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 공유는 사랑'이라더니..넷플릭스 이탈자 늘어날 듯

유선희 2022. 5. 1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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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외 계정 공유 추가 과금·광고 시청 저가 요금제
국내 가입자 "공유 권장하더니..주가 하락에 무리수"
디즈니플러스·애플TV플러스 등 진출해 각축 벌여
토종 OTT 손잡은 파라마운트·HBOMAX 우회상륙
"대체재 많고 극장가 살아나면서 이탈자 늘어날 듯"
넷플릭스의 ‘요즘 대세 콘텐츠’ 초기 화면. 넷플릭스 화면 갈무리

넷플릭스 스탠다드 요금제를 쓰면서 친구 3명과 계정을 공유하고 있는 김아무개(34)씨는 최근 ‘유료 회원의 계정 부당 공유를 막겠다’는 넷플릭스의 방침이 전해진 후 서비스 해지를 고민 중이다. 김씨는 “코로나 시국이라 극장에 잘 못 가는 바람에 넷플릭스 결제를 계속해 왔는데, 계정 공유가 불가능해지면 굳이 이용할 이유가 없다”며 “신작 시리즈와 유명 영화가 공개될 때만 반짝 시청할 뿐, 갈수록 시청 시간도 줄어 이 참에 정리할까 싶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가입자 수 감소에 따른 주가 하락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 4분기부터 계정 부당 공유를 막고, 광고를 보게 하는 새 요금제를 도입한다는 외신 보도가 전해지면서 국내 이용자들도 술렁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잦아들면서 극장가가 활기를 되찾고, 에이치비오맥스(HBOMAX)와 파라마운트플러스가 각각 토종 오티티와 손잡고 국내에 우회 상륙할 예정이어서 넷플릭스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애플티브이 초기 화면. 애플티브이 화면 갈무리

<뉴욕타임스> 등 외신의 관련 보도가 전해진 11일, 영화·드라마 관련 커뮤니티에는 우려와 비판 글이 줄을 이었다. 익스트림무비의 한 누리꾼은 “계정 공유 단속은 장기적으로 볼 때 악수가 될 것 같은데, 주가가 폭락했다고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닌가 싶다”고 적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넷플릭스는 그동안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암묵적으로 계정 공유를 방관하고 있었다”며 “몇 년 전에는 본사 트위터로 ‘계정 공유는 사랑입니다’라며 대놓고 부추겨놓고, 이제 와서 단속한다니 미국에서도 반응이 살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스트리밍 영상에 광고를 포함하는 대신 요금을 낮춘 저가 요금제를 출시하는 것은 학생 등 일부의 호응을 받을 수 있겠지만, 계정 공유 단속에 대해서는 단속할 뾰족한 방법이 있겠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넷플릭스 장기 이용자인 유준석(41)씨는 “숙박업소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다수에게 계정을 공유하는 경우를 단속하려는 것이 아닐까 한다”며 “일반 가정이라면 타인 계정 공유와 가족 계정 공유를 어떻게 구분하겠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다른 이용자인 정준영(32)씨는 “칠레·페루·코스타리가 등 중남미 국가에서 단속을 벌여 가족이 아닌 공유자에게 3달러의 추가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는데, 한국에서 그런 정책을 쓰면 이탈자가 속출하는 등 역풍이 불지 않겠냐”고 말했다.

국내 토종 오티티 티빙과 손잡고 한국에 상륙하는 파라마운트플러스. 파라마운트플러스 화면 갈무리

넷플릭스 대체 서비스가 늘고 있다는 점도 가입자 이탈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에 진출한 디즈니플러스, 애플티브이플러스에 이어 에이치비오맥스가 국내 토종 오티티 웨이브와 손잡고 에이치비오맥스관을 만드는 우회적 공략을 준비 중이고, 파라마운트플러스 역시 티빙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다음 달 상륙한다. 워너미디어 산하인 에이치비오맥스는 드라마 <왕좌의게임> <체르노빌> <프렌즈> 등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콘텐츠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파라마운트플러스 역시 할리우드 5대 메이저 스튜디오 중 하나인 파라마운트픽처스의 지식재산권(IP)에 기반을 둬 <인터스텔라> <스타트렉> <미션 임파서블> <트랜스포머> 등 흥행 영화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윤필립 영화평론가는 “한국은 오티티들의 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된 지 오래”라며 “한국 관객의 특성상 <오징어게임>과 같은 킬러 콘텐츠 한 편에 따라 이쪽에서 저쪽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파라마운트플러스와 에이치비오맥스가 직접 진출이 아닌 국내 오티티와 협업을 택한 것은 국내 콘텐츠 생산자의 뛰어난 능력과 국외보단 국내 콘텐츠를 선호하는 가입자의 성향을 두루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디즈니플러스나 애플티브이플러스가 국내 시장에서 고전하는 것을 타산지석 삼아 리스크를 줄이는 새로운 전략을 들고나온 것으로, 넷플릭스의 오랜 독주체제가 끝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토종 오티티 웨이브와 손잡고 국내에 진출 예정인 HBOMAX. 화면 갈무리

일상회복과 더불어 극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늘면서 넷플릭스의 인기가 주춤하는 상황도 주목할 변수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4월 넷플릭스의 월간 활성이용자수(MAU)는 1153만명으로, 3월 1218만명, 2월 1245만명에 견줘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여기에 더해 넷플릭스는 올해 요금을 20% 가까이 인상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반면, 극장가는 마블 신작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개봉 일주일 만에 400만 관객을 불러들이는 등 5월 들어 관객 수가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개봉해 688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범죄도시> 후속편 <범죄도시2>가 18일 개봉을 앞두고 있어 흥행 여부에 따라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씨지브이(CGV) 황재현 홍보팀장은 “영화 한 편으로 일주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동원한 것은 결국 콘텐츠의 힘으로 볼 수 있다”며 “<범죄도시2> 등 이어지는 신작 영화의 흥행이 뒷받침되면 보복 관람 분위기와 맞물려 넷플릭스 등 오티티에 빼앗겼던 시장이 극장 쪽으로 넘어오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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