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싱글의 날’ 제정하라
5월은 푸르고 우리들은 자꾸 자라나 노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해마다 가정의 달 5월이 돌아오면 어린이도, 어버이도, 스승도 아닌 나는 묘한 소외감을 느낀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번 생(生)에는 결혼하지 않기로 다짐한 이후, 그동안 여기저기 뿌려온 결혼 축의금들이 문득 아까워지는 것처럼 ‘나는 대체 누가 챙겨주는가?’ 하는 서글픈 마음이 드는 것이다. 가뜩이나 정부 방침에 따라 사회적 거리를 지키느라 데이트, 결혼 생활, 육아, 여행, 맛집 탐방, 스포츠, 레저 활동 등등 다양한 사회 활동을 모니터 화면을 통해 대리 체험하며 살아가는 미혼 남녀 1인 가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니, 지금도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채워줄 수 없는 고독을 씹어 삼키고 있는 이들은 분명 공감할 것이라 믿는다.
5월이 진정한 가정의 달로 거듭나려면, 국가적 차원에서 미혼 남녀를 위한 국가 공휴일을 만들어 소외되는 사람이 가능한 한 없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그날이 오면, 홀로 세상과 맞서온 당당한 싱글답게 스스로 가슴에 꽃을 달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다. 영화관, 식당, 카페, 주점에선 싱글들을 위한 이벤트가 앞다투어 펼쳐질 것이다.
이른바 ‘싱글의 날’(가칭)은 숨겨왔던 모든 수줍은 마음을 담아 연모하는 상대에게 선물을 하거나, 함께 식사를 제안할 훌륭한 핑계가 될 것이다. 몰래 연모하는 이도 없는 외로운 영혼이라면, 우선 심호흡을 하고 가슴에 단 특수 제작 꽃이나 배지의 버튼을 누르면, 심장이 뛰는 속도로 불빛이 깜박이도록 해도 될 것이다. 그것은 용기 내어 대화를 시도하거나, 연락처를 물어도 무방하다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표지다. 거리는 소통을 원하는 불빛들이 별처럼, 반딧불처럼 아름답게 반짝일 것이다.
자발적 고독을 선택한 이들도 공휴일이 하루 더 늘어나면 결국 이득 아닌가. 집에서 맥주 한 캔을 따고 편안하게 고독을 만끽하면 되는 것이다. 바닥 치는 결혼율과 출산율이 반등할 기회가 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새털같이 많은 날 중에 이런 공휴일 하나쯤 생겨도 좋지 않겠는가. 때마침 5월은 푸르니까.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러 매체 “푸틴, 이르면 이달 북한·베트남 순방”
- 청주 율량천 인근 상수관로 이탈로 단수...민원 빗발쳐
- 이재명 대선 길 터준 당헌·당규 의결에...우상호 “대권·당권 분리해야”
- 법원, ‘세월호 구조 뒤 이송 지연 사망’ 국가 배상책임 인정
- 베란다서 망원카메라 들고… 中이 ‘푸바오 파파라치’ 잡아 내린 징계
- 불법 교습소로 돈 벌고 과외생에 최고점...음대 교수들의 입시 비리
- 집단 휴진 예고에... 정부, 진료·휴진 신고 명령
- 일주일 빠른 폭염 주의보…모레는 35도까지 치솟아
- 정부 “내달 영일만 시추 위치 결정...광구별 해외 투자도 유치”
- [만물상] 북한 군인을 놀라게 하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