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흰코끼리
공약의 계절이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선출직들은 영향력 있는 공약을 제시해 당선에 한 걸음 다가서려 한다. 그 영향력 있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대규모 예산이 동반된다. 찬성하는 입장에선 실현가능성이나 예산규모를 따져보기 보다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후보자는 이런 유권자의 심리를 잘 알기에 수 백, 수천억 원의 대규모 사업도 자신 있게 약속한다.
2017년 영국의 유력일간지 가디언에서 '세계 10대 흰코끼리'를 선정했는데 1위가 한국 4대강 사업이었다. 흰코끼리는 경제용어로 대형 행사를 치르기 위해 건설했지만 행사가 끝난 뒤에는 유지비만 많이 들고 쓸모가 없어 애물단지가 돼버린 시설물을 말한다.
당진시에서도 흰코끼리를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2006년 당진군청이 '친환경'도민체육대회를 치른다며 공사비 22억 원을 들여 만든 자전거 도로는 지금까지도 이용객을 찾아볼 수 없는 풀만 무성한 무용지물로 변해버렸다. 최근 준공된 역천 생태하천복원사업은 299억 원이 투입돼 9km 구간에 수질정화 습지와 비오톱, 생태둠벙, 생태어도 등을 조성했지만 시민들의 쉼터로 재탄생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이번 선거에서도 수백 억 원의 대형사업이 등장했다. 호수공원과 시립병원이다. A후보는 20만평 규모로 호수공원을 조성한다고 했는데 당진시 연간 살림규모를 봤을 때 임기 내 가능할지 의문이기도 하지만 졸속으로 추진될 경우 유지보수 비용도 걱정이다. 시립병원도 야심차게 내놓은 공통된 공약인데 재원마련이나 향후 운영비를 산출했을 때 타당성이 있는 것인지 검증해야 한다.
프랑스는 일정 규모 이상의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할 때 반드시 시행자와 시민들이 참여하는 '국가공공토론위원회'를 개최해 치열한 논의 후 사업의 추진 여부와 방향을 결정한다. 시민들의 혈세가 엉뚱한 곳에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다행히도 지방선거 기간엔 시민들이나 단체가 주최하는 후보자 토론회가 개최된다.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공약의 현실성과 필요성을 검증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흰코끼리'를 만드는 일에 세금이 사용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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