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푸틴 러시아 가수, 탄압 피해 리투아니아로

록밴드 '푸시 라이엇' 리더 알료히나, 가택연금 중 탈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권력층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내온 록밴드 멤버가 국외로 탈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 시각) 러시아 록밴드 ‘푸시 라이엇’의 리더 마리아 알료히나(33)가 최근 가택 연금 중 감시원 눈을 피해 리투아니아로 탈출했다고 보도했다.

2012년 푸틴 대통령 집권 3기에 반대하며 크렘린 인근 러시아 정교회 성당 안에서 허가 없이 시위성 공연을 해 처음 주목받았다. 당시 징역형이 선고되자 국제사회의 비판이 확산됐고, 감형이나 사면으로 풀려난 뒤에도 저항 활동을 계속했다.

특히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경기장에 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하며 난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에는 당국의 탄압이 더욱 노골화됐다.

자택에 연금된 상태였던 알료히나는 모스크바가 아닌 유형지로 보내질 상황에 놓였고, 국외 탈출을 결심했다고 한다.

감시원을 따돌리기 위해 음식 배달원 복장으로 얼굴을 가린 채 집을 나섰고, 위치 노출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도 아파트에 남겨놨다.

여권을 압류당한 상태였기 때문에 세 번의 시도 끝에 벨라루스에 입국했고, 벨라루스에서는 지인들이 마련해 놓은 유럽연합(EU) 신분증으로 리투아니아행 버스를 통해 입국했다.

지난 10년간 푸시 라이엇을 거쳐 간 음악인은 10여 명에 달하지만, 현재 대부분 러시아를 탈출한 상태다.

알료히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언젠가 러시아로 돌아가고 싶다면서도 “자유를 느낄 수 있다면 어디에 있든 상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