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황당 개그 청문회

배성규 논설위원 2022. 5. 12.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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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헌정 사상 첫 청문회라 국민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은 “학문이면 학문, 예술이면 예술 모두 뛰어나다” “정치하면서 구설수 하나 없다”고 추켜세웠다. 땅 투기 의혹에 후보자는 “어떻게 그걸 다 찾아내셨네” “이번에 모르는 재산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넘어갔다. 결국 방송사들은 생중계를 중단했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의 강경파 초선 의원들이 실수를 남발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수진(왼쪽) 의원은 질의하면서 여러 차례 고성을 질러 친민주당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까지 “술 취한 줄 알았다”는 질타를 받았다. 김남국(가운데) 의원은 ‘이모(某) 교수’를 한 후보자 딸의 이모로 착각하고 질의했다. 최강욱 의원은 ‘한국쓰리엠’의 익명 표기(한**)를 한 후보자의 딸 이름으로 잘못 유추하고 공격했다. /TV조선·국회사진기자단

▶과거 어느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농지 투기 의혹에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뿐 투기와 상관없다”고 했다. 40건의 부동산을 가진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유방암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와서 남편이 오피스텔을 선물했다”고 했다.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딸이 수석 입학한 스트레스 때문에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고 했다.

▶대통령이 ‘모래 속 진주’라고 한 장관 후보자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청문회에서 기본적 질문에조차 연신 “모르겠다” “잊어버렸다” “장관 되면 공부하겠다”고 했다. 나중엔 답 대신 킥킥거리며 웃었다. 몇 년 전 장관 후보자 한 사람은 한 달 생활비가 60만원이라고 했고, 식비는 명절 선물로 해결했다고 했다. 과기부 장관 후보자가 제자 논문을 베껴 남편 이름까지 저자로 올린 것이 드러나자 여당 의원들은 “퀴리 부인도 남편과 함께 연구했다”고 감쌌다.

▶지금까지 인사청문회에서 황당 발언은 주로 장관 후보자가 했는데 이번엔 의원들이 그 주인공이 됐다.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이 “한 후보자 딸이 이모와 논문을 썼느냐”고 물어 웃음거리가 됐다. ‘이모(李某) 교수’를 ‘이모(姨母)’로 오인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조모 교수였으면 할머니, 장모 교수면 장모라고 할 거냐”고 했다. 백모(큰어머니), 주모(술집 여주인), 성모(聖母), 양모(양어머니), 계모(의붓어머니), 유모(乳母)에 호모(동성애자)까지 등장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은 ‘한00’이 학교에 컴퓨터를 기부한 것을 한 후보자 딸이 했다고 주장했는데 알고 보니 한국쓰리엠이었다. 그러자 한국쓰리엠은 청주 한씨 무슨 파냐는 우스개도 나왔다. 별 이유 없이 계속 고성을 질러 “술주정하느냐”는 비판을 받은 의원도 있었다.

▶인사청문회는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자리다. 그런데 민주당은 특정인은 무조건 안 된다고 낙인찍은 뒤 공격하는 자리로 이용했다. 그러려면 준비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데 이모, 한국쓰리엠 수준이었다. 개그콘서트도 이보다 수준이 낮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짜 검증을 받아야 할 사람은 이 의원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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