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약탈적 학술지

이은정 기자 2022. 5. 1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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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우리나라 과학계는 '와셋(WASET·세계과학공학기술학회) 사태'로 떠들썩했다.

무늬만 학회이지 실상은 참가비를 챙기며 가짜 논문이라도 발표 기회를 주는 엉터리 학회로, 연구자들이 대거 참가해 연구 실적을 쌓은 것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유사 학술지라는 것을 알고도 논문 실적을 올리는 용도로 활용하기도 한다.

입시를 위해 약탈적 학술지에 글을 싣거나 부모 찬스로 논문 공동 저자가 되는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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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우리나라 과학계는 ‘와셋(WASET·세계과학공학기술학회) 사태’로 떠들썩했다. 무늬만 학회이지 실상은 참가비를 챙기며 가짜 논문이라도 발표 기회를 주는 엉터리 학회로, 연구자들이 대거 참가해 연구 실적을 쌓은 것이다. 정부출연연구소 21곳과 카이스트 등 과학기술원 4곳의 연구자들이 무더기로 ‘직무윤리 위반’으로 징계를 받았다. 당시 해외 부실 학회에 참석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철회되는 일도 있었다. 시간이 지났으나 이런 관행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듯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고등학생 자녀의 학술지 논문 게재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 후보자는 “고등학생이 연습용으로 한 리포트 수준의 짧은 글”이라며 “입시에 사용된 사실이 없고 사용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식공유연대’ 소속 김명환 서울대 교수는 해외대학 입학을 위한 스펙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 후보자 딸이 돈만 지불하면 논문을 게재해주는 이른바 ‘약탈적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기 때문이다.

‘약탈적 학술지’라는 용어는 2010년 미국 콜로라도대학의 도서관학자인 제프리 빌이 최소한의 내부 검증과정이나 동료 심사 없이 논문을 게재하는 일부 출판사와 저널의 목록을 공개하면서 공론화됐다. 학술지식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표방하는 오픈 액세스 운동의 취지를 악용해 나온 것이다. 학술 발표와 출판 경험을 쌓으려는 연구자들의 시간 돈 평판 등을 약탈한다는 뜻에서 약탈적 학술지로 불린다. 일부 연구자들은 유사 학술지라는 것을 알고도 논문 실적을 올리는 용도로 활용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대학 입시용 스펙쌓기로 이를 활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와 강동현(미국 시카고대 박사과정) 씨가 2001~2021년 해외학술지에 등재된 213개 주요 고등학교(국제학교 제외) 학생 논문 558건을 찾았는데 그중 72건이 의심스럽거나 약탈적인 학술지에 실렸다고 한다. 아빠·엄마 찬스로 국내 연구진의 논문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 입시를 위해 약탈적 학술지에 글을 싣거나 부모 찬스로 논문 공동 저자가 되는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된다. 한 후보자는 “제 딸이 운이 좋아 사회적 혜택을 받은 것이라는 점은 가족 모두 잘 이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 말을 하면서 ‘공정과 상식’을 떠올릴 수 있을까. 대한민국 대부분 학생에게는 이런 운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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