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황당 개그 청문회
2000년 6월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헌정 사상 첫 청문회라 국민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은 “학문이면 학문, 예술이면 예술 모두 뛰어나다” “정치하면서 구설수 하나 없다”고 추켜세웠다. 땅 투기 의혹에 후보자는 “어떻게 그걸 다 찾아내셨네” “이번에 모르는 재산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넘어갔다. 결국 방송사들은 생중계를 중단했다.
▶과거 어느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농지 투기 의혹에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뿐 투기와 상관없다”고 했다. 40건의 부동산을 가진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유방암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와서 남편이 오피스텔을 선물했다”고 했다.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딸이 수석 입학한 스트레스 때문에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고 했다.
▶대통령이 ‘모래 속 진주’라고 한 장관 후보자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청문회에서 기본적 질문에조차 연신 “모르겠다” “잊어버렸다” “장관 되면 공부하겠다”고 했다. 나중엔 답 대신 킥킥거리며 웃었다. 몇 년 전 장관 후보자 한 사람은 한 달 생활비가 60만원이라고 했고, 식비는 명절 선물로 해결했다고 했다. 과기부 장관 후보자가 제자 논문을 베껴 남편 이름까지 저자로 올린 것이 드러나자 여당 의원들은 “퀴리 부인도 남편과 함께 연구했다”고 감쌌다.
▶지금까지 인사청문회에서 황당 발언은 주로 장관 후보자가 했는데 이번엔 의원들이 그 주인공이 됐다.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이 “한 후보자 딸이 이모와 논문을 썼느냐”고 물어 웃음거리가 됐다. ‘이모(李某) 교수’를 ‘이모(姨母)’로 오인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조모 교수였으면 할머니, 장모 교수면 장모라고 할 거냐”고 했다. 백모(큰어머니), 주모(술집 여주인), 성모(聖母), 양모(양어머니), 계모(의붓어머니), 유모(乳母)에 호모(동성애자)까지 등장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은 ‘한00’이 학교에 컴퓨터를 기부한 것을 한 후보자 딸이 했다고 주장했는데 알고 보니 한국쓰리엠이었다. 그러자 한국쓰리엠은 청주 한씨 무슨 파냐는 우스개도 나왔다. 별 이유 없이 계속 고성을 질러 “술주정하느냐”는 비판을 받은 의원도 있었다.
▶인사청문회는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자리다. 그런데 민주당은 특정인은 무조건 안 된다고 낙인찍은 뒤 공격하는 자리로 이용했다. 그러려면 준비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데 이모, 한국쓰리엠 수준이었다. 개그콘서트도 이보다 수준이 낮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짜 검증을 받아야 할 사람은 이 의원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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