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중현]성공하고도 실패한 文의 '주류세력 교체'

박중현 논설위원 2022. 5. 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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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간 우리 사회는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특이한 정권 교체를 경험했다.

이 책에서 그는 "가장 강렬하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정치의 주류세력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역사적 당위성"이라고 썼다.

"한국 사회의 주류가 산업화 세력에서 민주화 세력으로 완전히 교체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나는 5년 만에 주류세력 교체와 지지층 확장에 모두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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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내내 밀어붙인 주류 교체
정권 교체되자 허망하게 끝나
박중현 논설위원
몇 주간 우리 사회는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특이한 정권 교체를 경험했다. 후임 하는 일이 마뜩지 않다고 퇴임할 대통령이 불편한 감정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내비친 적은 없었다.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면 자존심 때문에라도 덕담하고 떠나는 게 정상인데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다. 그 대신 “다음 정부는 우리 정부의 성과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다시피 하는 가운데 출범하게 돼 우리 정부의 성과, 실적, 지표와 비교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어디 잘되나 보자’는 앙심이 느껴진다. 그래서 퇴임하는 날 청와대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다시 출마 할까요”라고 한 말도 단순한 농담같이 들리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문 전 대통령의 캐릭터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기 전인 2017년 1월 펴낸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이유를 찾는 게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 그는 “가장 강렬하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정치의 주류세력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역사적 당위성”이라고 썼다.

주류 교체 의지는 취임 후 곧바로 실행에 옮겨졌다. 전직 대통령 둘을 감옥에 보냈고, 비주류였던 김명수 대법원장을 필두로 사법부 주류도 싹 바꿨다. 2020년 4·15총선에선 팬데믹으로 인한 ‘국기 결집 효과’와 재난지원금의 힘을 빌려 180석 거대여당을 키워냈다. “한국 사회의 주류가 산업화 세력에서 민주화 세력으로 완전히 교체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한 뒤에는 검찰 수뇌부까지 바꿨다.

권력 핵심부만 교체된 게 아니다. 실패한 경제정책으로 혹평받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세금 일자리 등은 지지세력 확장에 효과가 있었다. 최저임금 선상에 몰려 있던 20대 직장인들은 따로 임금협상을 안 해도 연봉이 5년간 40% 넘게 올랐다. 그중엔 여성이 많다. 20대 여성 58%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은 게 국민의힘의 반(反)페미니즘 때문만은 아니었다. 세금 일자리로 생계에 도움을 받는 노인도 수십만 명이다. 포퓰리즘 정책은 수많은 이해 관계자를 만들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나는 5년 만에 주류세력 교체와 지지층 확장에 모두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마지막 주까지 유지된 40%대 지지율이 그런 생각을 뒷받침했을 것이다. 정권 교체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저는 한 번도 링 위에 올라가 본 적 없다”고 답한 데에서 ‘대선에서 진 건 내가 아니다’라는 속내가 엿보인다.

그가 뭐라고 생각하든 ‘문재인의 주류세력 교체’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바로 그 주류에게 칼을 들이댔다가 고초를 겪고 물러난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됐다. 주류 교체를 목표로 폈던 편 가르기 정치, 정책들은 더 많은 국민들에게 환멸을 줬다. 지지세력만 바라본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 성장률을 깎아먹은 ‘소득주도 성장’은 ‘경제에 무능한 좌파’ 이미지를 강화했다.

문 전 대통령이 애지중지 키운 주류가 이젠 교체의 대상이다. 그들의 적폐를 새 정부가 낱낱이 파헤치길 바라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거대 야당은 다음 총선까지 최소 2년간 국회를 쥐락펴락할 기세고,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공공기관장 257명은 바꿀 수도 없다. 정권 말 밀어붙인 ‘검수완박’은 자신들에게 손댈 생각도 말라는 뜻이다. 차라리 다행스러운 일이란 생각도 든다. 대통령이 작심하고 사회의 주류를 바꾸겠다고 나설 때 국민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그 끝은 또 얼마나 허망한지 이미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나.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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