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의 여기 VAR] 프로스포츠 코치는 노동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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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하다 보면 때로는 상식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을 마주한다.
지난달 27일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 클럽하우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도 그랬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이는 14년을 부산 아이파크에서 일하다 해고당한 유소년팀 지도자 ㄱ씨였다.
ㄱ씨와 비슷한 노동자를 부르는 말인 '특수고용노동자'가 일반화된 지 오래고, 법원과 관련 기관은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결정을 다수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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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의 여기 VAR]
취재하다 보면 때로는 상식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을 마주한다. 지난달 27일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 클럽하우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도 그랬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이는 14년을 부산 아이파크에서 일하다 해고당한 유소년팀 지도자 ㄱ씨였다. ㄱ씨는 “14년을 구단 지시대로 일했는데, 퇴직금 한 푼 받지 못하고 쫓겨나게 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14년을 다닌 직장에서 해고당하며, 퇴직금도 받지 못하는 모습은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스포츠계에선 오히려 이런 풍경이 ‘상식’이다. 대다수 프로 구단과 실업팀은 코치, 트레이너 등과 계약을 맺을 때 4대 보험에 가입하는 근로계약 대신 3.3% 사업소득세를 징수하는 사업자 계약을 체결한다. 구단과 코치가 동등한 사업자 관계라는 것이다.
물론 현실에선 코치가 구단의 상시적 지휘·감독 아래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ㄱ씨는 매일 작성하는 훈련일지 등 자신의 업무를 구단에 보고하고 허가를 받았다. 심지어는 구단에 시말서를 써낸 적도 있다고 한다. 세상 어느 사장이 다른 사장에게 시말서를 써낼까?
사실 사회적으론 이미 이런 고용 형태가 각종 법망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지적돼왔다. ㄱ씨와 비슷한 노동자를 부르는 말인 ‘특수고용노동자’가 일반화된 지 오래고, 법원과 관련 기관은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결정을 다수 내렸다. 사용자 마음대로 정할 가능성이 큰 계약 형태가 아니라, 실질적인 근로 형태를 근거로 노동자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게 결정의 핵심이다.
실제 대법원은 구단 트레이너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 장아무개 전 대표에 대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해 7월 확정하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역시 이(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LoL) DRX가 김정수 감독을 부당해고했다고 지난해 4월 인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은 2년 전 집단 따돌림과 폭력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고 최숙현의 죽음이 업무상 질병에 의한 사망이라고 지난해 4월 판단했다. 프로 구단 감독과 실업팀 선수도 노동자로 인정한 셈이다.
세상은 변하는데, 스포츠계는 그대로다. ㄱ씨 사건을 맡은 권리찾기유니온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 종목을 가리지 않고 많은 구단이 여전히 꼼수 계약을 맺고 있다. 관련 소송이 끊이질 않는 데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당사자들과 따로 합의하는 등 임시방편을 고집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마당에, 이런 주먹구구 대응이 얼마나 더 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이른바 엠제트(MZ) 팬들은 공정에 민감한 세대다. 선수 노예 계약 문제에 분노해 ‘카나비’(서진혁)를 구하고 이스포츠 표준계약서를 만들었던 이들은, 스포츠계의 이런 ‘상식’을 어떻게 생각할까. 무엇보다 그들은 ‘너도 4대 보험비를 안 내니 좋다’라며 꼼수 계약을 강요하는 ‘진상’ 사장들을 몸으로 겪었다. 엠제트를 잡겠다며 정체 모를 일들을 벌이기 전에, 그들의 상식부터 따라잡는 게 우선이다.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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