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에 개미들은 '자포자기'..증권가 "포트폴리오 다시 짤 때"
인플레 대응 가능한 업종 담아야
낙폭 과대 기술주 저점매수 유효
국내외 증시가 변동성을 키우면서 투자 전략을 고민하는 개미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은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관망하겠다는 투자자가 많았지만, 예상보다 조정 기간이 길어지자 더 늦기 전에 시장에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물타기(분할 매수)를 해야 한다는 쪽과, 손실이 더 커지기 전에 손절(매도)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는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592.27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지난 10일에는 장중 2553.01까지 떨어지며 올해 1월 28일(2591.34) 기록을 깨고, 연중 최저치를 새로 썼다.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 2600을 밑돈 것은 지난 2020년 11월 이후 약 17개월 만이었다.
미국 증시가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통화정책 우려로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 9일(현지 시각)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종가 기준 지난해 3월 31일 이후 처음으로 4000을 밑돌았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020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국내외 증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시가총액 규모가 큰 성장주 중심으로 휘청대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 증시는 이른바 ‘서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투자자의 베팅이 몰린 빅테크주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올해 들어 9일까지 S&P500지수가 16%,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11% 하락한 가운데, 나스닥지수는 25% 넘게 빠졌다.
증권가에서는 개인마다 포트폴리오가 다르긴 하지만, 일부 종목을 처분하고, 이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종목을 편입하는 게 낫다는 시각이 많다. 당분간은 개별 종목보다는 원자재, 리츠 등 대체자산 투자가 유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송재경 한화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은 “앞으로는 투자자들이 그동안 봐온 것과는 전혀 다른 시장이 나타날 것”이라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긴축 사이클로 접어들면서 소위 버블 논란을 야기한 빅테크 등 성장주를 중심으로 한 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송 본부장은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장에선 성장주보다는 가치주로 분류되는 업종이 각광받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헤지(hedge·위험회피)할 수 있고, 가격 전가력이 있는 기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필수소비재, 에너지, 곡물 등 업종에 주목했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몇 달 전부터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체투자 쪽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것이 맞다는 시각을 유지해왔다”며 “주식과 채권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물이 있는 금(金)과 같은 상품과 원자재, 부동산, 리츠 등이 대표적인 대체투자 자산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성장주 중에서도 밸류에이션 대비 낙폭이 과도한 종목의 경우 보유하거나, 물타기(분할매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과거 증시 패턴을 고려하면, 최근 지수가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빠졌기 때문에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우크라이나 전쟁 불확실성 등이 해소되면 하방 압력은 점차 줄어들 수 있기에 지금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 본부장은 “대부분의 기술주가 낙폭을 키우는 가운데 같은 업종 내에서도 성장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며 “주가가 많이 빠진 종목 중에서 이익이 꾸준히 나오는 기술주라면 변동성 장세에서도 버틸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센터장도 “공포스러운 상황이지만 지금 증시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점차 해소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저점 매수를 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추가적으로 조정 받을 가능성은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단기 바닥에 근접했다”며 “인플레이션 헤지가 가능한 자산을 늘리고, 보유하고 있는 개별기업이나 상장지수펀드(ETF)를 지속적으로 분할매수하는 것이 지금 시장을 대응하는 가장 적극적인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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