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이 장수 비결이라지만, 아무때나 먹어서야..

곽노필 2022. 5. 1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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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실험 결과 소식그룹 중 종일토록 먹으면 10%
활동시간대만 먹으면 35% 비소식그룹보다 수명 길어
같은 양의 소식을 하더라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수명 연장 효과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장수를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꼽히는 것은 ‘적게 먹는 것’(소식)이다. 소식이 세포의 노화 속도를 줄여 수명을 늘려주는 역할을 한다는 많은 연구와 실험 결과가 나왔다.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면 체중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혈압과 염증 수치가 낮아지고 혈당이 더 잘 조절됐다. 최근엔 미국 예일대 연구진이 소식을 하면 면역세포를 생산하는 흉선이 이전 상태로 복구된다는 2년간의 장기추적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덧붙여 먹는 양뿐 아니라 먹는 시간도 수명 연장에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추가됐다. 미국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는 4년간 수백마리의 생쥐 실험을 한 결과, 하루 중 활동량이 많은 시간에만 식사를 할 경우 소식의 수명 연장 효과가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생쥐들을 6개 그룹으로 나누고 자동급식기를 이용해 식사량과 식사 시간을 조절하면서 쥐들을 살펴봤다. 한 그룹에는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도록 했고, 나머지 5개 그룹엔 사료를 30~40% 적게 제공했다. 이들 그룹은 식사 시간 간격에 따라 다시 5개 그룹으로 나눴다. 두 그룹엔 낮 또는 밤 시작 시점으로부터 2시간 안에 하루치 분량(300㎎ 사료조각 9~10개)을 집중 공급했다. 이는 생쥐들이 보통 한끼에 섭취한 칼로리를 2시간 내에 모두 소비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다른 두 그룹엔 낮 또는 밤 12시간을 택해 90분마다 사료 1개씩 공급하고 나머지 시간은 굶겼다. 마지막 한 그룹엔 생체리듬에 상관없이 하루 24시간 내내 160분마다 사료 1개씩을 꾸준히 공급했다.

식사 공급 방식을 이렇게 나눈 건 식사량과 함께 간헐적 단식, 생체리듬 등 식사하는 시간의 영향도 함께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실험 결과 예상대로 소식을 한 생쥐들의 평균 수명이 10% 더 길었다. 그러나 더욱 흥미로운 것은 생쥐의 활동시간대인 밤에만 사료를 먹은 그룹이 낮시간대 식사 그룹보다 수명이 더 길었다는 점이었다. 소식을 하지 않은 생쥐들과 비교하면 낮시간에 소식한 그룹은 수명이 19~21%, 밤시간에 소식한 그룹은 수명이 34~35% 더 늘어났다. 밤에만 식사한 생쥐의 수명은 1058~1068일로 평균 수명이 2년인 일반 생쥐보다 9개월이 더 길었다.

연구진은 “하루 12시간 이상의 금식 간격과 야간 식사가 수명 연장에 가장 큰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이 실험을 사람한테 적용하면 활동량이 많은 낮 시간에만 식사할 경우 비슷한 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생체리듬 맞춘 식사가 노화 과정 늦춰

그러나 섭취량을 줄인 경우 식사 시간대가 체중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다. 최근 중국 과학자들도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낮에만 식사하는 방법(오전 8시~오후 4시)이 칼로리를 줄이는 방식보다 체중 감량에 더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조지프 다카하시 박사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연구에서도 식사 시간에 따른 생쥐의 체중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러나 수명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볼티모어의 국립노화연구소 라파엘 드카보 연구원(노인학)은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은 적게 먹더라도 적절한 식사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면 소식의 이점을 온전히 누리지는 못한다는 걸 명쾌하게 증명해준다”고 논평했다.

연구진은 “생쥐 사망 후 조직병리학 검사를 한 결과 생체리듬에 맞춰진 섭식 및 단식 주기는 노화 과정을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노화가 진행되면 유전자 발현율이 크게 떨어지지만 소식 그룹에서는 변화의 정도가 적었다. 특히 생쥐의 활동시간대인 밤에 짧은 시간 동안만 식사한 그룹의 변화가 가장 적었다.

연구진의 다음 과제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소식이 생체리듬을 좌우하는 생체시계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알아냄으로써 새로운 수명 연장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는 보다 효과적인 칼로리 제한 식단이나 약물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다카하시 박사는 “생체시계를 더 활성화할 수 있는 약물을 찾아낸다면 실험실에서 그 약물을 실험하고 수명 연장 효과가 있는지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카하시는 이번 생쥐 실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생활에서 실천하고 있다. 그는 현재 하루 중 식사시간의 범위를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침식사를 오전 8시에 했다면 저녁 식사는 늦어도 오후 8시 이전에 한다는 것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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