차량 OS와 완전 OTA 가능한 전기·전자 아키텍처 구축 중... 테슬라는 못잡는다 해도 승산 있다고 여기는듯

추산이 정확한지는 알 수 없고 도요타 내부의 실제 계획도 시장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뀌겠지만, 이 내용은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우선 도요타의 속내에 관한 것입니다. ‘처음부터 전기차만 만든 테슬라를 쫓아가서는 승산이 없다. 올해만 이미 500만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 대거 전기차를 투입하되, 다른 시장은 2030년까지도 하이브리드 위주로 가는 게 오히려 승산이 있다’일 수 있습니다. 2030년 세계 신차시장에서 전기차 비율은 30% 내외로 추정됩니다.(물론 더 빨리 갈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나머지 70%는 여전히 엔진이 탑재된다는 얘기죠.(하이브리드도 플러그인도 엔진이 들어갑니다)

도요타로서는 전기차로 주요 선진국 환경규제는 맞춰나가겠지만, 주력은 하이브리드로 가져가다가, 배터리 부문 혁신기술이 본격화될 것으로 추정되는 2020년대 말부터 대대적인 전기차 양산에 들어가도 생존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본다는 얘기일 수 있죠. 작년 도요타(렉서스 포함)의 하이브리드카 판매는 256만대로, 같은 기간 도요타 전체 판매의 27%가량을 차지했다고 앞서 말씀드렸는데요. 전년도 하이브리드 판매량 209만대(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보다 꽤 늘어난 것입니다. 참고로, 도요타에서 전기차는 재작년 6000대, 작년 1만6000대로 극소수이고, 올해부터 조금씩 판매를 늘려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오랫동안 밀어왔던 수소연료전지차는 재작년 3000대, 작년 5000대로,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고 있습니다.

도요타가 몇 년 내에 테슬라에 자동차업계 실적 1위 자리를 내줄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앞으로 5년 이상은 하이브리드카 위주로 기존 업계 왕좌를 지켜내겠다는 속내인 것 같습니다. 도요타의 어떤 임원도 2030년 도요타 전체 판매대수와 전기차·하이브리드카 비중을 얘기하지 않는,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도 절대 답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 모릅니다.

테슬라의 약진이 놀랍지만, 2030년에 1000만대를 만들어내도 전체 신차시장의 비중은 10% 내외입니다. 시장을 지배할 수는 없습니다. 테슬라는 그냥 전기차가 아니라 대부분 기능을 OTA(Over The Air·무선업데이트)로 수정·개선할 수 있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소프트웨어로 가치가 정의되는 차)이기 때문에, 차원이 다르다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요타도 몇 년 전부터 자체 OS인 ‘아린(Arene)’을 개발해 완성을 눈 앞에 두고 있고요. 차량구조도 OTA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전기·전자(E/E) 아키텍처로 바꾸기 위한 작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습니다.

도요타가 테슬라보다 많이 늦었는데도,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내재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자동차의 싸움은 한두 해에 끝나지 않는다는 거죠. 자동차시장이 스마트폰시장의 애플(자동차시장은 테슬라)과 구글 진영(구글·엔비디아·모빌아이 등)처럼 재편될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겁니다. 자동차는 스마트폰과 달라서, 디바이스(차량)를 장악한 자의 힘을 쉽게 무너뜨리기 어렵기 때문에, 기존 자동차 업계가 OS·소프트웨어를 일부 장악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겁니다. 테슬라가 앞서나가는 것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도요타가 지금의 위치 혹은 그보다 더 나은 위치를 미래에 차지할 길은 아직 열려있다고 보는 것이겠죠.

따라서 도요타는 ‘전기차 전환이 늦다는 비난을 받더라도 테슬라의 길을 그대로 쫓지는 않겠다. 2030년 전기차 350만대를 달성하고도, 하이브리드를 주력으로 지금보다 더 큰 매출·이익을 낼 수 있다’는 속마음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도요타로서는 자신의 장점과 한계를 감안한 최적의 해법을 찾아보겠다는 전략일 텐데요. 다만 하이브리드카가 수익을 내는 기간이 도요타의 예상보다 짧아지고 EV시프트가 지금보다 더 빨리 진행된다면, 전략의 기반이 무너지고 도요타의 수익성이나 미래 가치가 크게 훼손될 수도 있습니다.

또 도요타 내부에서도 하이브리드카를 언제까지 수익의 기둥으로 가져갈 수 있는지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미 고급차 브랜드인 렉서스는 2030년까지 주요시장 100%, 2035년까지 모든 시장 100% 전기차 전환을 선언했죠.

다만 현 시점에서는 전기차(SDV)로 치고 나가는 테슬라, 내연기관 비중을 빠르게 줄이고 테슬라처럼 전기차에 올인하려는 기존 회사, 중심(하이브리드)을 놓지 않고 살아남겠다는 도요타 등의 전략이 혼재된 양상입니다. 이변이 없는 한 테슬라는 갈 길을 갈 것 같고요. 문제는 전략이 엇갈리는 기존 자동차회사들이 어떻게 될 것이냐일텐데요. 업계 당사자 입장에서는 피 말리는,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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