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타액으로 코로나 검사' 첫 허가 이끈 법무법인 율촌.. "국내 임상시험이 신의 한 수"

김지환 기자 2022. 5.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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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무 변호사, '규제 완화'에서 '규제 유지'팀으로
국내 임상시험에 명운 걸어.. 기존엔 해외만 실시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법무법인 율촌에서 진행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정성무(가운데) 변호사와 김성진(왼쪽) 고문, 류양지(오른쪽) 고문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율촌 제공

“의료·제약, 헬스바이오 분야는 공적인 보험 재정을 이용해 국민의 건강을 담보하는 분야입니다. 따라서 안전성·유효성·경제성 등 기본적이고 궁극적인 가치를 ‘혁신’에 모두 양보하기는 어렵지요. 그래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같은 규제 기관에 회사의 혁신이 결코 기본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국내 최초로 타액(침)을 이용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의 피씨엘사 자가검사키트에 대한 ‘식약처 허가’를 이끌어 낸 정성무(51·사법연수원 34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업계에서 손에 꼽히는 공정거래 분야 전문가다.

20년 가까이 ‘규제 완화’를 통한 산업 육성을 이끌었던 공정거래 전문가가, ‘규제 유지’가 필요한 의료제약 분야 전문가로 변신한 지 6년째가 됐다. 율촌 의료제약팀을 이끌고 있는 정 변호사를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정 변호사는 허가의 비결로 국내 임상시험을 새로 한 점을 꼽았다. 그는 “정부가 신뢰할 만한 기준을 찾는 데 주력했고, 그 기준에 맞게 준비했다”면서 “새로운 국내 임상시험 결과가 필요하다며 피씨엘을 설득한 것이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피씨엘이 키트 허가를 위해 임상시험 자료를 확보할 때는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간 피씨엘은 해외에서만 임상시험을 진행해 왔다.

이에 식약처는 피씨엘이 확보한 자료가 그간 유지돼 왔던 기준과 달랐다는 이유에서 쉽게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기존 자료를 보완한다면 허가까지 4~5개월 가량 기간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었다.

이때 의료제약팀은 노선을 바꿨다. 새로운 국내 임상실험 결과에 명운을 걸기로 했다.

정 변호사는 “자가검사키트에 대한 안전성·유효성을 소명하기 위해, (임상시험 관련) 필요한 내용을 사전에 점검해서 짚어줬다”고 했다. 식약처와 복지부에서 근무한 김성진·류양지 고문이 식약처 기준을 명확히 알고 있었기에 준비가 수월했다고 전했다.

율촌의 의료제약팀은 우선 정부가 인정할 수 있는 기관을 선정하는 일부터 착수했다. 해당 기관에서 임상시험윤리위원회(IRB)의 심의를 거친 뒤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약 3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했고, ‘민감도(질병이 있는 환자 중 양성 확률) 90% 이상, 특이도(질병 없는 사람 중 음성 확률) 99% 이상’이라는 결과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식약처 기준을 충족한 이 결과는 곧 허가로 이어졌다. 덕분에 모든 절차가 45일 만에 마무리될 수 있었다. 정 변호사는 “기준을 미리 파악해 절차 진행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했다.

타액으로 검사하는 코로나19 자가키트./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최근 의료제약 분야에서 화두는 ‘혁신’이다. 디지털과 첨단, 융복합, 정밀의료 등 신기술이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다수의 벤처기업이 생겼고,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도 이들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식약처 또한 최근 신기술 제품에 대한 규제서비스 제공 등을 위해 제품화전략지원단을 출범시켰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다수 벤처기업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모든 기준을 통과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의료제약팀은 허가를 얻어내는 과정에서 이 부분을 가장 우려했다. ‘혁신’이라는 가치로 인해 ‘안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김성진 고문은 “코로나19 펜데믹 등 과정에서 정부가 허가 관련 신속심사를 한다는 것은 자료 제출 등 절차를 면제해 주는 것이 아니라 빠른 상용화 방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처음부터 하나씩 빠르게 단계를 밟아나가는 과정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의료제약팀이 허가 신청 과정에서 기존 임상시험 자료를 보충하지 않았던 것도 이러한 취지에서다.

정 변호사는 “의약품이나 헬스케어 분야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것도 필요하지만, 엄격하게 유지돼야 하는 영역”이라며 “약간의 빈틈이라도 생기거나, 허가 단계에서 사소한 검증을 놓쳤다가 부작용이 생기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서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안전성과 유효성을 무너뜨리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류양지 고문도 “규제에는 시장 규제와 사회적 규제가 있다”며 “사회적 규제는 국민의 생명과 목숨, 건강을 담보하기 때문에 적정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키트와 같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시장에 나와 국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로 제공될 수 있도록, 발생이 예상되는 문제들에 대해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의료제약팀. 왼쪽부터 김태경 전문위원, 김성진 고문, 유명종 수석전문위원, 김성호 고문, 류양지 고문, 허나은 변호사, 김정대 전문위원, 강효관 전문위원, 정성무 변호사. /율촌 제공

율촌의 의료제약팀은 공정거래부문장인 박성범(21기) 변호사가 이끌고 있다. 여기에 각종 인허가, 보건복지정책 등 분야에서 풍부한 업무경험을 가진 30여 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협업하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와 의료제약 분야 베테랑인 정 변호사를 비롯해 보건복지부에서 정책 입안·시행 등을 담당한 유영학·최희주·류양지 고문이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식약처에서 정책 입안, 인허가 등을 경험한 김성호·김성진 고문도 팀의 주축으로 활동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급여기준 설정·평가를 해왔던 강효관·김태경 전문위원과 복지부에서 법률 전문관 직을 수행했던 허나은(46기) 변호사도 함께하고 있다. 아울러 위해사범 중앙조사단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유명종 수석전문위원이 팀원들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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